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슈가'에서 주인공 최지우가 연기한 실제 주인공,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심 어린 소회를 전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슈가'(감독 최신춘)는 1형 당뇨병 판정을 받은 아들을 위해 법과 규제의 장벽을 넘어 직접 의료기기를 만들어낸 엄마 ‘미라’(최지우 분)의 사투를 그린 작품. 이 영화는 실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아들을 위해 연속혈당측정기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던 김미영 대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김미영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의 투쟁과 영화화 과정,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 사회의 과제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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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슈가'의 주인공 최지우(왼쪽)와 실제 모델인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사진=스튜디오타겟(주), 본인 제공 |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준 제작진과 최지우 배우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 속 내용과 실제 현실의 차이, 그리고 1형 당뇨병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1형 당뇨병은 단것을 많이 먹어서 걸리는 병이 아닌, 자가면역질환”이라며 “영화 '슈가'가 질병에 대한 편견을 깨고, 환우 가족들이 숨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제작사가 진행해 언론에 제공했다.
다음은 김미영 대표와의 일문일답 전문.
Q. 김미영 대표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재가 영화로 기획된 건 꽤 오래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진짜 개봉하는 게 맞아?"라고 할 만큼 꽤 긴 시간의 기다림이었는데요? 우선 드디어 영화가 개봉하게 되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정말 감격스러워요. 아이가 처음 1형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때는 저조차도 이 병에 대해 잘 몰랐고, 주변에 설명을 해도 대부분 굉장히 낯선 질환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개봉을 앞두면서 예고편, 다양한 영상들, 기사들을 통해 ‘1형당뇨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여러 번,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걸 보면서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어요. 영화가 이런 역할까지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사실 개인적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개봉되길 바라는 마음도 컸죠.
다만 영화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과정, 그리고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기다리는 동안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결국 개봉까지 오게 된 것 자체가 참 감사하고, 무엇보다 1형당뇨병을 대중에게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알릴 수 있게 되어 감격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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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슈가' 중에서. /사진=(주)스튜디오타겟 제공 |
Q. 영화 제작이 쉽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제작비 부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제작을 위해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었나요?
A. 전해 듣기로는 이 영화가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했고, 실제로 정말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힘을 보태주셨어요.
우선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비 지원을 받으셨고, 영화 속에 등장했던 의료기기 회사(국내에서는 수익성 때문에 출시조차 고민됐던 시기도 있었는데..)에서도 이 이야기의 의미에 공감해 후원을 해 주셨어요. 또 국내 당뇨 관련 기업들도 후원해 주셨고요.
뿐만 아니라 텀블벅을 통해 1형당뇨 가족분들이나 이 영화를 응원해주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셨고, 촬영에 필요한 공간을 지원해 주신 분도 계시고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는 꼭 세상에 나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 뜻이 되어 주신 덕분에, 제한된 제작비 속에서도 완성도 높고 따뜻한,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본인을 모델로 한 주인공이 영화에서 '미라'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요. 최지우 배우가 연기를 했습니다. 촬영 전 최지우 배우와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하는데 최 배우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A. 제가 특별히 조언을 드렸다기보다는, 오히려 최지우 배우님께서 극 중 ‘미라’라는 인물에 제대로 다가가기 위해 저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해 주셨어요. 시나리오를 보시고 캐릭터에 깊이 몰입하시려는 과정에서, 1형당뇨병이라는 질환 자체나 의료기기, 일상에서 겪는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질문들에 대해 제가 겪었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배우님께서 워낙 캐릭터 분석을 꼼꼼하게 하시고, 또 연기력도 뛰어나신 분이라서 제가 무언가를 조언할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미라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배우님의 모습에서 신뢰가 느껴졌고 감사한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Q. 최지우 배우 외에도 열연해준 민진웅이나 고동하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영화를 위해 고생한 배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민진웅 배우님은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셨어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비롯해서 코믹한 연기부터 진지한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하시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봐왔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준우’ 역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싱글이신데 어떻게 저렇게 아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이 있고 따뜻한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고동하 배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형당뇨병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캐릭터를 성실하게 분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연기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아이가 처음 진단을 받았던 당시의 기억이 떠오를 만큼, 현실감 있게 표현해줘서 마음이 많이 울컥하기도 했고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크게 성장할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 모두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셨고, 그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Q. 영화에서 본인의 실제 모습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았던 장면이 있다면요?
