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장기화 투자 인수합병 차질 심각, 롯데살리는 수사 절실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롯데그룹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롯데그룹 전문경영인을 대표하는 이부회장이 검찰로부터 피의자 소환을 앞두고 지난 26일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20년간 최측근에서 보필했다.

그가 유서에서 "비자금은 없다"고 했다. 자신이 정책본부장을 맡은 2007년이후 부외자금, 즉 비자금을 조성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셈이다. 검찰이 오너일가와 정책본부, 계열사등을 이잡듯 뒤져 캐내려는 비자금 수사에 대해 유언으로 진술했다.

검찰의 전방위 강압수사에 대해 목숨을 던져 항변한 것 같다. 그는 "신동빈회장을 존경한다"는 말도 남겼다. 신회장에 대해 '정도경영을 지키려 노력한 총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목숨을 버리는 사람의 말은 선하다고 한다. 그의 유서가 진실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주군을 목숨으로 보호하려는 가신의 지극한 충정도 느껴진다. 선한 인상에 성실하고, 꼼꼼했던 이부회장. 그는 이제 이생의 모든 고단한 짐을 다 내려놓고 하늘나라에서 영원복락의 삶을 살기 기원한다.

이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과 자괴감을 꼽을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롯데를 구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모든 것을 덮고 가겠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검찰수사에 대해 최후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도 보인다.

빈소가 마련된 현대아산병원 영안실을 찾은 신동빈회장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부회장의 지극한 성심과 충성심이 비극적 선택과 오버랩돼 신회장을 극한의 충격으로 몰아간 듯하다.

이부회장의 자살을 계기로 검찰의 롯데수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환부만 신속하게 도려낸다는 검찰의 수사방침은 구호에 그친 느낌이다. 역대 검찰총장마다 취임일성으로 강조하는 스마트수사는 요원하다.

검찰은 지난 6월10일부터 롯데그룹을 이잡듯 뒤졌다. 요란하게 수사의 칼을 휘둘렀다. 창업주인 신격호총괄회장, 신동빈회장부자의 자택 압수수색, 정책본부와 17개 계열사를 뒤졌다.
수사관들이 모든 계열사들을 찾아가 서류들을 잔뜩 압수해서 차량에 싣고 가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 롯데그룹 이인원부회장(왼쪽)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후유증이 아닌지 안타까움을 준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로 롯데의 경영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디어펜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것을 보면 롯데그룹이 무슨 중대한 범죄그룹인 것처럼 비쳤다. 재계5위 그룹이 거대한 비리집단으로 내몰렸다. 신회장은 미국 합작기업 준공식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자신의 집과 정책본부가 압수수색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롯데는 매출100조원대 글로벌 그룹이다. 중국 동남아 등지에 수많은 생산기지와 유통기지를 구축, 운영중이다.

연일 생중계되는 듯한 롯데수사는 리얼타임으로 해외언론을 통해 각국으로 타전된다. 해외글로벌경영에도 상당한 악재가 된다. 벌써 해외기업 인수합병은 중단된 상태다. 3개월째 진행되는 검찰 수사가 너무 거칠다는 인상을 준다.

수사에 필요한 곳이나 임직원을 소환하면 될 텐데...일단 모든 곳에 그물망을 쳐놓고 새를 잡으려는 것 같다. 생중계하듯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후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미국 유럽 사법당국이 요란하지 않게 기업수사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검찰은 요란하게 수사해야 폼난다고 하는 것 같다. 떠들썩하게 수사해야 '공로'가 드러난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검찰은 이미 장기간 수사를 통해 창업주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이사장을 구속시켰다. 창업주와 사실혼관계인 서미경씨 모녀의 세금포탈도 찾아냈다. 전방위 수사를 통해 나름대로 성과도 거둔 셈이다.

