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호실적 불구 일부 품목 중국과 경쟁 심화…공급과잉 '적신호'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표적 기간산업인 해운, 조선, 철강, 건설, 석유화학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이들 5대 업종에 종사하는 직간접 인력만 100만명을 넘어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들 업종은 자체적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으며 정부 또한 조만간 채권단 등을 통해 본격적인 산업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 석유화학업계는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다. / 연합뉴스

이 가운데 석유화학업종도 대중국 수출에 의존해왔던 국내 업체들이 중국 기업들의 생산설비 확충으로 자급률이 많이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에 놓였다. 이에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적용 업종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수직계열화로 TPA 생산량 상당수를 자체 소비하는 롯데케미칼과 효성 등과 달리 외부 판매 비중이 높은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 등은 어려운 형편이다.

업계는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다. 각사마다 수급을 조절하거나 원가를 절감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종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해 조선이나 해운, 철강 등과 조금 상황이 다르다. 전반적인 호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품목이 중국과의 경쟁 등에서 뒤처지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주로 나프타(납사)를 원재료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국내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종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4.5%에서 2014년 3%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7.5%로 상승했다.

업계 선두인 LG화학은 지난해 1조8236억원, 롯데케미칼은 사상 최대인 1조6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1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 울산석유화학단지 전경 / 연합뉴스

수익성 개선은 에틸렌 등 기초유분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면서 기초유분 비중이 높은 우리 석유화학제품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는 지난해 10월 494달러에서 11월 590달러, 12월 644달러로 급등한 뒤 올해 3월 765달러, 최근에는 820달러대로 치솟았다.

저유가로 인해 원료가격이 떨어진데다 아시아 주요 NCC(Naptha Cracking Center) 정기 보수로 인해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적인 호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품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테레프탈산(TPA)인데, 국내 TPA 생산업체들은 대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중국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자급률이 높아지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3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전 세계 TPA 공급량은 연평균 7.9% 늘어나지만 수요는 5.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만성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TPA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해지자 업계 자율적으로 감산을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생산라인 전환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화종합화학과 효성 등의 사정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TPA 생산설비 555만톤 중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95만톤(17%) 규모가 감축됐고 추가로 70만∼115만톤 규모가 줄어들 예정이다.

정부는 TPA 생산설비의 자발적·단계적 감축계획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만큼 다른 공급과잉 품목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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