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수반했던 통일이 대부분…주도국가의 정치경제 체제로 단일화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진정하고 현실적인 통일 논의를 위하여

1. 들어가는 말

통일을 이야기할 때 마다 반드시 포함되는 거의 신성불가침 수준의 개념들이 세 가지 있다. “통일은 우리의 소원” 과 “평화 통일 외에는 안 된다” 그리고 “흡수통일도 안 된다.” 라는 것이다. 즉 통일은 우리 민족 모두가 꿈에도 그리는 소원이며, 그러나 반드시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남한이나 북한이나 상대방에 흡수당하는 통일은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적 개념들을 정밀하게 사용할 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이들 용어를 정교하게 사용해야 할 언론인 정치가 전문가들도 이들 개념을 정말 개념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통일 이론 혹은 통일논의는 논리적으로 비논리적이며 학술적으로 불량하며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논리적이고 학술적으로 타당하고 이에 근거한 고도의 전략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도 이루기 어려운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수 있을까? 
   
우선 분단이 된지 71년이 되는 현재 통일이 가까워졌다고 학문적 근거와 확신을 가지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온민족의 “소원”이 이토록 오래 달성 되지 않고 있다는 데는 필경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통일에 대한 노력이 부족해서 인가? ‘소원’이라면서 노력을 안 했다는 말인가? 혹은 소원은 아닌데, 남들이 다 그렇게 말하니까 건성으로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인가? 
   
혹은 평화적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인데 ‘평화’를 강조하다 보니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혹은 흡수통일을 안하려다보니 일이 잘 안 되는 것인가?
   
우리가 70년 동안 소원이라고 말해온 통일이, 대한민국의 종합 국력이 북한보다 수 십 배나 막강해진 지금도 이룩되지 않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동안 통일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효과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접근만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대해 우리는 허구적, 비논리적, 비 학술적으로 접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통일에 관한 수많은 논문과 책이 쓰여 졌고 수많은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 졌지만 그 모든 것들이 통일을 이룩하는데, 혹은 통일로 다가가는데 별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실이다.

   
▲ 현재 상황을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 불쌍한 이웃은 우리의 도움으로, 잘 살려고 노력하는 대신 권총을 샀다. 저들은 권총만 있으면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6년 2월16일 국회연설은 바로 절박한 상황에 이른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총알을 살 돈까지 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사진=연합뉴스


2. 통일의 본질
  
우리는 매일 통일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통일은 국제정치상 보통 일이 아니다. 보통일이기는커녕 엄청난 일이다 통일은 두 개의 ‘정치 체제’가 하나가 되는 일이다. 그것도 보통 체제가 아니라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로서 존재하던. 즉 2국 이상의 나라들이 하나가 되는 일이다.  
   
원래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나라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도 있고 하나였던 나라가 분단되었다가 다시 합쳐지는 경우도 있다. 프러시아에 의한 독일 통일, 신라에 의한 3국통일 등은 이미 따로 존재하던 나라들이 하나가 된 사례다. 1990년에 이루어진 동서독의 통일, 1975년 이루어진 남북 베트남의 통일은 분단된 나라들이 다시 하나가 된 사례들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연방에서 탈퇴하려는 나라를 격파함으로써 통일 국가를 지속한 사례다. 

재상이 된 직후 일주일째인 1862년 9월29일에서 비스마르크가 행한 연설은 역사의 명연설 이었다. “비엔나 조약 이래 우리의 국경은 ‘건전한 민족 생활에는 적합치 않은 것이었다.’ 이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마치 1848년과 1849년의 오류에서처럼 연설이나 다수결에 의한 결정으로 좌우 되는 것이 아니다. 鐵과 血에 의해서 결정 되는 것이다.” 사실 오스트리아는 물론 주변 강대국들과 전쟁(戰爭, 철과 혈)을 하지 않은 채 독일의 통일은 불가능한 일 이었다. 
   
역사상 통일과정은 압도적인 다수가 “전쟁”을 통해서 이룩되었다. 아주 희귀한 경우 “평화통일” 도 있기는 했다.1) 

모든 통일은 결과론적으로 “흡수통일” 이었다. 역사상 단 하나의 예외도 없는 것은, 모든 통일의 결과는 통일을 주도한 나라의 정치 경제 체제로 단일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두 개의 정치 체제가 짬뽕식으로 합쳐진 경우란 없었다. 통일은 언제라도 강한 쪽의 정치, 경제 체제로 단일화 되는 정치과정이었다. 역사상 흡수통일이 아닌 통일이 없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통일론에는 “흡수통일” 하면 안 된다는 놀라운 신성불가침 조항이 있다. 흡수통일이 아닌 통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통일을 주도하지 못한 정치체제는 통일과 함께 사실상 “멸망” 혹은 “소멸” 되기 마련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에 나타나는 신라의 삼국 통일은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을 통해 이루어진 일이며 동서독의 통일은 동독 정치경제 체제의 완전한 소멸, 베트남의 통일은 월남(남베트남) 체제의 완전 소멸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게 된 일이다.
   
