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영한 합리적 수정 필요…공직부패 희석되어선 안 돼
   
▲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김영란법 검토 및 헌재 결정에 대한 의견

Ⅰ. 문제의 제기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면서도 그 필요성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 대하여 청구되었던 네 개의 헌법소원심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각하와 기각결정을 내림으로써 일 년여 동안 위헌시비에 휩싸였던 청탁금지법이 9월 28일 시행하게 되었다. 헌재가 청탁금지법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음에도,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동법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는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개정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였고, 헌재가 합헌결정을 내린 후에도 논란을 야기했던 부분뿐만 아니라 정부의 시행령에 대해서도 현실적 문제를 경제에 미치는 문제까지 고려하여 부분적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식사·선물·경조사 등의 비용을 농수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3·5·10으로 되어 있는 금액의 상한을 5·10·10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정부에 제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국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예외 규정을 삭제하고 원안에서 삭제된 이해충돌방지규정을 다시 도입하는 등 개정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목적으로 출발한 법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직사회의 부패를 차단하기 위하여 형법을 위시하여 부패방지 관련 법제를 구축하였다. 

특히 공직자의 윤리의식의 제고를 통하여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로 1983년부터 공직자윤리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직사회의 부패는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고 있는 국가별 부패지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여전히 낮은 편이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과 비교할 때 2015년도 가입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속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국가의 발전정도에 비하여 부패가 심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부패와 비리는 인류의 역사에서 오래된 범죄 중에 하나로 법과 제도를 통하여 근절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국가의 경쟁력의 제고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부패의 근절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국가의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된 기존의 부패방지를 위한 관련 법제가 부패근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하여 등장한 새로운 법이 청탁금지법이다.

헌재가 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이 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법제정과정에서 원안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예상되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기존의 부패방지법제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자체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공직사회의 부패근절을 넘어서 적용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법의 목적과 내용이 일치되지 않는 문제를 야기하여 법의 체계정합성을 위배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폐습인 부패근절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헌법으로부터 파생되는 원칙을 위배하는 문제도 간과하고 있다. 아무튼 청탁금지법은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내용상 문제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본다.

   
▲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8일 대한변협등이 제기한 김영란법 위헌소송에 대해 각하및 기각처분을 내렸다. 김영란법은 9월 28일부터 원안대로 시행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헌재 결정을 위해 착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Ⅱ. 청탁금지법의 내용과 문제점

1. 청탁금지법의 의의

(1) 청탁금지법의 의미

청탁이란 사전적으로 청하여 남에게 부탁하는 것으로,1) 어떤 일을 해달라고 청하거나 맡기는 부탁보다 보다 강한 의미를 갖고 있다. 즉 필요한 어떤 일이나 행동을 요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주로 권한이나 권력을 가진 자에게 부탁하는 것을 청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청탁에 부정이란 용어를 결합시킴으로써 부정청탁은 단순히 옳지 못한 청탁이 아니라 권한이나 권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익목적으로 법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정도의 반윤리적 행사를 청탁하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부정청탁은 권한을 사익을 위하여 행사하도록 하거나 법을 위반하여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부패와 연결된다. 물론 부정청탁은 청탁을 받고 법을 위반하여 권한 등을 행사하는 경우 발생하게 되지만, 부정청탁을 받은 대상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실현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은 부정청탁을 받은 자의 권한행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그런 관점에서 청탁금지법 제2조 정의조항은 부정청탁에 관하여 규정하지 않고 있다. 

