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황석영 작사…5·18 기념식 지정곡은 국가 부정 의미
   
▲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소설가 황석영이 주도하여 만든 노래이다. 황석영은 광주항쟁 과정에서 죽은 남녀를 주제로 한 넋풀이 극의 주제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작성했다. 황석영은 백기완의 혁명시 「묏 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중에서 죽은 투사들이 살아있는 투사들에게 '새날이 올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우라'고 호소하는 단락을 발췌하여 약간 수정해서 가사를 만들었다. 그 가사에 김종률이라는  대학생 작곡가가 곡을 붙여 완성한 것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작과정에 비추어 볼 때, 그 노래의 제1작사자는 백기완이고, 제2작사자는 황석영이다. 이 두 사람은 반대한민국 활동을 전개한 경력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백기완의 반대한민국 주장

제1작사자 백기완은 1980년대 이후 반체제·반국가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는 반대한민국-반미-반자본주의 사상을 선전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백기완의 반대한민국-반미-반자본주의 사상은 그의 저서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청년사, 2003)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 책 속에 들어있는 백기완의 반대한민국-반미-반자본주의 주장들을 예거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 온갖 나쁜 짓을 해서라도 돈만 거머쥐면 왕이 되는 사회이며'(73쪽), '남한 땅과 그 위의 재산의 진정한 주인은 미국의 독점자본이고'(343쪽), '오늘의 우리나라는 말로만 우리나라이지, 그 알맹이는 모두 미국 납쇠의 짠틀 속에 들어가 꼼짝을 못하게 된 빚더미 나라, 다시 말해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이 되어 있고'(378쪽), '남의 나라 군대가 지배하는 창피하고 더러운 식민지다'(66쪽).

미국은 '미국의 독점자본이 우리나라를 착취하기 위해서 한반도를 침략하여 허리를 두 동강이 낸 범죄자이고'(99쪽과 190쪽), '한반도를 영원히 분단시키기 위해 남한에 폭발물과 핵무기를 무더기로 깔아놓았으며'(324-5쪽), '피지배국민 가운데서 협조자를 골라 착취의 일부를 나눠주어 앞잡이로 만든 다음 그들을 앞세워 미국 독점자본들이 마음대로 착취하도록 만들고, 지금껏 우리 땅에 있어온 갖가지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의 탄압, 분단독재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188쪽).  미국은 또 '8·15해방 뒤부터 한반도에 들이댄 빨대로 우리 민족의 피와 살, 기름과 뼈대까지 아주 싸그리 빼가기 위해 그런 짓을 해왔으며'(183쪽), '우리에게 모든 것을 잡아먹는 탈쇠다.'(154쪽).

'우리의 통일은 미국 독점자본의 손아귀로부터 해방된 자주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을 축출하지 않고는 통일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축출되지 않은 통일은 이루어져봤자 민족 전체를 미국의 노예로 만드는 통일이다.'(190쪽), '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우리 땅에 숨겨져 있는 미국의 핵무기, 핵폭탄부터 미국으로 몽땅 보내야 한다. 우리들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는 주한미군이다. 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주한미군부터 몰아내야 한다. 미군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우리들의 통일도 죽고 민족의 자주성도 죽는다.'(328-9쪽), '우리들의 통일이란 갈라진 땅덩이를 하나로 하되, 우리 땅, 우리 공장, 우리 은행, 우리 집들을 미국으로부터 다시 빼앗아서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343쪽),

'지금 이 땅의 분단은 똥떼 날강도(자본가)와 일 밖에 모르는 사람과 갈라서 있는데, 만약 이대로 통일이 되면, 그것은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자본가들에겐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해도 해도 빚쟁이만 되고 끝내는 그 빚으로 죽어야 하는 지옥이 될 것이다. 이 세상은 일은 않고 돈놀이로 사람을 망치고 세상을 망치는 자본가의 세상, 자본가의 천국이다.'(375쪽), '미국놈들을 몽창 몰아내고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어 기를 펴는 세상이 되는 통일이 진짜통일이다'(149쪽), '우리가 일구고저 하는 통일세상은 노나메기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370쪽), '노나메기 세상은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노나서 씨를 뿌리고, 노나서 노래를 하며, 노나서 김을 매고, 노나서 거두고, 먹는 것도 사는 것도 노나메기로 하자. 식구수대로 똑같이 나눠가지는 세상이다.'(368쪽).

