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각 세우며 기습 지급 절차상 문제…주객전도 위법적 발상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지방분권과 복지재정 갈등

청년수당 지급을 두고 벌어진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 3일 서울시 거주 청년 2831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청년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자 다음날 즉시 보건복지부가 집행을 중단하라는 직권취소 조치를 내렸다. 이에 불복해 서울시는 지난 19일 보건복지부의 취소처분과 가처분을 구하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좌불안석인 이는 청년들이다. 수당을 써도 되는지 환급해야하는지 지루한 갈등의 끝을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이제 정부-서울시를 넘어 국회에서 2라운드를 펼치는 듯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인사인 기동민 의원은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정부에 통지만 해도 되는 내용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냈다. 박홍근 의원도 국가나 지자체가 청년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두는 청년정책기본법을 발의했다. 누가 봐도 야당의 박 시장 측면지원용 법안들이다. 이는 청년수당 지급을 위법으로 만든 그 법을 개정해 청년수당 사업을 합법화로 만들겠다는 주객전도 발상이다. 서울시가 스스로 위법 행위를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이런 정치권의 기류가 반영돼서인지 청년수당 지급 문제가 마치 서울시 대 정부․여당 간의 갈등으로만 비춰진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시장과의 각 세우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표면적인 정치적 해석은 차치하고 사안의 본질을 들여다봐야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기습 지급’은 사실상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냐의 문제이고,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수용여부는 한정된 사회보장사업 예산의 효율성 측면에서 진단할 사안이다. 

우후죽순 사회보장사업들에 대한 정비

청년수당이나 청년배당 등은 지자체가 신설하는 복지사업이기 때문에 2013년 1월부터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 이는 복지사업의 유사․중복으로 예산 낭비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남시의 공공산후조리원,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이 정부로부터 불수용되자, 일부 자치단체장과 복지만능주의에 환상을 가진 세력들은 현 정부가 자신들의 복지사업을 정치적 입장에서 차단시킨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거슬러보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는 참여정부 때부터 등장했다. 사회복지가 확대되자 복지의 도입뿐 아니라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조정이나 복지예산의 효율성을 위해 복지구조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2007년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기준을 마련했고 통폐합 33개 사업, 전달체계개선 27개 사업 등 총 64개 사업을 선정하여 각 관련 부처에 대해 해당 사업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복지사업의 유사․중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개편으로 타겟을 맞췄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구축하여 2009~2011년 간 타부처의 복지사업 약 400여 개를 연계․통합시켰다.

   
▲ 이제 청년정책도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고민처럼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청년지원사업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며, 지역간 차별없이 형평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총괄적인 청년정책을 세우고 지역의 고용지원센터 설립․관리 등은 지자체에 위임함으로써 상호협력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오판은 이 점에 기인한다./사진=미디어펜


박근혜 정부에선 집권 초기부터 중앙행정기관의 복지예산사업을 조사하여 17개 중앙행정기관의 292개 사회보장사업을 재조정하고, 2013년 전 부처별 사회보장국가사업 현황조사를 통해 새롭게 파악된 140개 사업을 합쳐 2014년에 사회보장사업 360개 사업으로 재분류했다. 현재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협의․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유사․중복 사업 정비를 통해 예산집행의 효율성 높이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니 현 정부의 복지사업 방향이 포퓰리즘에 취한 야당 지자체장과 갈등을 빚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이나, 승인을 거부당했다고 해서 지자체장들이 억울해 할 일은 아닌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어떤 객관적 기준도 없이 자의적 기준으로 불수용한 게 아니다.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에 의하면, 대상자와 급여, 전달체계 등이 적절한지, 재정부담과 재원조달상 문제는 없는지, 사업의 효과나 성과목표 등 기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종합 판단하여 수용․불수용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로 넘어온 사회보장사업 협의요청 건수는 2013~2015년 3년 간 총 503건에 달한다. 특히 2015년도에는 총 361건으로 급증했고 불수용 사업도 33건이다. 불수용 사업들 대부분은 ‘현금성 지원’이나 공공산후조리원-보육시설 등의 ‘복지시설 설치’ 사업이다. 정부는 불수용 사유로 △1회적 현금성 지원은 사회보장 성격으로 보기 힘듦 △기존 복지(기초연금,양육수당)와 중복 △자치단체 재원의 지속 가능성 감안 필요 △지역 간 형평성 문제 △복지투자의 효율성 저하 등을 들고 있다. 그러니 서울시 청년수당을 마치 어떤 정치적 구도 차원에서 정부가 불수용했다고 몰아가면 오산이다. 

