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 맞은 조선소…"방법은 있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 노조까지 파업을 예고했다. 

얼마 전까지 금융당국은 회사와 채권단의 협의를 통해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완성했다고 밝혔지만 노동계까지 아우르지는 못한 모양새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 울산 본사에서 조합원 퇴근 시간에 맞춰 중앙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울산 본사에서 조합원 퇴근 시간에 맞춰 중앙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형록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 4명이 중앙집회에서 삭발을 하며 ‘분사·아웃소싱 반대와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투쟁의지를 밝힌다.

오는 17일에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을 결의한다. 이후 간부 철야·천막 농성과 점거 투쟁, 공장 가동을 멈추는 파업 등 투쟁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지난 14일 투표 참여 노조원의 85%가 파업을 찬성했다고 밝히며 회사와 채권단이 밝힌 자구계획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며 회사, 채권단, 노조가 제안한 당사자 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계를 구성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조선 산업은 전형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현대중공업의 직영과 사내협력 인원은 지난달 기준 총 7만9000명이며 대우조선해양은 4만9000명에 이른다.

회사와 노조가 함께 풀어가지 못하면 구조조정의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노조의 공통적인 요구는 고용안정이다. 

   
▲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4일 투표 참여 노조원의 85%가 파업을 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는 제품사업의 분사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특수선 분할을 막기 위해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 상경투쟁까지 계획 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분사는 ‘물량 외주화’와 다름없다”며 “결국은 전 사업장으로 분사를 확대해 직영물량 외주화 시키고 현대중공업을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 것이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잠수함 등 특수선 부문 분할이 대우조선을 해외에 매각하기 위한 첫 단추이며 이를 시작으로 회사가 중국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는 자구계획을 통해 앞으로 2년 반 동안 인력을 3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는 내년 3월까지 실직자가 최대 3만명 가량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있다.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계 소득까지 줄어 내수도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의 업계의 분석이다.

고용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해 신고한 근로자는 모두 3268명으로 체불임금액은 153억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업 관련 근로자들이다.

노조 관계자는 “수주절벽이라고 하는데 고용절벽이 따로 없다”며 “한국이 세계 조선업계에서 1위의 영광을 누린 것은 분명 현장에서 땀흘리는 노동자들의 노력도 크다. 경영진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위기가 닥친 것인데 그 대가는 노동자들의 희생뿐이다.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왜 노동자들이 노동자를 비판하는 시대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종 구조조정은 설비와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위를 달리던 한국 조선업계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은 노사가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며 “노사가 대화의 창을 열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