부정청탁이 부패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위법을 유발하기 때문에 규율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부패란 언어학적으로 ‘함께(cor)’와 ‘파멸하다(rupt)’의 합성어인데, 로마시대 이후에 부패는 “공직자에게 돈을 준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어 사실상 뇌물과 동의어라 볼 수 있다.2) 이런 점에서 법은 형법에 뇌물죄를 규정하여 공직자의 부패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는 부패방지를 위한 방법이지만, 부정청탁과 마찬가지로 부패에 관하여 여전히 명확하게 정의가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에서는 부패행위에 대하여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 및 앞의 행위나 그 은폐를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현행 부패방지 관련법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중심으로 부패방지를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지 못하여 처벌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 관련법의 미비한 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이 청탁금지법이다. 특히 청탁금지법은 제1조 목적조항에서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 등 수수금지를 통하여 공정한 직무수행의 보장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특히 동법은 제8조에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불문하고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부패방지 관련법들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어서 부패근절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2) 부정청탁금지법의 제정과정

부정부패는 대부분 국가에서 반역죄와 함께 중대 범죄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형사법에 규정을 두어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법상 뇌물죄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문제 때문에 날로 지능화되어 가는 부패를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관계없이 일정금액의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하는 청탁금지법이 제안되었다.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공직을 오·남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만들었다. 이 법은 국민의 지지 속에서 수정을 거쳐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자, 국회 역시 김영주·이상민·김기식의원 안 등이 제출되면서 정부안과 같이 심의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후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자 심의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회 각계각층에서 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소리가 커지자, 다시 급하게 법안심의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적용대상이 확대되자 논란이 촉발되었다. 

법안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부진하여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국회는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부분은 삭제하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만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금지법안을 확정하였다. 그 후 법안은 2015년 1월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여 법사위롤 넘겨졌고, 동년 3월 본회의에서 서둘러 법안을 통과를 시켰다. 그렇지만 청탁금지법은 제정된 후 여러 조항이 위헌시비에 휘말리면서 국회조차도 개정하겠다고 하였고,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지난 7월 28일 나오면서 계속해서 후속보완 입법이 거론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 청탁금지법의 내용

2016년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청탁금지법은 5장 24개조 및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탁금지법 제1장은 총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제1조 목적, 제2조 정의, 제3조 국가와 공공기관 등의 책무와 제4조 공직자 등의 의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장은 부정청탁의 금지와 신고 및 처리 등을 규정하고 있고, 제3장에서는 금품 등의 수수금지, 수수 금지 금품 등의 신고 및 처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장에서는 부정청탁 등 방지에 관한 업무를 중심으로 부당이득의 환수와 비밀누설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5장에서는 법위반에 대한 징계와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제2조 정의조항에서 적용대상, 제5조 제1항의 금지되는 부정청탁의 유형과 제2항의 적용배제 행위의 종류, 제8조의 금품 등의 수수 금지, 제13조 위반행위의 신고와 제22조의 벌칙과 제23조의 과태료 부과 등이라 할 수 있다. 

3. 청탁금지법의 문제점3)

청탁금지법은 공직부패를 근절하기 위하여 출발하였지만, 정부안이 제출되고 국회의원들도 법률안을 제출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는 원안에는 없었던 민간언론기관의 구성원과 사립학교의 교직원 등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탁금지법은 3년에 가까이 절차를 밟아서 재석의원 247명 중 228명이 찬성하여 92.3%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되었다. 물론 국회에서 여야 구분 없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된 법률이 시행도 되기 전에 곧바로 위헌논란에 휩싸이면서 문제를 노출한 것은 의정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에 속한다고 본다. 2015년에는 국회의 상당수의 의원들이 위헌문제가 있다고 하여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앞에서 본 것처럼 청탁금지법은 전부 5장 24개조 및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법은 제1조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금지와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금지를 통하여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 보장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 법이 추구하는 바는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 보장을 위하여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금품수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목적을 가진 법률이 제정되면, 그 법률은 추구하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사회의 부패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제정된 특별법이란 점에서 법적용의 대상이 원칙적으로 공직자이어야 한다. 그런데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의 범위는 법의 목적을 넘어서 광범위하다.4) 공직자란 일반적으로 공무원을 지칭하며, 국가기관 업무의 관점에서 폭넓게 보면 공공기관의 구성원도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공무원의 범위는 각 종 공무원법이나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규정하고 있는 법을 통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은 법의 취지에 따라 공직사회의 부패일소란 점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국가의 재정이 소요되는 공공기관의 경우, 그들의 업무 역시 공무에 준하기 때문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최근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비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구성원도 포함시키는 것은 그 신분이나 직무의 성격상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 교육기관의 교원 등을 포함한 구성원이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적용대상이 된다. 그러나 사립학교의 임직원은 국·공립학교의 임직원과 동일한 신분보장과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도 사립학교법상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준한 신분상 지위를 갖지만 공무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즉 그들이 신분상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고 하여도 공무원은 아니며, 교육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지만 공무원의 신분으로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5)

