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진흥' 일색, 예산·행정비용 늘 수밖에…통폐합 해야"
지난 29일도 문체부 장관에 "정부가 문화계 큰손되면 안돼" 경고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제가 한번 불러보면 자리에서 잠깐 일어서주십시오"

1일 오후 늦게까지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문화체육관광분야 기관장들에게 현안 질의를 던지는 대신, 별안간 이처럼 요청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재단법인 한국공예디자인문예진흥원, 한국문화진흥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재단법인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권도진흥재단"

"여기 서 계신 분들 공통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실 겁니다." 호명된 기관장들이 일어서자 전희경 의원이 던진 수수께끼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 중 답을 내놓은 사람은 없었다. 

전 의원은 "지금 서 계신 분들은 아예 그 이름에 '지원' '진흥' 같은 말이 붙어 있는 기관의 장들이시다"라고 답을 공개했다.

이어 "이 외에도 (호명되지 않은) 문화예술위원회와 같이, 재원을 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 이렇게 많다"며 "제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느낀 게, 문체부 산하기관과 관련 법규를 봤을 때 정말 '진흥' '발전'이란 말이 이렇게 많이 붙은 부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 1일 오후 늦게까지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맨 오른쪽)은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문화체육관광분야 기관장들에게 "제가 한번 불러보면 자리에서 잠깐 일어서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사진=미디어펜


전 의원은 "물론 문화가 중요하고, 예술이 중요하기 때문이겠지만, 이렇게 되면 필수적으로 전달비용이 증가하고, 배분하는 기관 자체의 사이즈가 커지고, 그야말로 행정비용이 증가하는 속성을 피해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기금 고갈문제나 근거법 미비 문제가 나와도 우군을 얻기가 어려운 것이다. 국민들께선 중복투자되고, 행정비용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경각심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디와 어디 기능을 합치고 간결히 정리하면 행정비용은 줄이면서 그 기관 혹은 사업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는 여기 계신 산하기관의 장들께서 잘 아실 것"이라며 "20대 국회와 꼭 같이 그런 논의들을 자발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역대 정부가 국민 혈세를 기반으로 문화예술계에 직·간접적 예산 지원 정책과 담당 기관을 계속해서 늘리면서, 행정비대화와 함께 재정 낭비가 발생하므로 유사 업무·기관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도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현 정부 들어 매년 문화예산이 증가하고 있음을 든 뒤 "문화의 중요성이나 문화강국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정부가 문화산업의 가장 큰 손이 되면 안 된다"고 같은 취지로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정부가 퍼주고, 사주고, 만들도록 해 주는 식으로는 (문화 산업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동력을 잃어버리게 한다"며 "예술가나 예술 산업이 이런 쪽에 포획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화계 특정 사업·분야 관련 지원금 배분 등을 놓고 정치권에서마저 갈등을 빚는 실태를 지적한 뒤, "문체부에서 기금이나 예산 분배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를 하지 않으면 이번 정부 뿐만 아닌 다음 정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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