중앙과 지자체는 대립이 아닌 상호협력 관계

예산이 수반되는 지자체 사업에 정부가 제재라도 가하면 다수 지자체장들은 ‘지방자치 훼손’이라며 반박한다. 내국세의 19.24%로 연동되는 지방교부세 비율을 높여달라고 아우성이다. 중앙과 지자체가 복지재정을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그런데 중앙과 지자체의 관계는 원래 갈등․대립의 구도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117조와 지방자치법 제8조를 보면 지자체의 기능은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지방자치법 제9조에는 지방자치의 사무범위를 약 50여개의 예시로 설명하고 있다.1) 지자체는 이러한 고유의 자치사무뿐 아니라 위임사무도 함께 수행한다. 덩치 큰 중앙이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을 주민과 밀착 관계에 있는 지자체에 위임해 세밀하게 처리하도록 분업하는 것이다.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등은 국고보조사업으로 대부분 지자체에 위임된다. 이렇게 볼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갈등 구도가 아니라 협력과 분업의 관계이다. 지자체장은 지방정부의 수장이자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협업하는 행정가이다.

그런데 다수 지자체장들이 자신을 정치인으로 착각한다. 선거주기의 엇갈림으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출신들이 서로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보인 모습도 지역을 위하는 행정가라기보다는 개인의 미래 정치가도를 다지려는 정치인 이미지에 가깝다. 사실 야당성향 지자체장이 정치적으로 본인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전략 중의 하나가 바로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방법이다. 그런 정치적 야욕을 취하려는 지자체장에게 복지사업은 좋은 이슈거리이자 아이템이다. 지자체장은 주민들에게 퍼주려고 하는데 정부는 이를 말리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 보건복지부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을 어떤 객관적 기준도 없이 자의적 기준으로 불수용한 게 아니다.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에 의하면, 대상자와 급여, 전달체계 등이 적절한지, 재정부담과 재원조달상 문제는 없는지, 사업의 효과나 성과목표 등 기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종합 판단하여 수용․불수용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지방분권 수준과 복지재정의 문제

지방자치를 미화시키고 오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자체장은 자신이 주민으로부터 선출됐고 민주주의 발현이 지방자치라고 여기기 때문에, 마치 임기 4년 동안은 어떤 외부로부터의 제재없이 지자체장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착각한다.

한편, 티보의 ‘발에 의한 투표’ 등 분권이론에서는 순수하게 주민들의 지역선호도를 반영함으로써 정부간 경쟁을 통해 공공재․복지 공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지방자치는 경제․사회적 환경이나 지역구성원, 지방세입 수준 등 여러 부분에서 거의 동등한 조건이 갖춰져야하므로 안타깝지만 실제 실현되긴 어렵다.

한 나라의 지방자치나 분권의 수준, 중앙-지방정부와의 관계에는 정답이 없다. 각 나라마다 제도적 환경과 지형적 구조, 민족 구성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기능이 구분되어 있고 지자체가 중앙으로부터 자율성을 가지면서도 통제․관리를 받고 있으며 서로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국가이면서 구성원간 동질성이 강하고 지자체간 인접성이 높은 특성을 지닌 우리에 맞는 지방분권의 적정 수준, 중앙-지방정부 간 기능분담 기준을 찾아야 한다. 

분권의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재정분권이다. 그런데 한국의 세입․세출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2)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운용 양상을 보면 세수는 국세:지방세가 약 8:2인 반면 예산사용액은 국가:지자체(교육청 포함)가 약 4:6으로 역전되어 있다.3) 또한 지자체는 중앙으로부터 받는 이전재원에 상당부분 의존하는데, 이전재원은 각종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원금과 열악한 지자체에 재정보전을 해주는 지방교부세4)로 이뤄진다. 지방교부세는 지역 균형발전과 재정력 균형을 위해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교부하는 재원이다.

이런 기제로 그대로 작동한다면 만약 지자체가 지역사업을 벌이고 복지사업을 남발하여 지역재정을 낭비하더라도 그 지자체는 이듬해 이전재원으로 보전받게 된다. 사실상 지자체장은 책임성을 상실하고 도덕적해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모두로부터 거둬들인 세수를 골고루 잘 배분하고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자체 재정을 관리․통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국민의 기본권으로 평등권5)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6) 등이 명시되어 있듯이, 사회보장사업은 그 특성상 지자체나 수혜자들 간 수평적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해선 안 된다.7) 어느 지역이 주민 1인당 거둬지는 자체수입이 적다고 해서 그 지역민들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일 수는 없다. 그래서 사회보장사업처럼 국가 책임성이 강한 사업은 중앙정부가 총괄하고 지자체에 분담․위임해서 전국적 통일형태로 표준서비스로 시행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중앙-지자체가 효율적인 사무 처리를 통해 국가 전체 자원배분의 효용을 높이는 방향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역할 분담은 중앙과 지자체 간의 상호협력과 신뢰가 기본전제로 형성되어야 가능하다.