나아가 언론인의 경우 방송법이나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정부가 전액 출자한 한국방송공사(KBS)나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특수한 경우에 속하여 해당된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경우는 언론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언론기관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언론관련법에 따른 자체 징계와 형사법의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청탁금지법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 자칫 외형적으로 언론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것이며, 실질적으로 공직수행자들이 아닌데도 대상이 됨으로 인하여 과잉입법 문제가 있다. 더구나 동법은 언론기관의 신뢰확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합목적성도 갖지 못하여 법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7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그리고 부정청탁금지법에서 부정청탁의 의미가 구체화되지 않아 명확성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으로 제5조에 부정청탁의 구체적인 예를 15가지로 유형하여 각 법령에 위배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법령에서 금지하는 것을 규정함으로써 당해 법률에서는 특별하게 규정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명확성원칙이 반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형사규범은 가능하다면 직접적인 규정을 통하여 죄형법정주의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엇이 부정청탁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 외에도 적용 범위와 구체적인 범죄구성요건에서 명확성원칙의 위배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또한 부정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 공직자 본인이 신고해야 하는 불고지죄를 두어, 가족을 신고해야 하는 경우 양심의 자유의 침해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공직자나 그 배우자가 금품을 받으면 본인에게 과태료처분이나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는 벌칙조항이 있는데, 이는 법원칙이며 형사법상 중요한 원칙인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후 1년이 지난 다음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었다. 동 시행령에서는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6) 그리고 공직자 등이 외부강의를 하는 경우에도 사례금의 상한을 정하고 있는데, 장차관과 같은 공직자는 제외하더라도 교수들의 강연료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런 금액의 상한은 과거 유사한 사례들이 있어서 그 자체 문제를 지적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일부의 부당한 강연료로 인하여 전체를 규율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금품액수를 어떻게 일일이 파악하고 조사할 것인지, 신고나 제보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 실효성의 문제가 있다.


Ⅲ.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평가

1.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

(1)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와 결정

청탁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사단법인 한국기자협회, 사립유치원과 사립학교법인 등은 동법의 조항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우선 한국기자협회 등은 언론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정의한 조항과 배우자의 금품 등의 수수에 대한 신고의무 조항 등이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및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조항 등이 명확성원칙 및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등을 위배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사립유치원의 구성원들 역시 사립유치원을 공공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는 조항 등 앞의 주장과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사학의 자유, 양심의 자유,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사립학교의 구성원들도 청탁금지법상조항들이 평등권, 교육의 자주성 및 대학의 자율성,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상의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하여 헌재는 2016년 7월 28일 한국기자협회의 심판청구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그리고 헌재는 청탁금지법에서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를 공직자등에 포함시켜 이들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하는 조항,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조항,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가 받을 수 있는 외부강의 등의 대가 및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의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하는 조항, 배우자가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미신고시 형벌 또는 과태료의 제재를 하도록 규정한 조항은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인 나머지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7)

