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찰관 우 수석 수사 관련 여러 기자와 전화통화"…문건 파기 의혹도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언행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 진행 상황, 앞으로의 계획을 특정 언론사에 유출한 정황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이 감찰관실이 검찰 수사를 앞둔 23일 우 수석 등 각종 감찰 자료나 내부문서를 대량으로 폐기했다는 추가 의혹이 나왔다.

이건 동아일보가 24일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이 감찰관이 주말 휴가를 다녀온 뒤 첫 출근한 22일 이후 이런 자료들이 파쇄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공기관이 생산한 기록물을 폐기할 경우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심사와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하는데 불법으로 무단 폐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별감찰관실이 있는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동아일보가 4개의 비닐봉지를 발견했는데, 특별감찰관실 문서 파쇄물이었다고 한다. 봉지의 총 무개가 40~50kg에 이른다고 하니 문서 양도 꽤 많았던 모양이다.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의혹도 문제지만 진짜 궁금한 점은 이석수 감찰관이 왜 하필 지금 그 많은 자료들을 파쇄 했나 하는 것이다. 불법으로 얻은 자료들이 아니라면 굳이 본인을 지켜보는 눈도 많은 이 시기에 그럴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 코앞에서 문서부터 없앤다는 것은 누가 봐도 오해의 여지가 있다. 무엇인가 빨리 없애야만 하는 자료들을 갖고 있었나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드는 행위 아닌가. 파쇄된 자료들에는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해당하는 문서들도 있겠지만 기타 온갖 자료들도 섞여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안 그래도 특정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그대로라면 그들 사이 서류가 오고 갔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내통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감찰관의 그런 행위들은 더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문서 파기부터 서둘렀다. 이건 범죄영화에서도 흔히 보는 뻔한 광경 아닌가.

   
▲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자료·내부문서 를 파기했다는 또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감찰관이 우 수석 수사와 관련 여러 명의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혀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서로 ‘다른 이야기’

필자의 이런 추측들이 너무 나간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의심을 받는 또 한 축인 조선일보의 태도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의도적인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조선일보는 24일 사설에서 한 가지 무척 흥미로운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줬다. '대통령 직속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 동시 수사하는 喜劇'이란 사설로 중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감찰관이 기자와 통화한 내용도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또 이 감찰관이 엇비슷하게 통화한 기자도 한두 명이 아니다. 이 감찰관의 설명은 거의 매일 있는 검사들의 브리핑과 다를 것이 없다." 조선일보는 이석수 감찰관이 MBC 보도와 비슷한 내용으로 언론사 기자 한 두 명과 통화한 게 아니라고 단정했다. 그러니까 이 감찰관이 우 수석 감찰 내용을 가지고 언론사 기자 여러 명과 전화통화를 주고받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감찰관은 8월 16일 MBC가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제기하자 다음 날 입장문을 발표한 것 빼고는 언론에다 특별히 한 말이 없다. 입장문에도 자신은 SNS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MBC가 불법으로 자료를 얻은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 담겨있을 뿐이다.

이후 MBC가 특정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다시 묻자 이 감찰관은 그 질문에는 대답을 안했다. 하지만 MBC 뉴스에 의하면  본인은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도 특별감찰관실이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 착수 이후 언론과 접촉을 피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약 한 달 전인 7월 18일 조선일보가 우 수석 처가의 강남땅 거래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이후 나온 기사들을 검색해 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이 감찰관이 언론사 기자들과 감찰 내용을 주고받았다는 근거는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감찰관이나 특별감찰관실에서 언론에다 무슨 코멘트를 했다거나 의혹을 제기했다거나 정보를 줬다는 내용도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이 수사로 풀어야 할 의혹들

이석수 감찰관이 언론에 밝혔는데 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조선일보가 그렇게 단정한다는 건 확실히 수상한 일이다. 조선일보는 대체 무슨 근거로 이 감찰관이 우 수석 감찰 내용으로 통화한 기자가 한 두 명이 아니라고 단정한 건가. 혹시 자사 기자들 여러 명이 이 감찰관과 엇비슷한 내용으로 통화해왔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포함됐다는 의미인가.

조선일보가 설마 거짓으로 사설을 쓸리는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MBC에 대화 자료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이 부분에 의한 의문점을 풀어줘야 한다. 어찌됐든 조선일보의 이상한 폭로(?) 덕분에 이석수 감찰관의 입장은 더 곤란해졌다. 이 감찰관이 엇비슷한 내용을 여러 기자들에게 알려줬다면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그 자체가 특별감찰관으로서 부적격자라는 걸 증명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조선일보의 폭로는 큰 의미가 있다. 이 감찰관의 불법 의혹 진실을 파헤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로대로 그가 MBC가 보도한 엇비슷한 내용으로 여러 기자와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면 우병우 수석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언론이 가담한 어떤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는가 하는 의심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게다가 검찰 수사 앞두고 감찰 자료 무더기 폐기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 아닌가.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게 이 정부 방침 아니냐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배짱을 부렸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장담할 수 있을지 모르는 얘기다. 일단 "이 감찰관이 엇비슷하게 통화한 기자도 한두 명이 아니다."라는 조선일보 폭로에 대해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주면 좋겠다.

감찰 착수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해왔다는 특별감찰관실 주장을 조선일보가 정면으로 반박한 꼴 아닌가. 검찰도 조선일보와 이석수 특별감찰관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 수사를 통해 분명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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