청년정책에 있어서도 중앙-지자체의 협력이 필요

현재 청년고용 문제는 국가적 과제이다. 많은 청년들이 장기간 취업준비생으로 전락한 것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또한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 산업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지식 습득이 늦어져 그만큼 인적자본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과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인 인적자본력의 수준이 떨어져 결국 한국의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청년 장기실업과 성장동력 저하, 경기침체는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거듭해 한국경제 도약을 저해할 것이다.

이제 청년정책도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고민처럼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청년지원사업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며, 지역간 차별없이 형평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총괄적인 청년정책을 세우고 지역의 고용지원센터 설립․관리 등은 지자체에 위임함으로써 상호협력해야 한다. 물론 지자체에서도 중앙정부의 위임사무 외에 지자체 특성에 맞는 청년지원 정책을 벌일 수 있다. 이를테면 다문화가정의 중도귀국 청년들이 많은 지역이라면 그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자치사업을 시행하고, 낙후된 지역은 우수한 청년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근무환경 증진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다.

앞서 우후죽순으로 도입된 각종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정비작업에 거의 10여 년이 소요된 것을 살펴봤다. 이는 컨트롤타워나 통일된 거시적 시스템 없이 전개된 사업이 얼마나 장기간의 후속정비와 비효율을 낳는지를 보여준다. 청년정책도 그런 선례를 반면교사 삼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 지자체가 지역사업을 벌이고 복지사업을 남발하여 지역재정을 낭비하더라도 그 지자체는 이듬해 이전재원으로 보전받게 된다. 사실상 지자체장은 책임성을 상실하고 도덕적해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도 마찬가지다./사진=미디어펜

1) 지방지차법 제9조(지방자치단의 사무범위) 제2항에서는 사무의 예시를 사무유형별로 총 50여개를 들고 있는데, 지자체 행정관리나 사회복지시설 설치운영, 생활이 곤궁한 자의 보호지원, 농립상공업 등 산업 진흥, 주거생활환경 개선, 공공교육체육문화시설의 설치관리 등이다.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2) 참고의 <표1>지방자치단체 세입 구조를 보면, 국세 중 많은 부분을 지자체에 국고보조금과 교부금 형태로 내려보내지고, 특별시․광역시․도는 다시 시․군․구에 보조금을 내려보낸다. 또한 각종 자치단체마다 세수항목도 다양하다.

3) 참고의 <표2><표3>을 보면, 2015년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8.8:21.2이며, 재정사용액은 중앙정부는 42.5%, 지자체+지방교육은 57.5%이다.

4) 참고의 <표4>보통교부세 산정 방법에서 보듯이, 매년도 기준재정수입액이 기준재정수요액에 미달하는 지자체에 대하여 그 부족분(재정부족액) 만큼을 교부한다.

5) 헌법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6) 헌법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7) 참고의 <표5>2015년도 기준으로 자치구 중 주민1인당 자체수입액은 서울 중구 1,319,000원, 부산 북구 129,000원으로 10배 이상 차이난다. <표6>에서 주민1인당 세출예산액은 전북 김제는 6,029,000원, 경기 부천은 1,100,000원이다.


※ 참고자료

   
▲ 표1. 지방자치단체 세입 구조

   
▲ 표2. 연도별 국세 대 지방세 비율

   
▲ 표3. 2015년도 국가-지자체 재정사용액 (단위:억원)

   
▲ 표4. 보통교부세 산정 방법

   
▲ 표5. 2015년도 주민1인당 자체수입액 (단위:천원)

   
▲ 표6. 2015년도 주민1인당 세출예산액 (단위:천원)


※ 참고자료 출처
표1 : 연가연, ‘지방재정의 구조와 변화 추이’, 보건복지포럼, 2013.11.
표2~6 : 행정자치부, ‘2015년도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 개요(상)’, 2016.


(이 글은 29일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실, 바른사회시민회의, 청년이여는미래가 공동주최한 '청년수당 왜 문제인가? 청년정책의 방향' 토론회에서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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