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포스코사태 안되게 환부절단 기업살리는 수사해야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롯데그룹이 다시금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인원 부회장의 비극적 생애 마감과 추석연휴를 앞두고 소강상태를 보였던 롯데수사가 재개됐다. 그룹 최정점에 있는 신동빈회장에 대한 20일 소환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100여일간의 강도 높은 수사압박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는 형제간 갈등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받았다. 호텔롯데상장은 지배구조 투명화의 첫단추였다. 그게 불발로 끝나면 지배구조 개선문제는 다시금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
 
그룹 경영권도 불투명해졌다. 신동빈회장이 검찰소환에다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 일본롯데경영권이 안개속에 빠지기 때문이다.

한국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신회장이 신병처리될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는 신회장도 거취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기업계는 최고경영자가 영장청구되면 현직에 있지 않는 게 관행이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이사회결정에 따라 롯데그룹의 경영권문제가 다시금 요동칠 수 있다.

신회장에게 중대 변화가 올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경영권은 일본롯데지주회사 등이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회장에게 경영권도전을 벌여온 신동주 SDJ 전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소환된다. 롯데수사가 중요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모호한 비자금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롯데그룹의 대외신인도 추락과 투자등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스마트한 수사가 절실하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수사가 벌써 18일로 100여일을 맞았다. 검찰은 대대적으로 롯데를 압박했다. 수사인력 500명이 투입됐다. 전례가 없는 강도 높은 수사였다. 오너자택과 그룹본부, 계열사 등 30여곳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들 30명이 출국금지됐다.

검찰수사는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호텔롯데 상장과 국내외 투자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미국 화학기업 인수합병도 전면 보류됐다. 롯데가 공들여온 잠실롯데월드의 면세점도 취소됐다. 졸지에 영업을 중단하게 된 면세점부문에선 수천억원의 매출손실이 일어났다. 면세점 경쟁력보다는 괘씸죄가 작용한 듯했다.

롯데경영위기의 최대 고비는 20일 신동빈회장의 검찰 소환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2000억원대 배임및 횡령혐의를 받고 있다.

신회장에게 씌워진 배임, 횡령 혐의는 대부분 신격호 총괄회장 시절 일어난 것들이라고 한다. 그룹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 이인원부회장이 지난달 자살하는 참사마저 일어났다. 이부회장은 유서에서 자신이 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론 비자금 조성은 없다고 했다. 혐의가 제기되는 문제들은 신 총괄회장 시절 일어난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렬히 산화하면서 주군 신회장의 무혐의를 호소했다.

검찰은 그동안 전방위 압수수색과 수사를 했다. 신회장과 신총괄회장 자택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책본부와 계열사들이 이잡듯 수색을 당했다. 임직원들도 줄줄이 소환됐다.

롯데는 지난해 일본롯데를 경영했던 신동주의 경영권 도전과 송사, 신동빈회장에 대한 치밀한 비난전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신동주는 후견인 지정을 받은 신총괄회장을 활용해 동생 신동빈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찬탈을 노렸다. 신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일본롯데와 한국 롯데 경영권을 확보했다. 신동주의 공격을 훌륭하게 방어하면서 원롯데체제로 재편했다.

일본의 주주들과 한국롯데 전문경영인들이 신동빈회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주주와 종업원들이 신동빈-신동주 중 누구를 지지하는 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신동주는 주주들과 임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한숨돌린 롯데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격랑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룹측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그룹수사, 신회장 소환등으로 심각한 경영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자금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수사성과도 있다. 신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입접로비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비자금 혐의가 아닌 가습기 파문으로 영어의 몸이 됐다. 이들은 그룹차원의 비자금 조성혐의와는 상관이 없다.

계열사 사장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강현구 롯데홈쇼핑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검찰은 강현구사장에 대해선 19일 재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신회장 신병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원이 비교적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롯데 수사는 누차 언급한대로 스마트한 수사, 그룹경영을 살리면서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가 돼야 한다. 수사 장기화로 롯데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계열사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지 말아야 한다.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수술은 성공했는데, 환자는 죽었더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수사는 수사고, 경영은 경영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예정대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과제가 무산되거나 차질을 빚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박근혜정부와 국민, 언론이 요구한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은 지금이라도 진행되도록 해줘야 한다.

공정위 산업부 등 경제부처는 롯데가 한국경제와 산업에서 역할과 기여를 하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 상장과 투자 애로가 있으면 해결해줘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은 성장과 투자 일자리에 목말라하고 있다. 끝장토론까지 열어가면서 규제혁파와 일자리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수사와 경영은 분간해야 한다.

롯데는 매출 100조원대의 글로벌그룹이다. 임직원도 12만명이 넘는다. 임직원 가족과 협력업체등을 감안하면 100만명이상이 롯데와 연관돼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동남아 미국등에도 수많은 공장과 법인을 운영중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유통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신회장에 대한 소환과 신병처리 여부는 롯데경영의 행방을 결정할 것이다. 그룹의 화급한 현안들을 감안하면 경영을 책임지면서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계와 언론에선 롯데가 제2의 포스코가 돼선 곤란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1년간의 장기간 수사를 통해 포스코는 심각한 이미지 추락과 경영타격을 입었다. 결과는 일부 임원들의 구속뿐이었다. 목표로 했던 정준양 전 회장 등 핵심피의자들은 불구속기소됐다. 태산명동에 서일필격이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경영과 수사는 분리해야 한다. 롯데를 살리는 수사가 됐으면 한다. 김수남검찰총장이 강조한대로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감만 낚아채듯해야 한다. 대기업을 무슨 거악처럼 간주해서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의 권위주의적 사고는 지양돼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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