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시설 투자·비정유사업 확대 등 '비상 모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 상반기 4조원 이상의 호실적을 거둔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와 달리 정제마진 약세,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등이 겹치면서 3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현대오일뱅크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요 4사의 영업이익은 4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총 3조6234억원이다. 여기에 1조822억원을 달성한 GS칼텍스까지 더하면 올 상반기 국내 주요 4사의 영업이익은 총4조7000억원에 이른다.

업계가 이처럼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실적개선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체가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으로 내놓기까지 약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에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원유재고 가치가 올라 간 것이다.

다시 말해 정제마진 하락분이 컸으나, 국제유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한 이익 감소분을 재고관련 이익으로 상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차이로 유가와 더불어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그러나 하반기는 정제마진 약세,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등이 겹치면서 3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페트로넷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9.9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2월 6.6달러로 하락세를 기록하다 6월에는 4.9달러까지 하락했다.

유가 역시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유사의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의 경우, 6월 평균 46달러까지 상승했으나 7월 평균 42달러로 떨어졌다. 8월 들어 40달러선이 붕괴되면서,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도화 시설 투자나 비정유사업 확대 등을 검토하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