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한가?"…7월 '사드 안보대란'이 남긴 것
   
▲ 조우석 주필
 누구는 잔인한 4월이라고 했지만, 대한민국엔 7월 한 달이 잔혹했다. 1개월이 채 안 되는 이 짧은 기간 우리가 여전히 취약한 국가, 미생(未生)국가로 남아있음을 보여줬으며, 이게 과연 지속가능한 체제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했다. 지난 7월9일 국방부와 미8군이 사드 배치를 공식발표한 뒤 벌어진 논란과 소동은 우리의 밑천과 몰골을 모두 드러냈다.
 
인정하자. 첨단 무기체계 사드란 국가안보-외교와 경제문제가 연동된 대형이슈임에 틀림없지만, 공식발표를 하자마자 여론시장과 민심이 이토록 뿌리에서부터 출렁댈 줄은 미처 몰랐다. 걷잡을 수 없는 지역 이기주의와 외부세력의 준동부터 아찔했다. 
 
그래서 7월은 가히 안보대란의 달이었는데, 아무리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념적 합의가 깨진 위험사회라고 해도 도를 넘었다는 비관적 판단을 피할 수 없다. 사활적  안보에 등 돌린 정치권의 지리멸렬한 모습도 그렇지만, 질 낮은 언론의 선동질은 또 뭔가?

JTBC 뉴스룸의 끝없는 선동질

그들은 황폐화된 여론시장을 외려 나쁘게 만드는데 골몰하는 건 아닌가? 항구적 위기구조를 가진 우리의 처지를 냉철하게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최악의 매체는 한-경-오 좌파 미디어 못지않게 '이미 저쪽으로 넘어간' 매체인 JTBC부터 꼽아야 한다. 종편의 한겨레인 JTBC 뉴스룸의 지난 28일 앵커 멘트가 이렇게 삐딱하다.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단 발표가 나온 지 보름이 됐습니다. 그동안 성주의 모든 행사가 취소됐고 대신 촛불집회와 상경집회, 서명운동이 계속되면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성주를 마치 폭탄 맞은 도시인양 전하는 과장의 연속인데, 그날 뉴스 제목도 '사드 배치 쇼크 보름 도시 기능 마비된 경북 성주"다. 사드 쇼크라니? 이 문제 논의가 한미간에 시작된 게 무려 2년이 넘는데 무슨 느닷없는 쇼크 타령인가? JTBC는 과연 어느 나라 방송일까? 그날 이어진 현지 기자의 뉴스가 선동질로 도배된 것도 당연한데,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 기사는 바로 다음카카오 포털에 메인기사로 올려져 네티즌의 가슴에 불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이 나라 언론환경이 돌아가는 코스다. 그리고 드디어 굴비처럼 매달린 수천 건 댓글은 최악의 민심으로 둔갑한다. 다음 댓글을 보라.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한적하게 농사 짓던 마을에 마른하늘에 날벼락. 주민 설득보다 협박이 먼저냐?"(네리야) "아직은 성주만 마비되지만 사드가 배치된다면 대한민국이 완전 마비될 거다."(참마개) "국민이 외부세력?"(이형) "성주 사람들, 개 돼지가 아니란 걸 보여주세요"(펭귄)
 
선동당해 방향 없는 울분을 토로하는 네티즌의 목소리로 아우성이다. 댓글 1590개 거의 전부가 사드 배치 반대, 정부 비판, 현직 대통령 조롱으로 치닫고 있다. 사활적 안보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고, 북핵을 만든 전체주의 평양에 대한 분노는 자취도 찾아볼 수 없다. 한미동맹의 소중함? 그런 대의와 가치는 무관심 내지 저주의 대상일 뿐이다.

   
▲ 사드배치 문제로 온갖 괴담과 선동이 판을 치면서 대한민국의 7월은 잔인하게 흘러갔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 모인 경북 성주 군민들이 사드(THAAD) 배치 반대 상경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핵 이빨 사이로 대한민국 머리통을 들이밀겠다?

