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보도 사실아니면 당당히 밝혀야, 조선일보 더민주 본질과 다른 공작의혹만 제기
   
▲ 박한명 내일 대표

2012년 때의 일이다.

대선 약 두 달 전, 지금은 고인이 된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MBC 측 관계자들과 만나 지분 매각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이 한겨레신문에 대서특필이 돼 난리가 난 일이 있다.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부산일보 주식을 팔아 박근혜 후보 선거를 위해 사용하려 한다는 게 요지였는데, 대선 앞에서 벌어진 민감한 내용이니 만큼 세상이 들썩였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최 이사장과 MBC 인사 간 대화를 엿듣고 몰래 녹음해 특종 보도했던 한겨레신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때 좌파언론이나 야당이 한결 같이 떠든 것은 기자의 행위가 아니라 대화내용이었다. 불법 여부보다 보도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정당성을 유난히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이 사건을 굳이 이 시점에서 끄집어낸 건 이유가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누설 의혹을 바라보는 언론과 야권 인사들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그제 MBC 뉴스데스크는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 그동안 감찰 진행 내용을 흘려온 정황을 담은 SNS 내용을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감찰 대상이 우 수석 아들과 가족 회사인 정강이고, 감찰 이후에도 우 수석이 계속 버틸 경우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는 식의 처리 방침도 기자에 알려줬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한겨레신문 등이 그 난리를 쳤던 화성 땅은 감찰 대상 법에 해당이 안 된다는 자기 판단도 더했다.

더 나아가서 상대방인 기자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하니 이런 말까지 했단다. '일단 놔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것으로 돼서야 되겠냐' 특별감찰법에는 감찰 내용 외부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이걸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돼 있다.

MBC가 보도한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이석수 감찰관의 언행은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이다. 특히나 '우 수석이 계속 버틸 경우' 운운하는 대목에선 정치공작의 썩은 냄새까지 풍긴다.

석연치 않은 이석수 감찰관의 태도

언론과 야당 인사들의 반응들이 하나같이 어이가 없다. 이 감찰관의 불법 의혹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우병우를 구하기 위해 누군가가 MBC에 흘렸다는 식의 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이 감찰관의 SNS 내용은 무시하던 한겨레신문은 그의 보도자료 해명은 발 빠르게 기사화 했다.

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7일 비상대책회의에서 했다는 "어떤 경로로 카톡 등 에스엔에스 내용이 흘려 나왔나, 어떻게 그런 구체적 사항이 언론에 밝혀졌나, 모든 게 석연치 않다" "타인의 대화 내용 유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도청 아니면 해킹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우병우를 감싸기 위한 공포정치 시대가 시작된 것 아닌가"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수석을 감싸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것을 흘려대고 있지 않은지도 의심스럽다" 등의 발언들도 재빨리 보도했다.

통비법 위반 운운한 박 의원이나 그 말을 받아 쓴 한겨레는 2012년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보도 땐 언론사 기자에 그런 이유는 일체 문제 삼지 않았다.

   
▲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 감찰 진행 상황에 대해 특정언론사에 유출한 의혹은 만약 사실이라면 국기문란행위에 해당한다. 사실무근이라면 이감찰관이 당당히 밝히는 게 순리다. /연합뉴스

MBC의 이석수 감찰관 SNS 내용 입수 경위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보도된 이 감찰관의 불법 의혹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국기 문란 사건이다.

특히 당사자인 이 감찰관의 태도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 그는 MBC가 본인의 기밀 누설 의혹을 보도하자 "특별감찰관이 접촉했다는 언론사 기자와 이용했다는 에스엔에스 종류를 밝히라"며 "입수했다는 에스엔에스 대화자료가 영장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만일) 불법적 수단에 의한 것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본인 주장대로 SNS 내용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 불필요한 군말이다. 이 감찰관은 언론사 기자와 SNS 종류를 밝히라는 군색한 요구를 할 게 아니라 당장 경찰에 MBC를 고소해야 한다. 그게 상식적인 태도다.

