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에서 회사 재활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 할 것"
한진해운이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밟으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일구겠다는 꿈도 좌초됐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긴급수혈에 알짜 지분 매각·유상증자 등 계열사를 통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으나,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하면서 결국 지난달 3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넘겨받은 이래 한진해운 살리기에 동분서주해왔다. 그룹 차원에서 한진해운에 지원한 금액만 2조2000여억 원에 달한다.

그룹 알짜자산으로 평가받던 에쓰오일 지분을 팔아 9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통해 6600억 원을, (주)한진과 한진칼 등에서도 총 4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막판에는 추가 자구안을 통해 5000억 가량의 유상증자에 개인적인 자격으로 사재출연까지 언급했으나, 돌아선 채권단의 마음을 끝내 되돌리진 못했다.

시장에선 한때 매출이 10조 원을 넘으며 세계 10위권의 해운사로 올라섰던 한진해운의 추락에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는 착찹함과 “이미 예견된 일 이었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제수씨인 최 전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할 당시에도 재계에선 “조 회장이 ‘무리한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말들이 무성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후 해운업 시황이 전 세계적으로 내리막을 치닫는 상황에서 “한진해운 살리려다 그룹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짙었다. 한진해운은 부채비율 1400%, 당기순손실은 6800억원의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다(2013년 12월말 기준).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조 회장이 ‘한진해운 구원투수’를 자처한데는 “반도체는 못해도 육·해·공 운송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던 고(故) 조중훈 창업주의 소신 만큼은 끝까지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부친의 창업이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수송보국(輸送報國·수송으로 나라에 보탬이 됨)’의 경영철학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서 조 회장은 전날 ‘한진해운 임직원에게 전하는 글’을 통해 아쉬운 심경을 밝혔다.

조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우산 아래로 다시 돌아온 이래 한진그룹은 단 한순간도 한진해운 회생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면서 “한 회사 회생 차원을 넘어 한국 해운 명맥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저희의 간절한 호소가 채권단을 설득하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지원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며 아쉬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영구채 등 8259억원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고, (주)한진은 아시아 역내 노선 영업권, 베트남 터미널법인 지분 인수 등으로 2351억원을 지원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1조2467억원을 지원했다”며 “투자자, 채권자들과 선주사들까지 나서서 한진해운을 도와주려 힘을 모아주었지만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갈 운명에 처해 있지만 여기서 주저앉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며 “한진해운과 여러분은 일개 회사 종업원이 아니라 한국 해운산업을 지탱하는 기둥이자 국가 물류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이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회사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