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 현지화 관건…'투트랙 전략' 주목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12억 인구로 엄청난 소비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인도를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인도는 가전과 스마트폰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인도 시장을 향한 러브콜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발 빠르게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과 LG는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지역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 생산 공장과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분기(1월~3월)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이는 전분기(7.2%)는 물론 시장 예상치(7.5%)도 크게 뛰어 넘는 것. 7.9%의 성장률은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최고치다. 인도의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7.6%다.

중국이 7년 만에 가장 낮은 6.7%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도 대비된다. 이처럼 현재 신흥국의 성장 동력이 중국에서 인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LG전자는 최근 인도에 '모기 쫓는 TV(Mosquito Away TV)'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이용해 모기를 쫓아낸다./LG전자
 

가전 시장 '현지화'와 '아이디어' 승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철저한 제품 현지화 작업을 통해 시장 장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히트제품 애벌빨래 세탁기 '액티브워시'는 인도에서 아이디어가 나와 대박을 쳤다.

인도시장에 특화된 제품으로 개발된 액티브워시는 인도 빨래터인 도비가트에서 이름을 따온 '도비가트' 프로젝트팀이 인도 7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표본가구들의 세탁 행동을 관찰해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4월 인도에 출시한 액티브워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인도시장 전자동세탁기 매출을 전년 대비 45%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또 이를 글로벌시장에 맞춰 지난해초 재출시, 1년 만에 글로벌 15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인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릴리꽃 문양을 넣고 야채를 더 많이 보관할 수 있도록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쓸 수 있는 냉장고, 파티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TV와 음향 시스템 등 지역특화 제품도 내놨다.

LG전자는 최근 인도에 '모기 쫓는 TV(Mosquito Away TV)'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이용해 모기를 쫓아낸다. 초음파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TV 시청을 방해하지 않는다.

LG전자는 모기가 유발하는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 인도에서 높다는 점을 감안해 이 제품을 출시했다. 필리핀, 스리랑카 등 동남아 지역에도 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수기 분야에서도 괄목적인 성과를 보였다. LG전자는 2014년 7월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로 인도 정수기 시장에 진출, 올해 1분기 판매량을 작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렸다.

현지 고객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최근 인도 노이다 공장에 정수기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정수기 설치와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을 지난해 하반기 대비 40% 가량 늘렸다.

LG전자 관계자는 "해당 국가에만 해당하는 특수한 환경을 보고 지역 특화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현지 맞춤형 제품들을 앞세워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갤럭시S7을 인도에서 출시, 한 전자제품 유통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체험 마케팅을 실시했다./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프리미엄·보급형 '투트랙' 전략

인도 시장의 스마트폰 매출은 내년에 210억6600만달러(24조98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시장 규모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최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에 맞춘 투트랙 전략을 내세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5.1%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7 엣지’와 ‘갤럭시S7’ 2차 출시국인 인도에 선보였다. 이와 함께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J 시리즈,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적용한 10만 원대의 Z시리즈 등의 판매를 개시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 1일 수도 뉴델리 외곽 구르가온에 있는 킹덤오브드림스 공연장에서 G5 출시 행사를 열고 이날부터 G5를 5만2990루피(94만원)에 인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했다.

앞서 LG전자는 4월 9500∼1만3500 루피의 보급형 스마트폰 K7과 K10을 인도 공장에서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폰과 저가폰 판매 라인을 모두 갖추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요한 국가다. 내년에는 인도 시장이 중국 다음으로 커지고 매출 증가율도 높을 것"이라며 "삼성과 LG뿐만 아니라 레노버와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에서 4G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LTE를 지원하는 저가 스마트폰 모델의 개발과 판매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