(2) 다수의견

헌재는 청탁금지법을 대상으로 청구된 4개의 헌법소원심판을 병합하여 4개의 핵심적인 쟁점사항을 중심으로 결정하였다. 4개의 쟁점사항 중 부정청탁금지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와 관련해서는 재판권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헌재는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이미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고, 대법원은 부정청탁의 의미에 관하여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으며, 입법과정에서 부정청탁의 개념을 직접 정의하는 대신 14개 분야의 부정청탁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고, 법령의 경우에도 부정청탁금지조항에서는 통상적 의미의 법령뿐만 아니라 조례와 규칙도 법령에 포함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상규라는 개념도 형법 제20조에서 사용되고 있고, 대법원이 그 의미에 관해 일관되게 판시해 오고 있으므로, 부정청탁금지조항의 사회상규도 이와 달리 해석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부정청탁금지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청탁’, ‘법령’, ‘사회상규’라는 용어는 부정청탁금지조항의 입법배경 및 입법취지와 관련 조항 등을 고려한 법관의 보충적 해석으로 충분히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법 적용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포함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하였다. 이 쟁점에 대하여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는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청되고, 부패와 비리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교육과 언론 부문의 현실, 사립학교 관계자 및 언론인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부정청탁 관행을 없애고자 하는 청탁금지법의 목적, 교육 및 언론의 공공성과 이를 근거로 한 국가와 사회의 각종 지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립학교 관계자 및 언론인을 ‘공직자등’에 포함시켜 이들에게 부정청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금품등을 수수하는 것도 금지한 입법자의 선택은 수긍할 수 있다고 하였다.

   
▲ 김영란법의 모순. 그 동안 대한민국의 법 어디에 부정청탁을 해도 좋다는 구절이 있었나. 그렇지 않은데도 왜 우리사회에는 소위 부정청탁이 만연되었을까./사진=미디어펜

또한 헌재는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만 처벌하고 있고, 대가관계 증명이 어려운 부정청탁행위나 금품 등 수수행위는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없어서 충분하지 않고, 교육계와 언론계에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 수수 관행이 오랫동안 만연해 왔고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각종 여론조사결과와 국민 인식 등에 비추어 볼 때, 교육계와 언론계의 자정노력에만 맡길 수 없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하였다. 

물론 국가권력이 청탁금지법을 남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사학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도 있으나, 이러한 염려나 제약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부정청탁금지조항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헌재는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부정청탁금지조항과 금품수수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헌재는 국가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지만, 이 문제는 취재 관행과 접대 문화의 개선, 그리고 의식 개혁이 뒤따라가지 못함에 따른 과도기적인 사실상의 우려에 불과하며,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 다음으로 헌재는 배우자가 법이 금지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법 적용 대상자가 이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헌재는 이 쟁점과 관련하여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조항과 제재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신고조항과 제재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공직자 등과 경제적 이익 및 일상을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행위는 사실상 본인이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으며, 청탁금지법은 금품 등을 받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고, 신고조항과 제재조항은 배우자가 위법한 행위를 한 사실을 알고도 공직자등이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 비로소 그 의무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자기책임 원리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헌재는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강의 사례금의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도록 한 것과 관련하여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으로 판단하였다. 헌재는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이나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와 선물, 음식물 등의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또한 헌재는 위임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 및 관련 법조항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보면, 결국 위임조항에 의하여 대통령령에 규정될 수수허용 금품 등의 가액이나 외부강의 등 사례금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이므로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액수가 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이 내용이 법률에 정해지고 이에 따르는 제재가 법률에 명백히 규정된 이상 위임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3) 반대의견

앞에서 본 것처럼 법적용 대상이나 배우자 신고의무화 및 외부강의 사례금이나 경조사비 등의 가액의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우선 청탁금지법의 정의조항과 관련하여 반대의견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조리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입하여 부패행위를 일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부패행위 근절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국가의 감시망 아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공공영역과 달리 민간영역의 경우에는 국가의 개입 이전에 민간분야의 자율적인 해결 노력이 우선되고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정의조항은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의 업무의 공정성과 신뢰성,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담보하기 위한 것이나, 직무의 성격상 공공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여 청탁금지법의 규제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부정청탁을 하는 사람이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부정한 혜택에 대한 기대를 꺾고 언론이나 사학 분야의 신뢰 저하를 방지하겠다는 다소 추상적인 이익을 위하여 민간영역까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결코 적정한 수단이라 볼 수 없기 때문에 위헌으로 보았다.

