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보증 불허, 공전 히트작 악역 명연기 부메랑 효과…수요자, '선택폭' 넓어져 바람직
   
[미디어펜=이시경 기자]  드지어 '해냈다'는 눈빛이 역력하다. 화색은 만연한 잔치집인데 왠지 무거운 침묵이 감돈다. 

현대건설 얘기다. 강남 개포주공3단지에 첫 장착한 ‘디에이치(THE H)’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전의 히트, 아니 만루홈런을 날렸다. 

청약경쟁률 100대 1, 일반분양분 69가구에 그치나 모두 계약했다면 총 분양가가 12조원에 달할 놀라운 청약인파다.

'압구정하면 현대아파트'가 떠오르는 세상에서 '홈타운'과 '힐스테이트'는 명품브랜드와 거리가 있었다. 개발년대 건설명가는 절치부심의 나날을 보내며 속앓이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성공분양은 주택명가의 부활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정부가 중도금 대출규제에 이어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앞세워 분양가를 규제하는 등 외압이 적잖은 속에 디에이치는 그야말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디에이치'의 명품브랜드 등극은 개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 강남권의 재건축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다.

‘디에이치’는 기획과 단지 설계, 세대 내부 구성과 입주 후 사후관리까지 주택 라이프사이클 상에 고급화 전략을 관철시킨 명품 브랜드로 화려하게 데뷰했다. 계량화할 수 없는 마케팅 효과 속에서 유무형의 브랜드가치가 엄청나다.

   
▲ 견본주택 내 전용 106A형에 마련된 드레스룸은 일반적인 20~30평대 아파트 방 하나 크기에 육박했다./자료사진=미디어펜DB

분양 전 '디에이치'는 강남 개포의 평당 5000만원대의 초호화 아파트로 '개포 그들만의 리그'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승인을 거부하면서 수차례 가격을 인하하는 등 ‘고분양가 논란’에 몸살을 앓았다.

HUG의 으름장 규제는 ‘노이즈 마케팅’과도 같았다. 세상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반사이익은 '디에이치'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견본주택 한 상담자는 “처음 견본주택을 개관했을 때는 창구가 한산한 편이었다"며 "HUG가 분양 승인 불허를 반복하자 문의가 폭주, 일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개포동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연일 언론을 타면서 재건축을 앞둔 개포주공1·4단지의 주가도 덩달아 올라갔다”며 “문의전화도 늘었고, 실제 매매가도 뛰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10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베테랑'를 보자. 흥행 성공에는 돈많은 제작자나 탁월한 감독, 스타급 주연도 있으나 조연자, 특히 악역의 명연기가 회자된다. '19금'으로 700만명의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내부자들'도 마찬가지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흥행성공에서 정부역할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언론인 악역 조연 배우, 백윤식 이상이었다. 

   
▲ HUG의 분양승인을 받은 뒤 재오픈한 '디에이치 아너힐즈'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모여들었다./자료사진=현대건설
서울 등 수도권에서 택지개발지구 등 ‘먹거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노릴만 한 사업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재정비사업이다. 

재정비사업의 핵심은 강남 3개구다. 유명 브랜드의 탄착군은 압구정과 반포, 은마 등이다. 디에이치의 명품 브랜드 성공 론칭에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건곤일척과 같은 ‘디에이치’를 내세운 현대건설의 아파트 명가 부활은 업계 지각변동과 함께 명품화를 위한 브랜드가치 제고와 다양한 상품 경쟁을 촉발시키는 기폭제다.

국내 건설업 선두자리를 고수 중인 ‘래미안’의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 브랜드 평판 등 다양한 부문에서 1위를 차지 중이다. 일각에서는 ‘독식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디에이치’는 브랜드가치 부동의 정상, 래미안를 넘어서면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업계의 선의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이 살기 좋고 편한 집을 선택할 폭이 넓어지면서 고객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경사집 현대건설의 입, 홍보실은 여전 무겁다. 재건축 수주시장이 브랜드만으로 장사하는 것이 아니기에 표정관리하는 것일까? 아니다, '디에이치'의 홍보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한 스텝진 핵심이 홀연 본사를 떠나 주택건설 현장으로 '날라간' 탓이다.

왜일까. '디에이치' 성공론칭의 조연자에 따르면 최상의 명품 브랜드 만들기의 현장 체험이란다.  영화 '내부자들' 명연기 조연 배우인 백윤식이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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