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채권단이 방만한 관리를 통해 조선사의 부실을 키워 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국민세금으로 기업을 살리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는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채권단이 방만한 관리를 통해 조선사의 부실을 키워 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감사원의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적자수주 물량을 과도하게 확대해 경영정상화를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성동조선이 적자수주 승인기준이 되는 신규 선박의 건조원가를 실제보다 낮춰 수주승인을 신청했지만 수은 경영관리단은 이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수은은 지난 2010년 성동조선이 경영정상화이행 약정을 체결한 이후 주관은행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수은은 지난해 10월 출자전환을 통해 성동조선 지분의 70.6%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수은의 저가수주 방지에 대한 업무 태만은 성동조선의 영업손실을 1억4300만달러(1672억원)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성동조선은 적자수주 승인기준에 미달하는 선박을 추가로 수주하게됐고 적자물량이 과도하게 확대돼 경영정상화방안에 따라 폐쇄했던 일부 야드를 재개방하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저가수주 물량이 늘어나면 조선소는 선박을 건조할수록 손해를 본다. 이로 인한 영업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밖으로는 시장을 교란시켜 국내 조선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은은 성동조선과 지난 2010년 10월 8월 이후 4차례 경영정상화이행 약정을 체결하면서 총인건비 조정, 사업규모 축소 등 약정이행 담보방안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성동조선의 실적이 5년 연속 최하등급인데도 구체적인 시정계획이나 부실한 자구계획을 형식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키운 해양플랜트 사업과 관련해서도 보증한도를 선박과 구분하지 않는 등 보증위험 관리에 소홀했다. 수은은 지난 2012~2014년까지 해양플랜트와 선박을 구분하지 않고 보증한도를 통합해 설정했다. 

신규 해양플랜트에 대한 보증지원시 기존 수주건의 공정과 인도지연 여부 등에 대한 검토없이 보증서를 마구 발급했다. 그 결과 해양플랜트 선수금 1조8000원은 고스란히 타은행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 SPP조선은 SM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서며 채권단과 조율에 들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사진=미디어펜 DB

반면 수은은 SPP조선이 지난해 11월 해외 선주사로부터 발주 받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Middle Range Tanker, MR Tanker) 8척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요청을 부결시켰다. 

결국 3200억원 규모의 계약은 모두 취소됐고 RG발급을 기다리던 선주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수주길이 막혀 위기에 처한 SPP조선은 이후 SM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서며 채권단과 조율에 들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채권단은 남은 수주물량에 따라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법으로 인력감축을 통해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재매각의 기회를 엿본다는 방침이다.

SPP조선 근로자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무산된 수주건이 무사히 통과됐다면 SM그룹과의 매각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며 “지금으로서도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에게 성동조선해양의 수주관리 업무 및 수주추진 승인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 문책하도록 요구했다. 이어 향후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 체결과 사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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