A. 눈물이 많고, 겁이 많은 모습이요. 기사를 통해 제 이야기를 접하신 분들 중에는 저를 굉장히 강하고 전사 같은 인물로 생각하시는 경우도 많은데, 실제 저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왔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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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슈가' 중에서. /사진=(주)스튜디오타겟 제공 |
영화 속 미라가 동명이의 1형당뇨병 진단을 계기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이 있는데, 그 과정이 제 실제 모습과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처음부터 강하게 계획하며 추진했다기보다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도 아이를 위해 한 발씩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Q. 영화에서는 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요?
A. 사실 영화에는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저희 환우회가 활동해 온 14년이라는 시간 중에서도, 영화는 외부에 알려진 몇 가지 에피소드만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략된 부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예를 들어 해외에서 의료기기를 수입하면서 당한 고발 이외에도(영화에서 다뤄지는 부분), 의료기기 업체 대표에게 17차례나 고소를 당한 일들이 있었고, 다행히 모두 무혐의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 과정 역시 쉽지는 않았어요. 또 어렵게 해외에서 들여오던 의료기기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거나, 국내 제품이 개발되는 변화들도 있었고, 그 밖에도 1형당뇨병 환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 변화가 있었어요.
가장 최근에는 1형당뇨병이 췌장장애로 인정되는 변화도 있었어요. 췌장장애는 23년 만에 새롭게 인정된 장애 유형일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그런 의미 있는 변화들이 영화에 좀 더 담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모두 담기면 오히려 이야기가 산만해졌을 것 같아요. 대신 영화는 가장 핵심적인 사건과 메시지에 집중했고, 그 부분이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Q. 많은 분이 여전히 1형당뇨병을 식습관 문제로 오해하고는 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단 거 많이 먹어서 그래"라는 시선이 나오는데요. '소아당뇨'라는 명칭이 아니라 '1형당뇨병'으로 불려야 하는 이유와, 대중이 이 질병에 대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편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1형당뇨병은 흔히 오해하듯 소아·청소년기에만 진단되는 질환도 아니고,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때문에 생기는 병도 아니예요.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연령과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사고처럼 진단을 받게 되는 질환이에요. 그런 이유로 ‘소아당뇨’라는 명칭은 잘못된 질환명이에요.
‘소아당뇨’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소아비만’,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같은 단어들을 뒤따라오게 만들고, 그 자체로 1형당뇨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만들어요. 그래서 저희 환우회는 이 질환을 정식 명칭인 ‘1형당뇨병’으로 불러달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1형당뇨병은 개인의 잘못도, 부모의 잘못도 아니예요.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고와 같은 질환이에요. 그런데도 여전히 ‘단 걸 많이 먹어서’, ‘게을러서’ 생긴 병이라는 시선이 존재하다 보니, 많은 1형당뇨병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요.
이건 꼭 1형당뇨병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질환도 본인이 원해서 걸리는 경우는 없고, 설령 개인의 잘못이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의 삶에서는 치료와 회복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파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아픈 사람들이 숨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실제 이야기를 모르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많을 텐데요. 이 영화를 봤거나 보려고 하는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A. 이 영화를 보실 때 실제 이야기를 알고 보셔도, 모르고 보셔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쯤은 혼자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나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갈등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이 영화는 그런 순간에 혼자가 아니라, 서로 연대하고 성장하며 조금씩 상황을 바꿔 나간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애, 따뜻한 온기와 희망, 그리고 진심 어린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 드리고 싶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 만큼, 아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삶에서 힘든 시간을 지나고 계신 분들께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