그래서 통일을 주도할 가능성이 없는 체제, 통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체제는 기를 쓰고  통일을 막으려 하는 것이다. 통일 당함을 막기 어려워 질 때 그 정치 체제는 마지막으로 전쟁이라는 수단에 호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상 대부분의 통일은 ‘폭력적’ 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평화적으로 죽기보다는 싸우다 죽는 것을 택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들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국내정치적인 일이 아니다. 통일은 반드시 국제정치의 변혁을 초래하는 국제정치적 사건이다. 두 나라 혹은 그 보다 많은 수의 나라가 한나라가 되는 일은 국제정치에 강력한 국가의 출현을 의미하며 국제구조의 변동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웃 나라들은 옆의 나라가 통일을 이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웃에 강국(强國)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논리다. 그래서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프랑스 등 당대의 강대국을 차례로 격파하는 대 전쟁을 치르고서야 비로소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 김정일이 죽고 천둥벌거숭이 어린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은 후, 그의 행보는 갈지자 같지만 한 가지 분명한 논리가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빨리 핵무기체계를 완성하자. 그리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자는 것이 그것이다./사진=연합뉴스
   
이상 역사적 사례들에서 통일의 과정과 결과에 관해 두 가지 현저한 사실이 도출 된다. (1) 대부분의 통일은 전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2) 모든 통일은 흡수통일이다. 이 두 가지 현실은 오늘의 한반도 통일을 논하는 경우에도 모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주도 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은 통일을 당하는 것이다. 역(逆)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통일을 주도한다면 대한민국은 통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통일을 주도하는 나라의 이름이 통일된 나라의 이름이 될 것이다. 통일을 당한 나라의 정치, 경체제체와 국호는 소멸 될 것이다. 독일의 통일과 베트남의 통일이 그러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을 관찰 해 본 누구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통일의 대세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로 되어 있다. 즉 북한이 통일을 당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런 통일을 결코 원치 않는다. 그래서 국민이 굶어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폭탄을 만든 것이다. 북한의 핵폭탄은 북한이 대한민국에 의해 통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도구로서 만든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반도에 상당히 강한 국가의 출현을 의미한다. 당연히 한반도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이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강한 이웃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요체다. 중국은 60여 년 전인 1950년 늦은 가을, 한국이 통일되는 것이 두려워서 100만 대군을 파견, 자기 나라 수십만 젊은이의 피를 흘리게 했다. 당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고려는 지금도 변한 바 없다.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중국 때문에 통일이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있는 데 지정학적인 진리다. 
   
통일을 이루려는 우리의 정성과 힘이 통일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북한과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호의적일 수 없는 중국과 일본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힘을 합친 힘보다 더 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통일은 말로 하거나 협의를 이룸으로써 이뤄지지 않는다. 통일은 막강한 힘으로 밀어 붙일 때 이뤄지는 것이다. 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의지와 힘이 강력해야 평화 통일도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대업중의 대업이며 이를 위해 통일에 대한 올바르고 현실적인 이해와 이에 기반을 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동안 회자되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로 대북정책을 바꾸는 것이며 이는 수 십 년 만에 다시 접하게 된 진짜 통일 정책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오래간만에 통일을 향한 올바른 목표가 설정된 것이다./사진=연합뉴스

3.  통일론에서 비논리적 허구를 빼내자

통일은 국가 대업이며 국제정치적인 사건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더 나가서 세계정치와도 관련되는 일이다. 전략적 요충지인 한반도의 통일은 국제정치적인 대사건이 될 것이다. 한반도가 분단 된 것이 국제정치에 의한 것이었던 것처럼 통일 역시 국제정치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구조변동을 초래 할 일이다. 현상의 대폭적인 변경을 초래 할 일이다. 그처럼 큰일이 自主的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목청 높여 말하고 북한이 항상 목청 높여 외치는 “자주통일”은 한반도 통일 관련 현실주의 국제 정치학적으로 보았을 때 ‘허무한’ 개념이다.2) 그래서 또한 2015년 9월 한중 관계가 비록 허상에 의한 것이지만 최고의 양호한 상태에 도달 했던 때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 말 “한반도의 자주적 통일을 지지 한다” 는 말은 허사이며,  현실적으로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더욱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시진핑 주석이 한 말은 “미국이 개입하는 통일에 (즉 자주적이지 않은 통일에) 절대 반대 한다.” 는 의미다. 
   