그 다음으로는 배우자 신고의무화와 관련하여 반대의견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에 관한 입법자의 입법재량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으며, 공직자등이 그 배우자의 금품등 수수 사실을 알면서 신고하지 아니한 불신고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도, 그 불신고행위의 가벌성과 죄질, 비난가능성, 행위의 책임이 공직자등이 직접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불신고처벌조항은 공직자등의 불신고행위를 공직자등이 직접 금품등을 수수한 경우와 그 가벌성이나 죄질 등이 동일하다고 보아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더구나 반대의견은 우리 형사법체계상 불고지죄를 처벌하는 경우로는 국가보안법 제10조의 불고지죄 외에는 그 예를 쉽게 찾기 어렵고,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의 경우는 본범이 중하게 처벌되는 범죄인데 반하여 불신고처벌조항은 본범(금품 등을 직접 수수한 공직자등의 배우자)이 전혀 처벌되지 않음에도 본범의 행위를 알고서 신고하지 않는 불고지범인 공직자 등만을 처벌하는데 이러한 입법례는 더더욱 찾기 어렵고, 불신고처벌조항이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형태이고, 책임에 상응하지 않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형법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과잉입법에 해당하여 위헌이라고 보았다. 

그 외에도 수수허용 금품과 외부강의 사례금의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한 청탁금지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본 반대의견은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비단 공직자등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서로 주고받게 되는 것이므로, 대통령령에서 정해지는 ‘금품 등 수수 금지행위의 가액 하한선’은 공직자등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의 행동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고, 공직사회에 대한 투명성의 요청이 갈수록 더 높아지는 추세에 비추어 ‘금품등 수수 금지행위의 가액 하한선’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도 쉽게 변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행정입법에 의하여 탄력적으로 대처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때, 대통령령에서 정해지는 ‘금품등 수수 금지행위의 가액 하한선’은 공직자등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것이고 나아가 국민 모두의 이해관계 내지 기본권 제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는 입법부가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 특히 의회유보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반대의견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 및 제10조 제1항의 위임조항이 단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이라고 규정하여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 등의 가액 범위에 관한 기본적 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기준이나 범위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 국회의원들만 김영란법이나 공직자윤리법의 예외조항을 잣대를 들이대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국회 스스로가 법 적용을 유리하는 관행을 깨야만 특권시비를 줄일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3. 헌재결정의 평석

청탁금지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의 핵심은 법 적용대상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헌재의 견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사회적 폐습인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직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직무수행에 있어서 청렴성이 높아야 하고, 교육과 언론이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 및 그 공공성을 고려할 때 사립학교의 관계자와 언론인을 공직자 등에 포함한 입법자의 선택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법 적용대상의 확대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교육계와 언론계의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 수수관행이 만연해 왔고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각종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인식을 볼 때 교육계와 언론계의 자정노력에만 맡길 수 없다는 입법자의 결단도 입법재량의 영역으로 위헌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는 부정청탁금지조항과 금품수수금지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지 않아 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청탁금지법은 사립학교 관계자와 민간언론인 등을 포함하면서 공직자 등이라 표현하고 있다. 헌재가 언론계와 교육계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고 사회적 영향력이나 파급효를 언급한다고 하여도 사립학교 교직원이나 민간언론인이 공무원은 아니며 또 다른 관점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도 아니다. 

비록 청탁금지법이 공직자등이라 표현하면서 공정한 직무수행의 보장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법이 추구하는 바는 공직부패의 근절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패는 공적 권한을 사익을 위하여 행사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나 국민의 인식까지 정당성의 논거로 삼아서는 안 되고, 공직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법의 목적에 충실하게 그 적용대상도 합치되도록 하는 것이 법률의 체계정합성에 부합되는 것이라 본다.

