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갖추려 낙하산 인사"…적자 노인탓 정부에 비용보전 요구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대본 읽은 박원순, 
완벽했던 기자회견문 발표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 박원순 시장은 짧게 목례한 뒤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지난 5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에 따른 서울메트로 외주화와 메피아를 해명하는 자리였다.

박원순 시장은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사죄로 시작하면서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특권’과 ‘관행’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고 비상한 각오로 혁신하겠다”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사고였기에 황망했으며 이는 현장을 살피지 못한 자신의 불찰과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재연하지 않기 위한 대책으로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외주화의 전면 직영 추진 ▲서울메트로 퇴직자 채용 의무특혜 조항 삭제 ▲기술력과 경력에 근거한 객관적 보수체계 도입 ▲지하철 안전시스템 혁신 등을 약속했다.

사고 대책의 실효성에 관한 논란은 차치하고, 준비된 기자회견 대본을 그대로 읽은 박원순 시장에게서는 아무런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대본 없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박원순 시장은 예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 박원순 시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서울메트로 메피아'에 대한 책임을 중앙정부 탓, 남 탓으로 돌렸다./사진=미디어펜


박원순의 서울메트로 기자회견…모르쇠에 남 탓

왜 이제야 메피아의 존재를 알게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시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메피아라는 것이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서 경영합리화 인원감축 등의 정책 속에서 형성됐고 이런 형태로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자신이 인사권을 발동했고 사장, 감사, 비상임이사 등 박원순 사람들이 경영한 ‘서울메트로 메피아’에 대한 책임을 중앙정부 탓, 남 탓으로 돌리는 박 시장이었다.

취임한 지 5년이나 지났는데 메피아에 대해 정녕 몰랐는지 재차 묻는 기자에게 박 시장은 “저는 자세히 몰랐다”라고 답변했다.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 5명 중 4명은 자신 측근임에도 본인은 특혜 관행에 대해서 몰랐다? 박원순 시장은 메피아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어진 기자의 질문은 핵심을 찔렀다. “앞선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때에는 왜 고쳐지지 않았는지 궁금하고, 서울메트로의 비상임이사들이 비전문가들로 채워졌는데 인사에 있어서의 기준과 원칙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원순 시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난번 강남역 사고 이후 2인 1조 등의 안전조치를 도입했고 그런 것으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판단했지만 그 모든 것이 탁상공론이었다. 현장에서는 2인1조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다. 현장에서 작동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비상임이사에 있어서 여러 영역에서 한 것이고 지하철이라는 것이 단순히 철도 전문가나 지하철 전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과의 소통이라든지 하는 (분야에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 이번 구의역 사고는 수리 진행 및 전철 운행 중단이 연계되어 있지 않은 안전시스템 미비, 이를 보완하지 못한 서울메트로 역무원들의 안전의식 부재로 일어났다./사진=연합뉴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다양성 갖추려고 그랬다?

기가 차다. 전문성이 전무한 자신의 낙하산 인사들에 대해 다양성 운운하는 박 시장이다. 서울메트로는 가장 값비싸고 수용능력이 압도적으로 큰 대중교통수단을 관리, 운영하는 회사다. 경영 능력이나 관련 기술력이 출중한 낙하산 인사라면 모를까, 시민과의 소통이나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였다고 답하는 박원순 시장은 후안무치했다.

자신이 임명한 낙하산 인사에 관해 다양성 운운한 박 시장이었으나, 이어서 기자가 서울메트로 적자에 대해 질문하자 “어르신들의 무임승차 비용 4천억을 포함해서 매년 5천억의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며 “(이번 사고가) 이른바 신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구의역 사고의 원인은 안전의식 및 시스템 미비다. 구의역에 역무원이 여럿 있었으나 아무도 사고 당시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 의사소통 부재는 둘째다. 수리 진행 및 전철 운행 중단이 연계되어 있지 않은 안전시스템 미비와 이를 보완하지 못한 서울메트로 역무원들의 안전의식 부재가 첫째 원인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노령 층의 무임승차를 지목한 후, 신자유주의 타령으로 일관했다.

이어 박 시장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에 (재정적) 도움을 요청한다”며 “몇 년 째 중앙정부와 국회에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달라고 전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메트로 재정 적자가 무임승차하는 노인들 탓이며 이에 비용보전이라는 공을 중앙정부에 돌리는 박원순이었다. 서울메트로가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도 제대로 지키는지 의문이다. 최근 자체적으로 ‘경상남도 채무 제로’를 만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박 시장에게 교훈으로 와 닿지 않는가 보다. 기자회견 현장에 있었지만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박원순 시장의 답변이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원순 시장은 "다양성을 갖추려고 그랬다"라고 답변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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