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대화가 필요해"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까지 파업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선업계 빅3의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 CEO들도 노조의 행보에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조선업계 빅3의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 CEO들도 노조의 행보에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상경시위를 진행하고 회사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삼성중공업 노협은 전날 파업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시킨 바 있다. 조합원 91.9%가 찬성표를 던지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사측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던 노협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018년까지 3년간 경영상황과 연계해 전체 인력의 30~40%를 효율화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약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노협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자구안 시행으로는 조선소를 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조선업계 CEO 전문가 조찬 간담회’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만약 노협이 파업을 진행하면 회사가 은행의 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며 파업을 최대한 막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일주일 사이에 자구안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노협과 대화를 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간담회에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도 참석했다. 권 사장 역시 구조조정과 관련해 “아버지가 100만원 벌다가 60만원 벌게 되면 거기 맞춰서 살아야한다”며 “옛날 아버지 잘 살 때 월급만 생각하면 안된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계획 중이다.

노조는 중동위에 사측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시간을 끌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파업권 확보의 이유도 크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계획 중이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한편 권 사장은 다음달 1일 울산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최길선 회장과 함께 임직원을 대상으로 비상경영 설명회를 연다. 회사의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계획 등을 주요 현안과 해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설명회를 위해 전 사업장의 조업을 2시간동안 중단하고, 사내 방송을 통해 설명회를 생중계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간담회에서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정 사장은 “노조들이 항상 하는 얘기”라며 “우리 노조도 회사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파업까지는 안 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틀간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지난 14일 조합원 85%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쟁의행위 가결 당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며 “회사, 정부, 노조 3자 협의 체계를 구성해 대화의 장을 만든다면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여지를 남겼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잇따라 파업카드를 꺼내든 것은 사측과 대화에 나서기 위한 압박용인 것으로 보인다. 안팎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며 “주채권은행과 자구계획을 이야기할 때 노사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노사가 대화의 창구를 열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