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 먼 한국경제…경제적 자유와 개방, 성장이 관건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의 분배정치, 현재의 패러다임은?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나눔이요! 분배요! 정치의 문제란 누구에게 거둬서 누구에게 주는가. 누구에게 빼앗아 누구에게 채워주는가!"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鄭道傳)이 토지개혁을 위해 백성들과 권문세족이 모인 자리에서 토지대장문서를 태우기 전 외친 말이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가 있다. 고려말선초의 조선 건국기를 다양한 인물의 관점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결합하여 흥행을 이끌었다. 필자 또한 역사에 관심이 많아 '육룡이 나르샤’ 또한 재밌게 본 사극 중 하나로 기억한다. 그래서 정도전이 말한 정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정치에서 '분배' '나눔'이라는 단어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의미로 중요시한다. 하지만 고대에는 분배의 정치가 필요하였을지라도 인류 역사이래 최고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분배의 정치는 정의로운 것일까? 분배의 정치를 실행하는 나라와 성장을 중시하는 나라의 차이를 고찰해보고 현 시대의 정치에 대해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민본(民本) 왕은 백성의 어버이 그리고 분배의 정치

왕토사상(王土思想)은 고대 왕조시대의 토지개념이었다. 국가 즉, 왕이 모든 토지를 소유하고 처분, 분배의 결정을 내렸다. 그렇기에 정치는 백성들에게 토지를 어느 정도 분배할 것이며, 세금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량의 몇 할을 거둘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하였다. 즉, 고대는 토지가 재산의 근원이며 경제 정책의 중심이었다.

토지가 재산의 시작이라 할 수 있기에 제한된 땅의 크기를 가지고 백성들에게 어느 정도 나누어 줄지, 국가는 얼마를 가져서 재정을 충당할지, 또 관료들은 얼마를 줄 것인지에 대해 왕조마다 중요한 사항이었다. 정도전의 토지개혁은 그런 의미에서 고려 말 권문세족들의 수탈에 괴로워하는 백성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으리라.

생산성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던 그 시대는 화전이나 간척이 없는 한 일정한 땅의 면적을 백성들에게 배분하는 사회주의적인 토지개혁이 주된 흐름이었다. 물론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난함으로 농사지을 땅 한마지기와 적은 세금으로도 행복하던 시절이었다. 토지 분배는 그런 의미에서 백성들의 삶 전체였으며, 백성들은 생계를 위해 땅을 일구어 열심히 농사 지으며 살아갔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였고,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기술 발전은 인류 전체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기술이 변화하면서 정치도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치에서 분배와 나눔이라는 달콤한 어휘에 취해 이를 시행하는 국가가 있다.

   
▲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나눔이요! 분배요! 정치의 문제란 누구에게 거둬서 누구에게 주는가. 누구에게 빼앗아 누구에게 채워주는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鄭道傳)이 외친 말이다./자료사진=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포스터


분배로 성장도 미래도 다 잃어버린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한반도보다 10배나 넓은 영토,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라는 거대한 시장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의 국가가 있다. 조건만 보면 부유한 나라일거라 생각하지만 마이너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200%대를 기록하였다. 또한, 생필품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해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로 선정되었다. 베네수엘라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2013년 집권자 차베스가 사망하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오열하였다. 14년의 장기집권자가 국민의 탄핵을 받지 않고 오히려 죽을 때까지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참 보기 드문 현상이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왜 차베스에 열광하였을까?

1999년 집권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PDVSA)를 국유화하였다. 이어서 석유개발, 광산, 전력, 통신 등 주요 산업의 모든 부문을 국유화하였다. 펑펑 쏟아지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재정의 절반이상을 충당하였다. 유가가 100달러이상을 찍었던 시기였고 베네수엘라는 원유 수출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 자금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생산적인 활동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차베스는 무차별적으로 분배하고 나누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빈민무상복지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었다. 원유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유가가 100달러이상 고공행진하던 시절은 걱정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차베스는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정책보다는 농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농업 육성책도 농민들에게 땅을 분배하는 정책을 펼쳤다. 결과는 처참하였다. 기업농을 육성하지 못하였기에 소농중심의 농업 생산성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게다가 생필품 가격 제한정책으로 쌀 가격도 고정되면서 소농들은 일할 의욕이 떨어졌다. 베네수엘라는 결국 쌀 생산량이 하락하여 식량도 수입해야하는 처지이다.

국민들은 무상복지로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기에 국가경제,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자기들 필요한 돈과 혜택만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베스가 사망하고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유가가 30달러대까지 떨어지자 상황은 급변하게 되었다. 재정의 절반을 원유 수출로 충당하였지만 이제는 저유가로 재정적자에 허덕이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분배위주의 무상복지 정책을 줄이거나 폐지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구조변환을 시도해야했다. 베네수엘라는 분배위주 정책을 버리지 못하였다. 복지를 지속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화폐를 무차별적으로 발행하였다.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으며 국가경제는 붕괴 중이다. 차베스에 열광하던 국민들은 최근 선거에서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울부짖으며 차베스가 집권했던 당의 지지를 거두었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수준에 맞지 않는 분배 정책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결국 파탄에 이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성장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리콴유의 싱가포르

베네수엘라 영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자원도 빈약한 나라가 1인당 GDP 6만 달러에 육박하며 아시아 1위-세계 8위, 국가경쟁력 세계 2위, 국가첨령도 세계 5위 등 선진 국가를 이룬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싱가포르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한 싱가포르를 일류 선진국으로 만든 인물은 리콴유 전 총리이다. 2015년 리콴유 전 총리가 타계하면서 그의 실용주의적 성장노선이 다시 주목받기도 하였다.

