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당연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자유의 가치 가슴 뭉클
인천상륙작전, 보고 난 뒤 울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보기엔 초반부터 복선이 깔린 것 같다. 대한민국 해군 첩보부대 대위인 장학수가 신분 세탁을 위해 북한 인민군 중좌 박남철을 찾아가며 담뱃불을 빌리며 영화의 두 번째 대사를 북한 사투리로 내뱉는다.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싸웠다.’ 바로 이어 주인공은 가족도 잃었고 결국 자신도 죽는 데 그것을 러시아 작가인 솔로호프가 온갖 묘사로 포장했다며 말을 걸며 상대방의 긴장을 풀게 하는 장면이다. 

북한 인민군 중에서도 그들의 조국을 위해서 싸운 사람이 많겠지만, 솔로호프의 소설 『그들은 조국을 위하여 싸웠다』의 내용은 침략자로부터 나라를 지킨 민중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그 소설은 폴란드 침공 이전에 불가침조약으로 야합했던 두 전체주의 국가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다. 독일이 바르바로사1) 작전으로 소련을 침공하여 소련군에 소속된 주인공이 자신들의 조국 소비에트 연방을 위해 싸운 내용이다. 

6.25는 북침인가 남침인가? 북한이 남한을 침범했다는 것은 한-러 수교 이후 1994년 대한민국 정부에 전달된 일명 옐친문서에 잘 나와 있다. 1949년 3월 김일성과 남로당의 박헌영이 스탈린을 찾아가 남침을 승인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당시에는 스탈린에 거절당했지만 이후 주한미군 철수, 중국국민당의 대만 도피, 대한민국이 제외된 에치슨2) 라인 선언으로 상황이 급격히 북한에게 유리해지자 1950년 3월과 5월에 스탈린과 마오쩌둥을 각각 방문하여 남침을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것이다. 거제도에서 반공포로를 석방하며 미국 앞에서 패기를 부린 사람이 누구인가? 당시 거지 나라의 늙은 지도자 우남 이승만보고 미국의 하수인이라 얘기하는 사람들은 김일성에 대해 노골적인 소련의 하수인이었다고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

   
▲ 인천상륙작전 개봉을 앞둔 평론가들의 평점은 가관이었다. 개인의 주관이니 평점은 낮을 수 있다. 그런데 국가 음모론을 제기한 <천안함 프로젝트>에는 높은 점수를 주면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인천상륙작전>에는 낮은 점수를 주고 성의 없는 한 줄 평만 남긴 행태에 대해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사진=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공산주의의 실상을 한마디로 설명해주다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 공산주의의 실상을 단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영화였다. 모두가 다함께 잘 살아야 하지만 눈에 보이는 가족보다는 추상적인 이념에 충성하라는 모순을 보여줬다. 

영화에서 장학수가 과거에 소련파 3)에 소속된 공산주의자였음이 밝혀진다. 과거에 그는 이념에 충실한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다가 친구들이 끌고 나온 부르주아를 보게 되는데 자신의 부친이었다. 자신의 친구가 자신의 아버지를 쏴 죽이고, 그 말을 내뱉자 주변에 동무들을 사살하고 월남했다며 고백한다.

그 고백을 들은 여자 간호사는 신분이 노출되어 죽음을 맞은 삼촌에 대해 북한군 방어사령관 림계진은 똑같은 말을 한다.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 친척이 죽었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찾아가서 죽어야 했다며 이제 다 잊으라는 식으로 당에 충성도를 높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보호자였던 삼촌이 간첩죄로 죽었으니 최소한 병원에서 근무를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마녀사냥 당하라고 출근을 시킨 건가? 정녕 공산주의에는 인권이 없는 것인가?
 
공산주의가 이렇게 오만하고 역겨운 이념이다. 한 국가에 공산주의가 뿌리를 박을 때 애초부터 그들은 순수하지 못하다. 자유주의는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태동했을 때부터 절대왕정에 대해 반대하는 순수함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차츰 시대가 변함에 따라 현실에 맞춰가며 발전해가는 사상이 아닌가?

공산주의는 본격적으로 한 국가의 정치권에 도전할 때 시작부터 타협과 야합을 한다. 정부에 강한 반대를 하거나 혹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가진 자와 손을 잡고 힘을 길렀다가 혁명의 이름을 팔아서 배신하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평양에 조만식이 있지 않은가? 자신들이 다수가 되거나 정권을 장악하면 재빠르게 공산주의 체제로 바꿔버린다. 힘이 있을 때는 이렇듯 자신들 마음대로 하면서 힘이 없을 때는 민주주의를 울부짖으며 인권과 탄압 중지를 외친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경악하거나 충격을 받은 장면이 최소 두 번은 있었다. 한 번은 여자 간호사가 삼촌의 간첩죄 죽음 이후 동료 간호사들로부터 침을 맞거나 무시를 당하는 등의 해코지를 당할 때, 그리고 인민군의 무자비한 살인. 전쟁포로로 대우받아야 할 국군 포로들을 적법한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공개처형을 시킨다. 경계근무 중에 기습을 당했다며 기분 내키는 대로 자신의 병사들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형 폭행하듯이 권총으로 쏴서 죽이다. 과연 이것이 정당한 이념 체제인가? 진짜 지옥이 아닐까? 
 
