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부족한 미완의 사과…남 탓말고 '정론직필' 계기 삼아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그동안 많은 국민과 독자들 비판에 눈을 감았던 조선일보는 31일에서야 신문 1면에 "앞으로 언론 및 기자 윤리를 더욱 엄격히 실천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을 다함으로써 독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짤막한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사과문과 달리 이날 사설은 "언론인 개인 일탈과 권력 비리 보도를 연관짓지말라"며 송 주필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 땅 의혹은 "한 유력한 외부 제보를 바탕으로" 보도한 것이며 그 의혹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는 식으로 강변했다.

또 조선일보 주필이 편집인을 겸하기는 하지만 사설만 책임을 질 뿐 취재와 보도는 편집국장에게 달렸으며 송 주필이 직접 기사 지시를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조선일보 간부의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 의혹 유착의혹이 드러날까 기사를 쓰게 했다는 음모론으로 청와대가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언론사의 사설을 책임지는 주필, 편집인이 자사 기사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기사와 사설이 따로 가는 언론사를 조선일보는 본적이 있나. 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주필 비리 의혹이 기사와 칼럼에도 녹아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도 궁색한 태도다.

그동안 조선일보 역시 권력을 비판해올 때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 과연 주필 한 사람만의 문제인가, 그 윗선의 문제는 없는가 하는 시중의 의혹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다. 조선일보 스스로도 역지사지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사과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진솔한 사과를 원했던 독자들의 기대에 부합됐는지는 조선일보가 좀 더 세심히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조선일보의 우병우 수석 공격은 그동안 조선일보의 기사와 칼럼을 지켜봐 왔던 많은 독자들의 의구심인데도 청와대가 음모론을 편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도 여론과 동떨어진 또 다른 음모론이다.

   
▲ 조산일보 31일자 1명 독자 사과문. /조선일보 캡쳐

조선일보 '우병우 죽이기'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

우병우 논란으로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대립이 오래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찌됐든 조선일보가 그동안 대한민국 발전에 끼친 긍정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고 큰 공헌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우 수석 건으로 지나치게 공격을 받은 청와대의 날카로운 심경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대립구도가 오래가길 바라는 것은 이 정권과 조선일보가 망하길 바라는 정적과 종북세력, 좌파세력 뿐이다.

이들은 지금도 청와대와 조선일보 중 한쪽이 끝장나는 치킨게임으로 가도록 교활하게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청와대와 이 정권도 언론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해왔다고 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정책 등 어떤 면에서는 무능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 폭로전에 청와대가 일일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제 양쪽 모두가 한발 물러서서 차분히 냉정을 되찾아야 할 시기가 왔다.

일부 언론과 물 만난 좌파세력은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않고 김진태 의원과 엮어 청와대의 언론탄압, 정치공작, 청부 폭로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우긴다고 무조건 언론의 소망대로 흘러가는 시대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중 사건의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걸 무시하고 입맛대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문제는 그 사안대로 진실이 드러날 것이고 또 그 정도에 맞게 처리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언론이 언제까지나 우병우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건 민심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대로 더 큰 자정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와 우병우, 김진태 등 남 탓하기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큰 언론사로 거듭나려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 1등 신문이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백년 가까운 역사의 조선일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사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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