필자의 눈엔 집단적 정신착란의 현장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평양이 벌리고 있는 공포의 핵 이빨 사이로 대한민국 머리통을 들이밀어 자진해 죽으려는 절멸(絶滅)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꼴이다. 한 발만 터져도 수십 만 명을 죽이고 국토를 초토화시킬 핵무기 앞에서 이토록 황당한 사드 반대의 목소리라니! 
 
최소한의 시민적 교양마저 무너뜨리려는 사이비 언론과, 대형포털의 장난은 반사회-반국가적이기까지 한데 누구 하나 나서서 잘잘못을 가리지 않는다. 대중에게 아부하는 비겁한 지식인들은 민주주의 타령에 코박고 있을 뿐이다. 이통에 평균적 한국인들은 어느새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좋다"고 굳게 믿는 거대한 바보집단으로 변질됐다. 
 
그래서 북핵 앞에 굴종하는 사이비 평화를 우리민족끼리의 평화공존이라고 믿는다. 한 해 국방비(34조 원)의 세 배를 복지예산(105조 원)으로 펑펑 쓰면서도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모두가 언론과 정치권 탓이다. 신문 방송들은 이런 문제를 둘러싸고 독자를 설득하고, 여론을 모으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어느덧 그들은 매체 사이에 구별도 없어졌다. 겉보기에 멀쩡한 홍석현이 지휘하는 JTBC와 중앙일보의 허튼 짓거리도 문제이지만, 조선일보가 한겨레와 함께 청와대 흔들기에 매진하는 꼴볼견도 우리는 매일 본다. 정작 이들이 국가안보에 관한 책임있고 균형 잡힌 태도를 보였던 기억은 없다.
 
언론 못지 않게 이 땅의 공당(公黨)들은 더 노골적이고 한심한 수준을 지난 한 달 내내 노출해왔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최악의 자살골을 넣고 있는 국민의당의 무책임이 그걸 여실히 상징한다.

국제정치학의 상식 '국가란 전쟁하는 조직' 

더욱이 그 당의 원내대표 박지원은 얼마 전 거의 매일 같이 중국 시진핑의 첩자에 가까운 수준의 친중국 발언을 거듭 했다. 더 희한하게도 새누리당 그 누구도 이걸 비판하지 못한다. 그 직전 체제 수호에 등 돌린 그들의 비루한 정체를 스스로 커밍아웃했던 최악의 증거가 새누리 소속 대구-경북출신 의원 21명이 서명한 사드 배치 반대 집단성명(13일)이었다. 아무도 비탈에 선 대한민국을 챙기려하지 않는다.
 
자, 이 글의 결론이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강조해온 대로 대한민국은 완생(完生)국가가 아니다. 엄연히 취약한‘미생(未生)국가’이며,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걸 새삼 재확인해줬던 게 사드 배치 논란으로 날 샌 7월이었다.
 
미국에 국방을 외주(外注)를 준 나라가 대한민국인지라 어느덧 이렇게 고약한 풍토가 만들어져온 것이다. "겉보기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거짓말처럼 안보가 보장되어 왔고,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기적처럼 평화가 유지돼 왔다."(<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의 저자 김기삼)

이런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는 공짜라는 무임승차의 심리가 한국인의 집단정서로 자라났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경제번영이란 당연한 권리다. 이제 남는 건 헬조선 어쩌구 하며 국가와 사회에 짜증을 내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어떠신지? 국제정치학의 상식대로 국가란 '전쟁하는 조직'인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도저히 국가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회사 혹은 협회에 불과하다. 좌파의 집요한 장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엉터리 신화에 국방을 너무 오래 미국에 아웃소싱해온 나쁜 관행 등이 겹치고 겹쳐서 '제나라 지키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런 우리 체질과 실력을 재확인해준 게 안보대란 7월 한 달이었다. 
 
이 최악의 고질병을 어찌할 것인가? 손쉬운 몇몇 가지 해법과 처방을 오늘은 말하지 말자. 불가(佛家)의 말대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하는데,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나라로 거듭나는 것은 이런 환경에 대한 냉철한 자기진단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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