   
▲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1작사자는 백기완이고, 제2작사자는 황석영이다. 이 두 사람은 반대한민국 활동을 전개한 경력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반국가인사들이 만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설사 그것이 반체제 혁명가요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노래를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한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황석영의 반대한민국 활동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2작사자 황석영은 1980년대 이후 반대한민국·친북한 활동을 강도 높게 전개해온 소설가이다. 특히 1989년부터 1993년까지는 북한의 앞잡이로서 무거운 죄질의 반대한민국 활동을 전개했다. 황석영은 1989년부터 해외에 체류하면서 그해 3월 북한을 불법 방문한 이후 1993년까지 도합 5차례나 북한을 왕래하고 김일성을 7차례나 만났으며, 북한의 지시에 따라 독일 일본 미국 등지에서 이적단체 '범민련' 관련 활동과 김일성 및 북한체제 찬양 활동을 전개했다.

황석영은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김일성의 회고록 집필에 참여했고, 1991년 북한에서 개봉된 5·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황석영이 시나리오를 쓰고 윤이상이 음악을 담당한 이 영화는 환각제에 취한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에서 잔인무도한 살인 광란극을 자행한 것으로 묘사했고, 남한에서 반미 폭력혁명을 일으켜 북한식 통일을 추진할 것을 선동하는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필자는 황석영이 자기가 저지른 반대한민국 죄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지한 반성을 했다는 기록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황석영은 1993년 귀국 후 당국에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아 1998년까지 복역했다. 출소 후에도 『강남몽』과 같은 반대한민국 소설을 발표하는 등 온건한 방식의 반대한민국 활동을 전개했다. 황석영의 소설 『강남몽』(창비, 2010)은 미국의 대한정책과 해방 정국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들을 반대한민국세력이 주장해온 관점에서 왜곡 서술했으며, 건국 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실제와 다르게 왜곡하여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반공세력의 주축은 친일파이며, 한국사회는 권력층·부유층·조폭 등이 유착하여 지배하는 부도덕한 사회인 것처럼 묘사했다.

반국가 인사가 만든 노래를 국가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것은 국가부정 의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사자는 백기완과 황석영이고 작곡자는 김종률이다. 그러나 이 노래의 중요성은 그 가사에 있으므로, 가사를 중심으로 말하여 이 노래를 백기완과 황석영이 만들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런 점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반대한민국 인사들이 만든 노래라고 조건부로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반국가인사들이 만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설사 그것이 반체제 혁명가요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노래를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한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노래를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한다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반국가활동을 용인 내지 긍정한다는 의미하고, 그것은 곧 국가부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기념식 의전 관례에서는 친일파가 만든 노래는 제창이나 합창은 고사하고 악기 연주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친일파가 만든 노래를 국가 기념식에서 연주라도 하는 것은 그의 친일활동을 국가가 우회적으로 용인·긍정하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국가반역전과자들 및 국가반역자들에게 극히 관대한 이상한 나라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회개하지 않은 반국가활동 전력자나 반국가적 언동을 계속하는 인사들이 작사한 가요에게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되는 명예를 부여한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그 내용이 어떠하던 간에 작사자나 작곡자가 반국가활동을 해온 사람의 노래는 국가적 기념식에서는 제창은 물론이고 합창도 해서는 안 될 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반역활동을 전개한 인사들이 집권한 혁명정권이 아닌 상황에서 반역활동을 자행한 인사들이 만든 노래가 국가적 기념식에서 가창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반대한민국 인사들이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사의 내용이 반체제 혁명을 위한 투쟁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노래가 한 때나마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되었고, 아직도 합창되고 있는 사실은 국민적 반성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안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나라에서는 집권당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포함한 압도적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그런 노래가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되었던 과거의 과오를 회복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으며, 다수의 지식인들도 덩달아 동조하고 있다. 제정신을 가지고는 살아가기 힘든 어지러운 세상이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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