북한이 반대하고,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이 원하지 않는 통일을 우리 힘 만 가지고 달성 할 수 있는가? 막강한 서독도 통일을 자기 힘으로 이룩하지 못했다. 서독의 통일은 주변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다 반대했었다. 서독의 통일은 미국의 지원으로 비로소 가능했던 것이고 우리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한반도 통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고 단언하는 베를린 대학 박성조 교수의 언급은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한반도의 통일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구조적, 지정학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는 미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지원이 없을 때 우리 힘만으로 통일에 반대하는 힘(중국, 일본, 북한의 통일 반대 세력) 을 제압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특히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국 사람들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는 이유는 우선 그것이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된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이라는 수 천 년 동안 증명된 국제정치의 철칙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의 통일을 부담으로 여길 수 밖에 없는 중국과 일본과 달리 미국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한반도 통일을 반대 할 필요가 없다. 

특히 통일된 한반도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정석(定石)일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이룩할 필요성도 느낄 것이다.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과 대결하는데 있어서 중국의 문턱에 붙어있는 한반도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사실은 미국에게는 결정적으로 득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많은 미국 학자와 정치가들이 한국의 통일, 북한의 멸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3)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정치의 현상을 냉혹하게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누가 우리나라의 통일을 지지하고 누가 반대하는 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지하는 힘을 극대화 시키고 반대하는 힘을 극소화 시키는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대전략을 수립하면서 비스마르크가 했던 말처럼 “1953년 휴전협정 이래 우리의 국경은 건전한 민족 생활에는 적합지 않은 것이었다.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마치 남북합의서, 6.15 선언의 오류에서처럼 포퓰리즘적 타협을 통해서는 해소 될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의 자유 민주 통일은 오직 의지와 힘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이다.” 라고 진실을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한국의 지도자는 있는가?

   
▲ 김일성 이래 김정은에 이르기 까지 북한의 대미 정책은 “미국과는 싸우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김일성이 아직 살아있을 때 김정일이 한 말이다. “수령님 대에 조국을 통일 하자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마음 놓고 조국 통일 대 사변을 주동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4. 솔직한 통일전략의 추구: 북한의 regime change 

통일을 위한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은 정부가 바뀔 적마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목적과 방법을 분명하게 밝힌 통일 정책은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의 “북진통일” “멸공 통일” 정도 외에는 없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통일의 주체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고, 통일의 방법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를 제거함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기하고 있었다. 북진 혹은 멸공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대한민국 체제로 바꾸는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는 의미에서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바른 통일 정책이었다.

이 같은 정책을 호전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두 개의 전혀 다른 정치 경제체제가 평화적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가 망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건강한 두 체제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예외 없이 전쟁이라는 수단이 동원되었다는 것이 분열과 통합에 관한 국제정치역사의 진리다. 

반면 대한민국과 달리 북한의 통일 정책은 그것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면 현실 국제정치에 부합하는, 진짜 통일 정책이었다. 김정일은 자신은 점령군 사령관으로 서울에 가겠다고 말했고, 김정은 은 2015년 신년사에서 2015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하나의 정권이 지속적으로 통치한 지역이며 이들은 통일을 위해 대단히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수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엉성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김정일이 했던 말이다. “나는 남한 점령군 사령관으로 가겠다. 1천 만 명은 이민 갈 것이고 2천 만 명은 숙청될 것이며, 남는 2천만과 북한 2천만으로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면 될 것이다” 김정일은 통일된 후 한반도에 존재할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이며, 순수한 공산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수천만 대한민국 국민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공언한 것이다. 

1972년 남북 합의서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본 김일성이 교시한 말이다. “남조선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해서 부러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가 만반의 전쟁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일단 유사시 남조선을 해방하고 조국을 통일하게 되면 남조선의 발전된 경제가 다 우리 것이 된다.” 

김일성의 언급은 그 가능성 여부를 제외하면 국제정치 이론상 하자가 없는 말이다. 김일성은 “남조선을 해방하고 조국을 통일하기 전에는 우리에게 평화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순간도 잊으면 안 된다.”고 독려 했다.

북한은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겉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전쟁 준비를 지속해 왔다. ‘핵을 만들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 며 능청을 떨었고 그 말을 그대로 돼 낸 대한민국 대통령도 있었다. 그래서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가난한 이웃에게 돈을 가져다주었다. 

가장 심각해야 할 대북 정책에 “우화”에서 유래한 이름이 붙은 적도 있었다. 그 말이 구체적인 플랜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멋있다고 ‘독트린’ 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북 정책도 만들어 졌다. 우리는 지난 20년 이상 북한이 곧 붕괴할 것처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을 살려주는 온갖 정책을 만들고 집행했다. 

북한이 붕괴되면 큰일 날 것이라고 말하는 정치가들조차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을 붕괴시키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했고 다 죽어가는 북한을 살리기 위한 방법도 강구했다. 김정일은 한국 사람들의 정신과 이념을 혼탁하게 만들면 북한이 아무리 가난해도 남한을 굴복시키고 적화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였다. 

