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부품 사업 부문 인수 협상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전자의 자동차 사업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진두지휘하면서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전자장비부품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자동차 관련 사업은 자동차 마니아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큰 관심을 보였던 분야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아버지 이 회장의 영향을 받아 자동차 사업에 관심이 남다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 사업 부문을 인수하려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진두지휘하면서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전자장비부품사업에 속도가 붙었다./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업체는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 사업 부문, 마그네티 마렐리다.

지난 1919년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 약 9조1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9개 국가에 직원이 4만 명이 넘고 12개 연구개발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가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하는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며 차량 조명과 무선 인터넷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인수 예상가는 3조4000억 원 이상이다. 만약 협상이 성사된다면 해외 기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루머를 기반으로 한 보도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인수 협상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012년부터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의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사외이사를 맡게 된 것은 피아트그룹 창업자 고(故) 조반니 아녤리 회장의 외손자 존 엘칸 엑소르와 2010년 삼성전자 사옥에서 회동한 뒤 그의 부탁으로 이뤄졌다고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존 엘칸 회장과는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엑소르그룹 이사회에서 만나 전장사업 관련 논의 하기도 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산업은 품질과 안정성을 이유로 납품 경력이 없는 업체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며 "삼성전자로서는 전장 사업 진출을 위해 관련 업체 인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자동차 분야는 새로운 성장 분야로 급격히 부각되는 분야다. 다만, 자동차 사업은 기존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영역인 전자 분야와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본격 개막으로 자동차 분야는 향후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새로운 성장 분야로 급격히 부각될 것"이라며 "인수합병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 사업 부문을 인수하려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번 인수합병을 추진하는건 삼성그룹의 미래자동차 관련 전자장비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2010년 바이오 제약·태양전지·의료기기·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채택했다, 이 가운데 특히 바이오·의료기기·자동차용 전지 등 3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이 주도한 첫 조직 개편에서 전사조직에 전장사업을 새로 만들었다. 자동차 전장이란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공격적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글로벌 1위 전기자동차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시장에도 뛰어든다. 삼성 커넥트카 오토는 차량 상태 및 운행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 자체 커넥티드 카 솔루션 '삼성 커넥트 오토'를 AT&T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 커넥트 오토는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에서 공개했던 커넥티드 카 솔루션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나 모바일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구글이나 애플처럼 스마트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완성차 시장에는 뛰어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석유화학과 방산 등 비주력 사업은 매각하고 스마트카 전장사업과 바이오·핀테크 등 신성장동력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 스마트카 전장부품과 바이오·핀테크를 중심으로 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신사업들이 가속도를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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