우병우 수석은 처가의 부동산 거래 의혹 보도가 나왔을 때 바로 해당 언론사를 고소했다. 지금 이 감찰관의 태도는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치공작 의심 더 키운 이석수 의혹

필자는 그동안 몇 편의 글에서 언론의 우병우 의혹제기가 권력에 대한 순수한 견제라기보다 어떤 목적을 위한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러모로 의심스럽다고 정황을 들어 여러 차례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정보 누설 의혹 사건은 그 의심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감찰관은 서울대 법대 81학번으로 조응천 의원과 동기다. 필자는 구글을 검색하다 뜻밖에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학교 같은 학번에 조응천 의원과 이러저러하게 관련이 있는 언론계 저명인사들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우선 우병우 죽이기에 앞장선 조선일보의 A씨는 서울대 법대 81학번 동기다. 그러니까 조응천-A씨-이석수 모두 서울대 81학번이라는 얘기다.

그 외에도 구글 검색으로 발견한 서울대 법대 81학번 동기회 명단에는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등에 몸담고 있는 익숙한 이름의 언론인들이 있다.

공통점이라면 그 언론사들이 모두 우병우 죽이기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사실들이 우병우 죽이기와 어떤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순 없다. 당연하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땅 거래 의혹 기사 등에서 진경준을 끼워 넣어 선보인 학맥 신공을 흉내 내 본다면, 필자도 그럴듯한 소설쯤은 쓸 수 있다.

특히 이석수 감찰관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검 당시 특별검사보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선일보 출신 김효재 전 새누리당 의원의 소위 돈봉투 살포 사건 변호도 맡았다. 특별감찰관 자리도 김무성 당 대표 시절 새누리당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박 대통령이 낙점하긴 했지만 대통령 뜻이 담긴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4.13 총선 이후 돌변한 TV조선 간부는 이전대통령 시절 청와대를 출입했다.

우병우 죽이기 음모, 이석수가 해명해야 할 것들

이쯤 되면 어떤가. 조응천-A씨-이석수 간 묘한 공통점이 보이지 않나. 물론 필자는 이들 간의 어떤 음모가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조선일보식 소설 기법에 따라 맞춰봤을 뿐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우병우 수석 처가 강남땅 매매에 어떤 증거도 없이 조선일보가 서울대 학맥을 끼워 맞춰 뭔가 구린 게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증도 없이 정황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검찰이 왜 우병우를 조사하지 않느냐고 억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조응천-A씨-이석수 간에도 뭔가 있다는 식으로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필자는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가 친이계 혹은 비박계 못지않게 잘못이 크다고 비판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작금 조선일보의 청와대와 친박계 공격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 그 절정이 우병우 죽이기다.

조선일보는 친박계 패권주의를 비판한다면서 오히려 사사건건 새누리당 계파 싸움과 친박과 비박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왜 이러는 것인지 필자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어찌됐든 조선일보가 좌파언론과 다를 게 없이 우병우 수석에 광적으로 매달리고, 지나친 친박계 공격도 새누리당 지지자들과 국민을 몹시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언론으로서 할 수 있는 비판의 상식 수준을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 수석 특별감찰이 19일로 끝이 난다. 이석수 감찰관의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의혹들이 터져 나온 상황에서 감찰 결과에 따라 또 다른 사단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우병우 죽이기에 조응천 의원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 정치공작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석수 감찰관 역시 MBC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무슨 의도로
그런 내용들을 기자에 흘린 것인지 일련의 의혹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조선일보가 이석수 감찰관의 정보누설 의혹을 불법사찰 의혹 프레임으로 가져가 물타기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더 의혹을 키울 뿐이다. 이 감찰관이 본인에 대한 모든 의혹에 진실을 명확히 밝히는 것, 그것만이 작금의 이 혼란들을  정리할 수 있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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