검찰이 표적으로 했던 비자금수사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이 벼르고 있지만, 실체가 부각되지 않았다.검찰이 비자금이라고 단정하는 것에 대해 롯데는 오너가 배당금으로 받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내심 이인원부회장을 소환, 오너일가의 비자금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이부회장은 유서를 통해 비자금조성은 없다며 '목숨'으로 진술했다.

검찰이 최종 목표로 하는 신동빈회장 구속 문제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후유증도 걱정된다. 그동안 롯데홈쇼핑 강현구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사장 구속영장은 기각됐기 때문이다.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만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검찰의 롯데에 대한 전방위수사는 이명박정권 실세를 겨냥한 것이라는 오해도 샀다. 전정권 손보기차원에서 무리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100층이상 되는 잠실 월드 초고층타워가 인허가받는 과정에서 전정권 실세들과 군장성들에게 검은 자금이 흘러갔는지도 보려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검찰 수사착수 당시 언론에서 단골메뉴로 보도했다. 아직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포스코에 대해 8개월간 장기 수사를 벌였다.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명박정권 당시 회장에 취임한 정준양 전회장을 고리로 이상득 전 국회부회장, 박영준 전산자부차관 등 MB정권 실세들과의 유착및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뒤졌다. 검찰이 노렸던 주연급은 구속영장을 받아내지 못했다.  주변 계열사 일부 경영진을 기소하는 선에서 끝냈다.

장기간 수사는 포스코 경영에 심각한 주름살을 줬다. 별건수사, 표적수사, 오기수사 등의 말이 많았다.

이부회장의 극단적 선택은 향후 검찰 수사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는 필요하다. 지금처럼 저인망수사와 전방위 강압수사는 개선돼야 한다. 장기간의 수사로 글로벌 경영에 차질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부회장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환부수사, 스마트수사, 전광석화 수사가 돼야 한다. 롯데가 환골탈태하게 하는 수사가 돼야 한다.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수사가 돼야 한다.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롯데는 고용유발 효과가 큰 그룹이다. 호텔 관광 유통 건설등은 다른 제조업등에 비해 대규모 임직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임직원만 10만명이다. 촘촘하게 짜여진 협력업체 임직원을 포함하면 100만명 이상이 롯데와 연관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연말에 완공하는 잠실월드타워는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다.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을 연간 수백만명 끌어모으는 아시아최대 관광명소가 된다. 이곳은 젊은이들에게 대규모 일자리도 제공한다. 초고층타워는 도쿄 베이징 등과 비교해 서울의 관광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서울의 일자리 화수분이 될 것이다.

신격호창업주와 신동빈회장이 고국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롯데그룹 오너부자이 필생의 사업보국 현장이다.

롯데에 대한 수사는 잠실월드타워 공사와 국내외 신규투자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신회장과 경영진들이 수사에 매달리면서 각종 투자와 인수합병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해외기업 인수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

내수경기는 썰렁하다. 수출은 수십개월간 마이너스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해운 조선 등은 구조조정에 부심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등 주력업종의 글로벌경기도 불투명하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청년실업률은 10%가 넘어섰다. 성장률은 2%대 유지도 버겁다.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창출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롯데는 검찰 수사 이후 신규사업과 국내외 대형 M&A을 줄줄이 중단했다. 검찰의 수사 첫날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 인수를 포기했다. 신동주-신동빈형제 경영권 분쟁이후 불투명한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도 물거품됐다.

호텔롯데 상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요구했던 핵심 사안이다. 정부정책에 화답해서 진행하던 주력사 상장이 차질을 빚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면세점 경쟁력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수조원대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도 차질을 빚었다. 물류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도 불투명해졌다. 그룹정책본부는 물론이고 계열사들도 잇따른 압수수색과 수사로 인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이 범죄혐의를 밝혀내고, 사법처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수사는 해당기업을 살리는 수사가 돼야 한다. 최고경영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거친 수사는 재고됐으면 한다. 이부회장의 죽음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검찰은 그의 죽음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그의 죽음이 값진 희생이 돼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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