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클래식 음악계도 2025년을 마무리하는 여러 공연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인류 역사상 인간의 목소리로 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합창으로 일컬어지는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가 울려퍼진다.
국립합창단(단장 겸 예술감독 민인기)은 2025년 한 해의 정기연주회를 마무리하는 무대로 내달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205회 정기연주회 '헨델 메시아(Händel, Messiah)'를 선보인다.
지난 4월 드보르작·엘가·브루크너의 '테 데움', 7월 푸치니 '미사 글로리아', 9월 드보르작 '스타바트 마테르', 10월 리스트 '미사 솔렘니스' 등 ‘로맨틱 비르투오소(Romantic Virtuoso, 낭만주의 거장의 합창음악)’ 시리즈를 통해 낭만주의 합창 레퍼토리를 조명해 온 국립합창단은, 연말에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 무대를 통해 한 해 동안 함께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와 축복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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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합창단이 내달 1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공연한다.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
이 날 공연에는 소프라노 김제니,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김세일, 바리톤 타카오키 오니시(Takaoki Onishi)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함께하며, 예언과 탄생에서 수난과 부활, 영원에 이르는 3부의 서사를 웅장한 합창과 정제된 바로크 관현악으로 그려낸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1741년에 작곡된 이후 28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꾸준히 연주되어 온 걸작.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한 텍스트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탄생과 고난, 죽음과 부활, 영원에 대한 질문을 시적으로 담아낸 서사로 읽힌다.
이번 공연은 작품의 본래 구성을 따라 3부(PartI~III)를 연주한다.
제1부 ‘예언, 탄생’에서는 어둠 속 인류에게 전해지는 위로의 메시지와 약속, 구세주의 탄생을 환한 음향으로 그려낸다. 서서히 밝아지는 관현악 위로 등장하는 테너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이어지는 합창은 '위로'와 '기쁨'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하며 첫 장의 정서를 이끈다.
제2부 ‘수난, 속죄’는 인간의 배반과 고통, 희생의 의미를 치열하게 묘사한다. 낮게 가라앉은 현악기의 선율과 긴장감 있는 합창, 내면의 기도를 담은 아리아가 교차하며 극적 밀도를 높이고, 클라이맥스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 '할렐루야'는 비극과 희망이 교차하는 장면을 강렬하게 응축한다.
제3부 ‘부활, 영생’에서는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과 영원에 대한 찬양이 펼쳐진다. 부활의 확신과 기쁨을 담은 아리아와 합창은, 삶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함께 사유하게 하는 장대한 결말로 이어진다.
이처럼 '메시아'는 특정한 시대와 종교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위로를 담고 있기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한 공명을 일으킨다. 국립합창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이 줄 수 있는 위안과 희망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의 메시지를 섬세하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휘는 민인기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맡으며, 독창은 소프라노 김제니,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김세일, 바리톤 타카오키 오니시가 맡아 텍스트의 의미와 정서적 변화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각 성악가는 예언과 위로, 고난과 기도, 부활과 승리에 이르는 대본의 흐름에 따라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앙상블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음색과 호흡, 발음을 정교하게 설계해 관객이 가사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합창은 국립합창단, 관현악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협연하여, 헨델 특유의 명료한 대위법과 리드미컬한 선율, 그리고 장엄한 합창의 울림을 균형 있게 구현한다.
특히 빠른 푸가 형식의 합창에서는 각 성부의 선율을 또렷하게 분리하면서도 전체 음향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내고, 서정적인 느린 악장에서는 숨을 죽인 듯한 긴장과 섬세한 다이내믹으로 바로크 음악의 결을 섬세하게 살린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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