자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조선 인민들은 전쟁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총 몇 방만 쏘면 다 도망간다. 식량과 기름이 부족하지만 휴전선만 넘으면 남조선에 식량과 기름이 많이 있다. 이것을 사용하면 쉽게 남조선을 먹을 수 있다.” 

김정일이 죽고 천둥벌거숭이 어린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은 후, 그의 행보는 갈지자 같지만 한 가지 분명한 논리가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빨리 핵무기체계를 완성하자. 그리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식자들이 북한이 미국과 싸우기 위해서 저러고 있다는 무식한 말들을 해대고 있지만 김일성 이래 김정은에 이르기 까지 북한의 대미 정책은 “미국과는 싸우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김일성이 아직 살아있을 때 김정일이 한 말이다. “수령님 대에 조국을 통일 하자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마음 놓고 조국 통일 대 사변을 주동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의 대북정책은 국제정치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허상’을 좇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쁜 이웃이지만 불쌍하며 동족이니까 착한 마음으로 도와주면 마음을 바로 잡고 선량한 사람이 되어 함께 살 수 있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합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을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 불쌍한 이웃은 우리의 도움으로, 잘 살려고 노력하는 대신 권총을 샀다. 저들은 권총만 있으면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이제 저들은 총알만 사면되는데, 더 이상 방치 할 경우 내일 모레쯤이면 우리는 실탄이 장전된 총으로 위협하는 이웃 앞에 아무 대책 없이 노출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큰 일 나게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6년 2월16일 국회연설은 바로 절박한 상황에 이른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총알을 살 돈까지 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정책을 답습할 경우 우리는 곧 두 가지 대안밖에 남지 않을 상황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동안 회자되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로 대북정책을 바꾸는 것이며 이는 수 십 년 만에 다시 접하게 된 진짜 통일 정책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오래간만에 통일을 향한 올바른 목표가 설정된 것이다.

   
▲ 북한은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겉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전쟁 준비를 지속해 왔다. ‘핵을 만들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 며 능청을 떨었고 그 말을 그대로 돼 낸 대한민국 대통령도 있었다. 그래서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가난한 이웃에게 돈을 가져다주었다./사진=연합뉴스

5. 통일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하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 선 이후, 통일의 논의에 통일의 '결과' 에 대한 부분이 큰 비중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통일 논의의 역사에서 새로운 차원의 진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통일의 목표, 즉 통일된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토론을 하지도 않은 채 통일을 이야기 해 왔는지도 모른다.
    
우선 통일된 한반도의 국호는 “大韓民國” 이다.

언젠가 아동들을 위한 통일교육 책자에 통일이 되면 나라 이름도 바뀔지 모르고, 수도도 바뀔지 모르고, 국가도 바뀔지 모른다고 쓴 학자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법학을 전공한 교수의 글인데, 필자가 잘 아는 선배 학자가 필자였다. 나는 그 글을 읽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 했다. 그리고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통일한국의 政體는 民主, 國體는 共和國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지도자를 선출하고, 지도자는 임기동안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주권은 국민에 있는 나라가 민주국가다. 우리나라의 국체는 다수가 지배(rule by the many) 하는 나라라는 의미에서 공화국이다, 왕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고 노동자 농민의 독재가 행해지는 대중 독재국가도 아니다. 

통일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좌경화 된 세력들의 집요한 노력에 의해 ‘자본주의’ 라는 용어가 대단히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버렸다. 자본주의란 개인의 사유 재산을 인정하고 개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제도는 ‘자유’(Freedom)를 기본으로 삼는다. 물론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우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 제도적 장치를 기지고 있어야 한다. 국가가 일정부분 국민의 개인 생활에 개입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능한 한 정부가 국민의 경제생활에 적게 개입하는 것이 더 좋다.

통일 한반도의 수도는 서울, 국가는 애국가, 국기는 태극기

한반도기 같은 조잡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일된 후 독일의 국기는 서독 국기와 같고 통일 베트남의 국가는 북베트남의 국기와 같다.

통일 한반도의 국토면적은 현재의 남한+북한 면적과 같아야 한다. 

통일 한국은 추호도 남에게 (특히 중국) 영토를 양보하는 방식을 통해 이뤄지면 안 된다. 현재 남북한의영토가 온전히 통일 한국의 영토가 되어야 한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 1990년의 동서독 통일을 거의 유일한 평화통일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우리나라의 힘이 주변 관련국들보다 강하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면 남북한이 분단이 되었을 리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3) 그러나 최근 미국의 패권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신고립주의가 부활하고 있으며, 중국을 미국에 도전하기 곤란한 나라로 인식하는 미국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지난 8월 18일 주최한 <생각의 틀 깨기 13차 세미나> '평화통일은 허구다'에서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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