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44만 명 동원해 서운한 성적, 그러나 입소문은 괜찮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하정우 감독 주연의 영화 '윗집 사람들'이 지난 3일 개봉한 이후 박스오피스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할리우드와 일본의 영화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이는 연말 극장가에서 5위권 내 유일한 한국 영화다. 그것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윗집 사람들'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에 이어 관객 동원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 시부야사변 X 사멸회유'는 제법 차이를 두고 3위로 처져 있다.

그러나 흥행 성적은 저조하다. 16일 하루 '윗집 사람들'은 고작 1만 7585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데 그쳤다. 누적 관객수도 44만 6000명 선이다. 개봉 2주의 기록으로는 만족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박스오피스 1위인 '주토피아 2'가 16일 하루 9만 3000명의 관객을 모아 누적 관객수는 554만 명에 이른다. 12배 수준이다.

   
▲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 /사진=바이포엠 스튜디오 제공


그래서 사실 '윗집 사람들'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겸연쩍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연말의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고군분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윗집 사람들'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다. 평단에서도, 또 실관람객들 사이에서도 "보면 재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화의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막대한 제작비가 든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소한 재미'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다소 "말 장난 같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말맛'이 있는 영화로 평가받는다. 그런만큼 사람들이 봐주기만 하면 "재밌다"는 말을 듣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윗집 사람들'을 놓고 안타깝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다.

또 흥행 성적도 이전 작품과 비교해 절망할 수준은 아니다. 하정우가 연출한 영화는 '윗집 사람들'이 네 번째. 감독 데뷔작인 2013년 작 '롤러코스터'는 27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뼈아픈 첫 시험을 치른 셈이다. 두 번째 연출작인 2015년 '허삼관'은 100만에 육박하는 95만 명의 성적을 거뒀다.

10년을 절치부심해 2025년에 개봉한 '로비'는 다시 26만 명을 동원하며 다소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윗집 사람들'은 시간 차이도 거의 없이 다시 연출에 도천한 것이다. 일단 하정우의 뚝심에 대한 긍정 평가들이 많다. 또 이미 '윗집 사람들'이 '로비'의 흥행 성적을 넘어섰으니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하정우의 영화 연출은 이제 실험이 아니고 그의 영화 인생 한 부분이 됐다. 그래서 영화계에서는 하정우가 좀 더 의욕을 가지고 다섯 번째 연출작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윗집 사람들'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