1959년 영국에 독립하면서 서울면적의 1.8배에 불과한 작은 도시국가는 앞으로 국가의 체계를 어떻게 잡고, 국민들이 먹고 살 문제, 민족 갈등 등 여러 문제에 직면했었다. 리콴유 총리는 싱가포르의 혼란한 상황에서 35세의 젊은 나이에 초대 총리에 오르게 된다. 리콴유의 선진 국가 싱가포르를 만들기 위한 고단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1인당 국내 총생산이 40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서 생존이 우선이었다. 리콴유는 실용주의적 성장노선을 견지한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교통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물류허브를 이루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 투자금을 유치하였다. 물류허브뿐만 아니라 규제완화로 금융, 제조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였다. 싱가포르의 전자, 석유화학, 조선, 세계의 유명한 금융기관이 자리 잡은 것은 리콴유 총리 시절의 규제개혁과 개방정책덕분이다.

   
▲ 동남아시아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한 싱가포르를 일류 선진국으로 만든 인물은 리콴유 전 총리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나는 여론조사나 인기투표에 연연하고 구애받은 적이 없다. 지지율 등락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도자의 일이 아니다.” 리콴유가 회고록에서 언급한 말이다. 국가 지도자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리콴유는 국가의 번영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였다. 싱가포르 국민 또한 이러한 목표에 호응하며 함께 나아갔다. 그러면서 경제 분야에서 경제적 자유와 개방화를 극대화하며 번영의 기반을 다졌다.

공직부문에서 또한 솔선수범하여 엄격한 법치주의, 부패와 비리에는 확실한 처벌을 줌으로써 법치(法治)의 기반을 다졌다. 엄격한 법치는 국내외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책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도 일조하여 싱가포르에 금융과 물류 등 서비스 분야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안정된 법치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자유화는 기업 유치라는 풍부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국민들의 소득도 동시에 올라가며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리콴유는 2015년 타계하였다. 싱가포르도 1인당 소득이 6만 달러에 육박하며 성장이 정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부에서도 불균형과 격차로 갈등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풍족한 곳간에 인심이 나듯이 차근차근 그러한 불균형도 개선해 갈 것이다. 베네수엘라와 같이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무차별 복지로 몰락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성장을 향한 그의 정신은 계승되어 싱가포르의 지도자들은 바이오, 의료 산업 등 미래 산업 육성 정책과 같이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하는 싱가포르이다. 

아직은 성장이 절실한 한국

왕조 시대의 백성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의 전부이기에 정도전의 토지분배정책은 그 시대에는 옳았을 수도 있다. 자기 땅을 갖게 된 백성들은 귀족들의 가렴주구에 벗어나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말이다.

현대에 와서는 추구하는 정치 패러다임은 국가의 상황마다 다르다. 하지만 큰 틀은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이다. 위에서 언급하였지만, 결국 분배를 계속 추구하는 정치는 파탄에 이르렀다. 성장을 패러다임으로 한 나라는 번영 중이다. 그러면서 분배의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싱가포르는 각각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의 길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일까? 소득수준 1만~2만 달러대에서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 한국의 상황이다. 비슷한 사례로 아르헨티나는 한때 세계에 손꼽히는 경제대국이었지만, 분배의 정치로 몰락하였으니 남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최근 한국 국민도 지금의 소득수준에서 4~5만 달러대의 복지수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복지 지출만으로도 시간이 흐르면 선진국 수준이 될 것인데도 말이다.

현시대의 분배, 복지라는 것은 고정된 파이를 가지고 나눠 먹기와 같기 때문에 성장은 정체될 것이다. 그리고 복지 지출이라는 것은 한번 지출되기 시작해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려면 국민의 반발로 개혁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국가 재정은 한정되어 있기에 증가하기 시작하는 복지 지출 규모는 R&D, 교육 지출 등의 영역을 침해하여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한번 시작된 분배는 마약과 같이 계속 요구하기에 결국은 빚을 내며 하는 지경까지 이를 것이다. 결국 베네수엘라와 같이 경제는 파탄날 것이다.

   
▲ 어느 나라든 분배를 계속 추구하는 정치는 파탄에 이르렀다. 한국 정치의 길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일까?/자료사진=연합뉴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동안 억압받던 분배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분배에 대한 요구에 모든 것을 들어주면 베네수엘라와 같은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분배정책은 사회에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선별적, 자활적인 정책이 정답이다. 그것이 치열한 글로벌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 선진국을 향해 가야할 길이 멀다. 4.13 총선 이후 한국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그렇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가 정체하느냐 성장하느냐의 기로에서 경제 민주화, 무상 복지와 같은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분배의 정치로는 성장도 복지도 모두 잃을 수 있다. 펑펑나는 석유도 없이 오로지 한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으로 지금까지 수출대국과 11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룬 한국이다. 베네수엘라와 같은 비극이 없으려면 한국은 앞으로도 성장을 추구하며 경제적 자유와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정영동 중앙대 경제학과, 자유경제원 인턴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영동]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