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수주에 급급해 서두르다보면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저가수주로 이어지죠. 겉으로는 조선소가 살아남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상누각’이 될 뿐입니다.” 

   
수주절벽, 요즘 한국 조선업계를 대변하는 단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신규수주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또 다시 저가수주 경쟁을 부추길 뿐이라 지적한다.

수술대에 오른 국내 조선업계. 대형업체들은 줄이기에 바쁘고 중소업체들은 스스로 살아남기에 바쁘다. 여기에 수주가뭄까지 덮쳐 한국 조선 산업은 이제 끝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위기를 기회로 노리는 일부 유럽선주들은 가격을 낮춰 부르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상담이 들어오곤 하는데 유럽선주들이 가격을 너무 싸게 요구해 고민”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특히 채권단의 구조조정 대상이 된 조선소들이 수주를 급하게 서두르려고 하는데 주의 해야한다”며 “세금 부어가며 살려놔도 그 힘으로 또 저가수주 앞장서서 시장 물 흐릴까 걱정이다”고 꼬집었다.

4조5000억원의 지원금을 받고도 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한 STX조선해양의 사례를 보면 저가수주가 쌓이면 어떤 처방전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년을 구조조정에 돌입해 이것 저것 팔았지만 “배를 만들수록 손해가 났다”는 직원들의 원망만이 남았다.

   
▲ 수주절벽, 요즘 한국 조선업계를 대변하는 단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신규수주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또 다시 저가수주 경쟁을 부추길 뿐이라 지적한다. /사진=연합뉴스

자국 정부와 선사들의 지원을 받아 일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의 사정이 더 나쁜 것은 사실이다. 

한국 해운업계는 제 몸 건사하기도 힘들고 금융업계는 수주받은 물량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꺼리며 여신도 줄여가고 있다.

당장 배가 고파도 이를 악물고 선가가 회복될 때까지 참는 단합이 필요하다. 한국에 배를 맡기고 싶어 하는 선주들은 분명 있다. 

1등 기술력 제값주고 팔아야한다. 내년부터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한국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수주절벽. 위기보다는 멀리 뛰기 위한 도약의 단계라는 시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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