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자 0.2%, 3000명에게 300만원 살포하면 청년실업 해결?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청년수당으로 술 좀 먹으면 어떠냐는 박원순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지급강행을 둔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의 직권 취소에 박원순 시장은 불복, 대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내기로 밝혔다. ‘지방자치 침해’와 ‘포퓰리즘 만연’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서울시 청년 3000여 명을 볼모로 삼은 박원순의 정치적 행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필자가 아연실색한 것은 청년수당을 바라보는 박원순의 시각과 문제의식이다. 지난 달 29일 박 시장은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 청년수당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청년수당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및 중앙정부와의 갈등에 대해 “청년들을 믿느냐 안 믿느냐의 차이”라며 “복지부에서 계속 그 돈으로 술 먹으러 가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문제를 삼는데, 필요하다면 술 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는 16년 한해만 해도 청년일자리를 위해 2조1000억원의 예산을 쏟았는데 실업률은 10.3% 사상 최악의 상황”이라는 등 이어진 발언에서 청년실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년수당으로 술 좀 먹으면 어떠냐는 얘기다. 중앙정부가 2조 원 이상의 예산을 들이붓는데 청년실업을 잡지 못한다는 박원순이다.

   
▲ 서울시 20~29세 청년 대상자 144만 명 중 0.2%인 3000명에게 6개월간 300만 원을 준다는 것이 박원순식 청년수당의 요지다./사진=미디어펜


박원순의 착각은 한 가지 명제에서 출발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명제 말이다. 한 달에 50만 원씩 6개월 간 청년수당을 받게 될 서울시 청년들에게 취업에 대해 어떤 인센티브가 있을지 반문한다. 청년수당을 받은 지 1년 내로 취업을 하지 못하면 고리의 이자를 붙여 원금까지 다시 토해내도록 하지 않는 이상, 해당 청년들이 취업에 힘쓸 이유가 있을까. 서울시가 청년수당 명목으로 올해 책정한 90억 원은 뿌리고 사라지는 헬리콥터 머니다.

전세계 어떤 선진국에서도 복지 포퓰리즘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고 국민의 부가 늘어나며 청년실업이 해결된 적이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오일머니로 흥청망청 복지 포퓰리즘을 벌이다 파탄이 난 베네수엘라나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 자원 수출로 자국민 모두를 먹이고 있는 현재의 브루나이 왕국 정도가 이에 근접한 사례다.

박원순의 더욱 큰 착각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판이다. 서울시 20~29세 청년 대상자 144만 명 중 0.2%인 3000명에게 6개월간 300만 원을 준다는 것이 박원순식 청년수당의 요지다. 앞서 언급한 정책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서울시 대상자 중 0.2%에게만 선별적으로 수혜가 가는 청년수당이 수십 만 명 청년실업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자의 평균 나이는 만 26.4세이며 미취업기간은 평균 19.4개월이다. 1년 반 이상 미취업 중이던 0.2% 극소수 청년들에게 300만 원을 뿌리면 자연히 청년실업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박 시장의 나이브함에 경의를 표한다.

“지방정부가 잘하는지 뒤에서 격려해주고 잘되면 전국으로 확대하면 되는데 왜 보건복지부에서 반대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박 시장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려 한다.

경제성장 저하와 기업 일자리 감소로 인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박원순은 왜 청년 대상자 0.2% 3000여 명에게 300만 원씩 살포하면 해결된다고 주장하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 19개월 간 미취업 상태였던 청년들에게 말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박원순은 서울시 청년수당과 관련 "복지부에서 계속 그 돈으로 술 먹으러 가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문제를 삼는데, 필요하다면 술 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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