나아가 헌재는 부정청탁금지조항이나 금품수수금지조항 등이 교육계나 언론계의 부패를 근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적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그 수단도 적절하기 때문에 부정청탁행위나 금품수수행위를 차단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 교육계나 언론계의 관계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제재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을 적용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청탁금지법을 남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사학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도 있으나,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공직자가 아닌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의 경우 언론관계법이나 사립학교법 등을 통하여 얼마든지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조항을 통하여 제재를 가하거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법의 목적에 수단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Ⅳ. 정리하며

고질적인 부패·비리방지를 위하여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그렇지만 부패방지나 부정청탁금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하기 위하여 관련법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개정하고 부패방지를 위한 조직을 만든다고 부패나 부정청탁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범죄의 속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의 구축과 강화가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이지만, 부패나 부정청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꾸어야 하고 사람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볼 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부패문화는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장유유서와 연공서열 등에 의한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정부패는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방지하고 근절되어야 한다.

2011년 부패방지의 핵심적인 기관의 수장인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부패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부정청탁이나 이해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법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고, 이에 따라 부정청탁의 대가인 금품수수를 금지하거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앞에서 본 김영란법, 부정청탁금지법이다. 물론 논의과정에서 너무 포괄적이란 이유로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아무튼 김영란법, 부정청탁금지법은 우여곡절 끝에 제정이 되었고, 동 법안의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헌재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였지만, 이 법률이 우리 사회의 부패를 근절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가지려면 앞에서 지적된 부분들에 대하여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개선이 되어야 한다.

   
▲ 김영란법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았다./사진=미디어펜

헌재는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에 대한 결정에서 민간부패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공직부패 못지않게 민간부패도 심하기 때문에 이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직부패에 대응하여 민간부패란 용어도 학계에서나 일반 사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사적인 영역의 부패라는 의미로 민간부패란 용어를 사용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다고 있기 때문에 그 사용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비리,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비리, 건설수주에서 담합행위 등 민간부문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는 위법행위이지 부패가 아니다. 

왜냐하면 부패란 법에 근거하여 주어진 권한과 사실적인 힘인 권력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민간인에게는 주어진 공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를 사적으로 이용한다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부패를 야기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런 행위가 공적 부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는 있어도 부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오히려 민간부패란 용어로 인하여 공직부패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법이 목적의 정당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도 정당하거나 적합해야 한다. 헌재가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을 합헌이라고 하였다고 청탁금지법이 계속하여 합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국민에 의하여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공직사회가 그 권한을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행사하게 하려면 공직부패를 근절하는 법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 김영란법은 문제된 내용을 헌법에 맞게 개정해야 하고 구체적 내용도 현실을 반영하여 합리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구체적 내용도 들어가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1) 네이버 국어사전(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37441600).

2) 김상겸, “한국사회의 청렴성 제고를 위한 헌법적 고찰 – 공직사회의 부패방지 문제를 중심으로 -”, 헌법학연구 제12권 제2호(2006. 6), 252면.

3) 이 부분은 2016년 5월 19일 바른사회시민연합 토론회에서 토론하였던 내용을 기술한 것임을 밝힌다.

4) 청탁금지법과 관련하여 2015년 3월 3일 국회본회의 제331회 제8차 회의록 16면을 보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는 청탁금지법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포괄적 입법이라고 하면서, 대상에 있어서도 고위공직자, 공무원, 민간인을 포함하여 대상에 있어서도 포괄적이라고 하였다.

5) 이명웅, “김영란법, 사립학교 교원 포함은 위헌”, 사회정책투데이 2015, 7-9면 참조.

6)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식사비 상한액 3만원에 대하여 2003년 공무원지침에서 정하였던 액수를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 헌재 2016. 7. 28. 2015헌마236 등.


(이 글은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가 8월 1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및 강효상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린 '김영란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방향 논의'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김상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