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브랜드] 성공의 또다른 이름 '몽블랑'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미국 헐리우드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천재수학자 존 내쉬(러셀 크로 분)에게 프린스턴 대학 동료 교수들이 만년필을 헌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을 존경한다’는 의미가 전달되는 이 장면에 사용된 만년필 브랜드는 바로 ‘몽블랑(Montblanc)’이다.

   
▲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존 내쉬(러셀 크로 분)에게 프린스턴 대학 동료 교수들이 만년필을 헌정하는 장면. / 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컷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필기구인 몽블랑은 1908년 독일 함부르크의 문구점 상인 C. J. 휘스와 은행가 C. W. 라우젠, 그리고 베를린의 기술자 W. 잔보아가 현지에 만년필 제조공장을 세운 ‘SIMPLO FILLER PENCO’로부터 시작됐다.

당초 몽블랑은 통제할 수 없도록 모든 것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할 여유를 갖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 아래 만년필을 만들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런 몽블랑이 본격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10년 6각형의 심벌마크와 몽블랑 봉우리 높이를 의미하는 ‘4810’ 이라는 숫자를 만년필 펜촉에 새기면서부터다.

몽블랑의 심벌마크인 6각형의 흰별(White star)은 눈이 덮인 몽블랑산 봉우리의 정상을 상징하며, 그 높이는 해발 4810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또 모든 몽블랑 만년필의 펜촉에는 ‘4810’이라는 숫자가 새겨져있다. 이 심벌마크는 유럽인이 몽블랑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장 좋은 품질의 필기구를 만들겠다는 신념과 철저한 장인 정신을 대변하고 있다.

몽블랑이 필기구의 최고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정교한 펜촉에 있다. 수공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펜촉은 150여 차례에 걸친 철저하고 엄격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최고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다국적 생산체제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몽블랑의 만년필은 오직 함부르크 한 곳에서만 생산될 뿐 일체 하청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장인(마이스터)의 필기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소비자의 앞에 선보이게 된다. 이러한 수작업으로 인해 만년필 한 자루를 완성하는데 무려 6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펜촉은 가장 이상적인 재료인 ‘금’으로 돼 있다. 몽블랑은 고전미를 내세우는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일반에 알려져 있다. 또 최고의 소재만을 엄선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점과 여전히 숙련공의 손에 의한 수작업을 고수한다는 점은 몽블랑만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부흥의 시작 '써밋 마케팅'

중요한 국가 문서에 서명을 하는 데 사용되는 몽블랑 만년필은 세계적인 유력 정치가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블랑사는 소위 ‘서밋(Summit) 마케팅’을 시도함으로써 고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에게 몽블랑을 선사했고, 이를 계기로 유명 인사들은 몽블랑을 이용해 중요한 서류에 서명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1986년 몽블랑사가 내 놓은 ‘ART OF WRITING’이라는 카피라이트로 인해 필기구로서는 처음으로 고급제품으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됐다.

이와 함께 몽블랑 만년필이 명품으로 굳어지게 된 비법은 바로 ‘고가화·차별화’ 마케팅 전략에 있다.

1987년 몽블랑의 CEO로 부임한 노버트 플라트 사장은 취임 이후 20달러 이하의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 최고의 품질과 희소성을 가진 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솔리테르 로얄라인’의 경우 11만 유로(한화 약 1250만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만년필로 기네스협회에 기록된 바 있다.

이후 몽블랑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 이상 증가했으면, 현재는 전 세계 70개국에 약 9000여 개의 몽블랑 상점이 문을 열고 있다.

그뒤 1992년부터 특별 생산되고 있는 한정상품(Limited Edition)은 몽블랑 특유의 마케팅 정책을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몽블랑은 이때부터 매년 문화와 예술 발전에 위대한 공헌을 한 역사적인 인물을 한 명씩 선정, 몽블랑의 고도 4810m를 상징하는 의미로 4810개의 제품만을 한정적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현재 몽블랑은 고급 만년필의 입지에 버금가는 시계, 가방, 지갑과 같은 다양한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