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미디어 산업전략 수정 불가피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불허 결정을 받은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불허 결정을 받은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M&A는 공정위의 심사 의견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을 고려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최종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업결합의 영향력을 분석하는 공정위가 M&A를 불허한 상황에서 방통위와 미래부가 이를 뒤집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부는 공정위가 결정을 하면 심사 결과를 전달받은 뒤 90 일간 심사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 경우 조건도 없이 M&A를 불허했기 때문에 심사 진행 여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심사를 신청한 두 기업에 심사 신청서를 반려 하거나, 두 기업이 심사 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공정위와 반대되는 결정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지만 M&A를 체결한 양사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미래부의 최종 의견까지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사업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장기적 구상이 어긋나면서 미디어 사업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와 미래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 사옥에서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 미래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합병법인을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해 문화·콘텐츠 산업을 진흥하고 투자 활성화와 생태계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 강조해왔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입장에서는 M&A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던 전략방향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다른 M&A를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기적인 성장만으로 유료방송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라며 “기존의 3대 플랫폼 전략(생활가치, 사물인터넷, 미디어)은 일단 유효하게 진행하며, 우선 SK브로드밴드의 내실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기간 지속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공정위는 선례가 없음을 강조하며 약 7개월에 걸쳐 M&A 심사를 진행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양사 모두 손놓고 심사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장기간 지속된 M&A 불확실성의 해소와 옵션 포함 약 1조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을 다른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면서 “다만 성장성 보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강조했다.

송재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인수가 무산되며 단기간 내에 2위 과점사업자로 등극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가입자 증가 속도가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던 점을 감안할 때 자체 역량만으로도 2위 사업자 등극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KT나 LG유플러스는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막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양사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과점 사업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막혔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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