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만큼 적당히, 부담 없이" 음주 문화 변화가 주 요인
[미디어펜=신진주 기자]작년엔 순하리·자몽에이슬 등 과일 리크류주 일명 과일소주가, 올해는 이슬톡톡·트로피칼이 톡소다 등 탄산소다주가 대세로 떠올랐다. 달달한, 순한 소주의 탄생 배경은 '여자' 때문일까?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해양조가 '부라더 소다'를 출시하면서 시작된 탄산주 열풍은 올해 하이트진로의 이슬톡톡, 무학의 트로피칼이 톡소다, 롯데주류의 '순하리 소다톡 사과' 등이 선보여지면서 거대한 탄산주 시장을 형성했다. 

   
▲ 지난해 보해양조가 '부라더 소다'를 출시하면서 시작된 탄산주 열풍은 올해 하이트진로의 이슬톡톡, 무학의 트로피칼이 톡소다, 롯데주류의 '순하리 소다톡 사과' 등이 선보여지면서 거대한 탄산주 시장을 형성했다. /하이트진로, 보해양조, 무학 제공


3도~10도 정도의 저도수 제품으로 탄산의 청량감과 달달한 과일향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은 하이트진로의 이슬톡톡이다. 출시 두 달 만에 천 만병 판매하며 그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주류업체의 탄산주 마케팅은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 색상, 예쁜 용기 디자인은 기본이다. 여심을 잡기 위해 메이크업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뷰티마케팅, 트렌드 패션으로 자리잡고 있는 생활한복 브랜드와 패션마케팅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청포도맛 제품 '청포도 에이슬'을 선보이며 자몽에이슬과 함께 과일 리큐르시장의 양강구도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주류업체의 마케팅을 살펴보면 여성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리크류주, 탄산주가 여성들 만을 위해 개발됐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해당 제품의 탄생은 단순히 음주하는 여성 고객이 늘어서일까. 

사실 음주하는 여성인구는 주류업체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과거 술 소비 주요 층이 남성에 국한돼 있었다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음주율도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5년 여성 월간 음주율은 36.9%에서 매년 증가해 2013년에 45.7%를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의 월간 음주율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리서치회사)의 조사에서도 지난 20년간 주 1회 이상 음주하는 비율이 남성은 줄고, 여성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 사진=각 사 제공


새로운 여성 고객도 업체 입장에선 중요하나, 꼭 여성들만을 위해 해당 제품들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근본적인 것은 음주 문화의 변화다. 

보통 술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먹고 죽자", "술은 원래 내일 생각하지 않고 마시는 거야",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 행태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삶이 중요해진 요즘 직장생활에서 회식자리가 줄어들고, 과다 음주를 지양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며 "독주를 꺼려하고 '마실 만큼 적당히, 부담스럽지 않게'가 전반적인 인식으로 퍼지면서 저도주 선호 층이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술을 권하는 문화도 줄어든 데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술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 '나 홀로 음주', '홈파티족'이 늘어나면서, 대책을 강구해야 했던 주류업체의 답은 저도주였다. 

이에 소주, 위스키 술의 알코올 도수가 뚝뚝 떨어졌다. 1924년 처음 출시된 소주는 35도였지만 지난 2006년 19.8도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출시된 과일 맛 소주는 12~14도다. 이제 30도 위스키는 주류 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 새로운 개념의 술이 등장한데는 다양한 제품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층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독특한 맛, 디자인 등이 개발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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