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이 기업인·공직자 90명 목숨 끊어…모멸감·자괴감 극단 선택
자살로 이끄는 검찰의 수사관행, 수사권력의 통제가 필요한 시점

이인원 롯데그롭 정책본부장(부회장)이 9월26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극단적 상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평소 곧은 성격과 치밀한 업무스타일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강한 자존심의 소유자였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압박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롯데그룹 수사에 대한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의지표명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의 충격적인 자살 소식과 더불어 과연 이번만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자살이 있었나를 되짚어 보면, 적지 않은 수가 검찰 소환 전 또는 수사 중에 자살을 선택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검찰 수사를 받다가 목숨을 끊은 피의자가 6년간 79명에 이른다. 연도별로는 △ 2010년 8명 △ 2011년 14명 △ 2012년 10명 △ 2013년 11명 △ 2014년 21명 △ 2015년 상반기 15명이다. 또한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기업인과 공직자 등은 9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표. 검찰수사도중 자살한 재계인사


검찰 수사도중 자살한 경우는 재계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고 정관계 인사들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9년), 함바비리 등으로 수사를 받던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2011년),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의혹을 받은 최모 경위(2014년), 호남철도 궤도공사 납품업체 선정 과정 수사와 관련해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2014) 등도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명의 소중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인사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검찰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는 각자의 혐의 만큼이나 제각각이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수사대상자들은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죽음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평범한 일반인 보다 사회적 성공을 이룬 고위공직자나 정재계 인사들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심리학적으로 보면 통상 소환 전에는 심리적 중압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소환 후에는 자괴감과 모멸감 등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소위 철피아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유서에서도 공직자로 평생 청렴하게 살아 온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염려하며 고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15년에 5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 성완종 회장은 유서에서 내가 왜 수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자신이 수사를 받는 다는 사실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검찰관계자가 밝힌 바로는 사회적 저명인사들의 경우 검찰 수사 대상이 되면 우선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는데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밀기도 한다.

소환대상자들이 검찰청에 들어가 조사를 받기 전보다 조사를 마치고 난 뒤에 한결 편안해진 모습을 보이고, 몇몇 인사들은 조사 전 긴장했던 모습과 달리 조사 후에는 검찰관계자와 가벼운 농담을 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결국 개인의 심리상태가 극단적 선택인 자살의 주요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검찰 조사 후 조사과정에서 느낀 모멸감 등을 극복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 성공을 이룬 저명인사의 경우 검찰 수사과정에서 느낀 모멸감과 자존심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 3인방 중 한명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지난 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은 이인원 부회장의 모습(가운데)./사진=롯데물산


검찰 조사 전 자살을 하는 경우가 개인의 심리적 문제 때문이라면 조사 후 자살을 하는 경우는 검찰의 수사 방식에서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검찰 주요 업무인 수사는 피의자들이 숨기려하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다는 본질적 속성 때문에 친절하게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검찰과 직접 대면한 대다수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대목이 검찰의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태도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방식이 수사대상자들을 자살로 내 모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비판이 힘을 얻는다.

기업비리 혹은 공직비리 수사는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제한된 수사인력과 시간의 제한 등 제약조건 때문에 관련 사안 전부를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보통 큰 줄기가 되는 비리 혐의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이 집중된다.

검찰의 고전적 수사기법 가운데 하나로 관련 사안에 대한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별건수사가 있다. 기업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하는 경우 핵심 관계자의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를 하고 이를 통해 관련 증거나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방식의 수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 경우 비리혐의를 밝혀내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사대상이 되는 개인은 강한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별건수사가 진행되면 수사대상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사는 치밀하게 증거를 수집해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국 명백한 증거보다 자백에 의존하여 모멸감을 주는 검찰수사관행은 손쉽게 사건을 처리하려는 과거와 현재의 검찰 모습이다.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검찰 수사는 미래에도 모멸감을 줘서 자백하게 만드는 모습을 답습할 것이다.

물론 검찰도 수사도중 자살이 끊이지 않자 대책 마련에 고심을 했다. 조사 도중 극도의 심리적 불안상태를 보이는 경우에는 신변보호 차원에서 긴급체포를 해 자살을 방지하고자 했는데 이는 인신구속을 하는 사안인 만큼 인권침해 논란의 소지가 크다. 또 2015년 대검찰청에서는 일선청에 피의자 수사 업무지침을 내려 보냈다. 피의자 조사 때 인권 침해의 소지가 없도록 주의하라는 다소 원론적인 내용이었으나 사실상 피의자 자살 방지를 목적으로 마련된 지침이었다. 그러나 롯데그룹 이부회장의 자살은 검찰의 노력을 무색해지게 만들었다.

   
▲ 검찰의 강력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이제는 실행해야 될 때가 왔다.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기형적 수사구조에서는 계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사진=미디어펜


검찰수사도중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검찰수사관행을 큰 틀에서 바꿔야 한다.

검찰수사기법인 자백에 의존한 수사방식을 과학적 증거수집에 의한 수사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물론 별건수사도 진행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법원은 자백을 주요증거로 인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하다. 법원도 자백을 주요증거로 인용하지 않도록 검찰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형법이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피의자를 죄인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본원리를 삼고 있다는 사실을 등한시 하면 안된다. 소환 되는 인사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범죄혐의가 있을 뿐 확정된 죄목이 있는 것이 아닌데 소환 전부터 죄인 취급을 하고 또 수사 중에도 모멸감을 주는 검찰의 수사관행을 바꿔야 한다.

불안한 심리를 보이는 피의자는 심리상담을 병행해야 한다. 혐의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다. 긴급체포를 통해 인신구속을 해봤자 심리적 불안상태는 계속된다.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기형적 수사구조에서는 계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문제가 된 스폰서 부장검사의 예를 보듯 검찰 내부에서도 강력한 권력을 자신들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검찰의 강력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이제는 실행해야 될 때가 왔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논할 때 검찰의 반론은 항상 경찰의 방대한 조직과 낮은 수준의 인력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논리는 이제 통하지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검찰의 기능을 견제할 정도의 제한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감찰기능을 검찰 외부에 맡겨서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찰위원회를 구성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검찰의 피의자 수사 업무지침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하여 인권침해나 자살사건이 발생할 시 실제적으로 담당수사팀에게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징계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염건웅 명지대 사회교육원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9일 주최한 ‘검찰의 수사관행,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염건웅 명지대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염건웅]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