취재수첩
24일 10시에 잡힌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는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한나라당 간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23일 ‘MBC 특위’를 구성한 뒤라서, ‘승리감’에 도취한 분위기였다.
민주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좌측손을 포켓에 넣고, 발을 짝발로 한 채,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길게 통화했다.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 ‘한나라당 보좌관에게 봤었던’ 그런 모습이었다. “김칫국물을 벌써 마셨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전병헌 의원은 10분 늦게 나타났고, 30분이 지난 이후에, 문방위 위원장실에 직접 찾아가, 다소 여유로운 대화의 자세로 회의를 촉구했다. 고흥길 위원장은 ‘회의’에 응했지만, “간사단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발언만 할 수 있다”고 개회 전에 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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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좌측)과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 |
늦게 도착한 나경원 간사는 시간이 필요했었다. 누가 봐도 그것을 쉽게 간파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까먹은 듯 했다. 고흥길 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선심을 쓰면서 모든 의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한 근본적 이유를 모르는 듯 했다.
전병헌 의원, 최문순 의원, 천정배 의원, 이용경 의원 등 참석한 모든 의원들이 발표를 마쳤고, 그 동안에 나경원 간사는 사태의 긴박함과 해결책을 강구하는 중이었다. 고흥길 위원장과 몇 번의 밀착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밀담을 나눌 때마다 취재진 카메라가 터졌다.
나경원 간사의 표정에서 미소가 보였다. 나 간사가 손을 번쩍 들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발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몇몇 의원들이 발표를 하겠다면서 언론에 오래전에 나왔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계속 꺼내놓았다. 민주당이 한발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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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간사(좌측)과 고흥길 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 발표가 있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에 고흥길 위원장은 얼른, 매우 빨리 회의를 덮으려고 했고, 전병헌 의원은 그때서야 어렵게 성사한 임시회의의 가치를 깨닫고, “교섭창구가 정식으로 누구냐”는 질문만 던졌고, 어떤 공격도 하지 못했다. 사실 국회는 전쟁이다. 전쟁은 싸움의 목표가 있다는 뜻이다. 24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싸움의 적은 김우룡도, 안상수도, 명진스님도 아닌 것이다.
한나라당 교섭창구가 왜 불분명했느냐를 집중 공격했다면 실속적인 성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던 기회였지만, 고흥길 위원장과 나경원 간사가 수비전에 총력을 기울였고, 민주당은 문방위 창구를 뜷지 못한 것이다. 쉽게 말해, 민주당은 다 차려놓은 밥상의 밥조차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흥길 위원장은 나무망치를 들더니, 3번을 후려치고서,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