인민군 방어사령관 림계진은 이념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이념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북한에서 현재까지도 어버이이자 신으로 떠받드는 김일성한테 당당히 대들기도 한다. 물론 1950년대 김일성은 주체사상도 없었고 1인 독재 체제도 아니었다.

만약 영화에서 림계진이 도망치던가 해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전쟁 이후로 큰 전쟁이 없었으니 지도층이라 북한에서 호위호식하면서 여생을 보냈을까? 림계진이 장학수를 앞에 두고 카바레에서 밝힌 것이 있다. 소련파라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는 6.25 전쟁 말기 소련에서 스탈린이 죽자 흐루시초프가 집권해 스탈린 개인숭배를 비판한 격하 운동이 계기가 되어 연안파 등의 계파와 합세하여 김일성에 도전했다. 그 결과로 개인과 분파만을 생각한다는 이기적인 종파주의자로 몰려 대규모로 숙청당한다. 그보다 먼저 남로당의 박헌영은 미국 스파이로 몰려 예정된 재판도 하지 않고 비공개 처형을 당했다. 그래서 악역이었지만 실제 역사에 대입해서 가정해보면 더 비극적인 것이다. 

   
▲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 인천상륙작전은 공산주의의 실상을 단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영화였다. 모두가 다함께 잘 살아야 하지만 눈에 보이는 가족보다는 추상적인 이념에 충성하라는 모순을 보여줬다./사진=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극장을 떠나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평론가들의 평점은 가관이었다. 물론 평점이 낮을 수도 있다. 낮은 평점은 개인의 소신이니. 그런데 국가의 음모론을 제기한 <천안함 프로젝트>에는 높은 점수를 주면서 역사적 사실에 기반 한 <인천상륙작전>에는 낮은 점수를 주고 성의 없는 한 줄 평만 남긴 행태에 대해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16년판 똘이장군’, '겉멋 상륙 작렬’, '멸공의 촛불’ 등 있었지만, 가장 기가 막혔던 것은 무슨 구걸 받아주는 양 '리암 니슨 이름 봐서 별 한 개 추가’였다.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이토록 편향적이고 성의 없는 평론을 일삼아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서 일당독재의 전체주의 집단인 북한과는 다르다. 생각이 다르다고 영화에서처럼 총살하고 이념에 대한 충성이 부족하다며 매도해서 인민재판을 하는 그런 저급한 나라가 아니다. 때문에 영화를 나쁜 평가로 매도하는 관람객들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또한 영화의 완성도 측면을 놓고 비판하는 관객들의 지적도 이해한다. 다만 그 분들에게 원하는 것은 지도에서 보지도 못했을 생소한 빈국에 와서 피를 흘리며 싸웠던 분들과 우리나라 국군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북쪽에 생지옥 같은 곳에서 살지 않는다는 고마움을 가졌으면 한다.
 
인천상륙작전의 배경은 1950년대다. 당연히 1950년대의 공산주의 vs 반공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의 대결구도로 영화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 퓨전 사극이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보니 세련됨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에 일리가 있지만, 실제 역사를 고증하는 입장이라면 시대적 상황에 맞게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반공이나 멸공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봤는데, 전쟁이 끝났나? 남북한 경계선의 이름이 휴전선이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북한은 그동안 체제가 오히려 굳어졌지 약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한다. 그래서 많이 알려고 노력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배워야할 나이에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이런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때문에 이 나라가 어떻게 지켜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영화관에서 인민군의 끔찍한 처형 장면을 보고 놀라워했던 다수의 관객들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며 눈물이 났다. 인천상륙작전을 3번이나 봤는데,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땐 눈물만 글썽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평론가 평점을 보고 어이 없어하다가 관람객 평점을 보고난 후에 '아 아직 이 나라는 희망이 있구나’하며 안도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분들 덕에 자유를 누린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것에 감동을 하고 울었다.

이미 영화 내용을 다 알고 영화를 2번째 보았을 때 또 눈물이 났다. 영화 마무리를 할 때쯤이다. 첫 날에도 집에 가서 울었지 영화관에서 울지는 않았다. 그런데 2번째 본 날, 뭔가 서러움에 복받쳐서 울었다. 사람 인생이 총알 한 방 맞으면 끝나는데 그런 피격의 두려움을 안고 자유라는 너무나 당연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그거 하나 지키겠다고 목숨을 던진 값이 되게 초라해 보였다. 
 
외할아버지께서 6.25전쟁과 월남전 모두 참전했다. 국가유공자로 올해 14년차로 호국원에 누워계신다. 돌아가셨을 때는 몰랐다. 할아버지의 혁혁한 공을. 공부하다 보니 할아버지의 노력이 마음에 와 닿았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동맹국인 미국처럼 영웅 대접을 받는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지만, 두 번 다시 나라를 잃지 않겠다며 개인의 자유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기려야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 눈물이 난다. 정말 누구 말대로 개죽음으로 치부되지 말았으면 한다. /최성환 자유기고가

1) 붉은 수염을 뜻하는 것으로 소련 침공작전의 암호명, 스탈린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2) 1950년 1월 에치슨 라인 선언 당시 미국 국방장관

3) 해방 직후 소련군정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소련 국적 한인의 2세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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