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폭로 유혹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언론·야당 책임 커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조응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소위 최순실 의혹을 폭로했다. 최씨는 정윤회씨의 전 부인으로 박 대통령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조 의원 주장은 요컨대 이렇다. 최씨가 대통령이 착용할 브로치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구입해 줄 정도로 가깝고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할 정도로 막강한 비선 실세라는 것이다. 또 야당이 정치공세 중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 설립에도 최씨가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이 폭로하기 전 한겨레신문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 최씨가 관련 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단독기사를 실었다. 이거 뭔가 익숙하지 않나. 조 의원과 언론이 꿍짝이 맞아 돌아가는 패턴 말이다. 이건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을 제기한 후로 조 의원이 오마이뉴스 등 여기저기 언론에 나가 추가 폭로를 하면서 거들던 그 패턴과 똑 닮았다. 마침 미르재단 의혹도 조선이 먼저 제기했다 드롭했던 것이다. 한겨레가 이걸 주워 잇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모습이 과연 우연인가.

조 의원이 국회에 가서 폭로한 내용도 의심을 받기에 딱 들어맞는다. 조 의원은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의혹에 신빙성을 얹는 역할을 했다. 한겨레는 최씨가 재단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면 최씨가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가 증명돼야 한다. 그래야 실세니 국정농단이니 이런 따위의 프레임을 짤 수가 있다.

이걸 이해한다면 조 의원이 대통령의 브로치와 목걸이, 대통령의 한복을 공수하는데 최씨가 어떻게 관여했다는 둥 하면서 대통령 개인 프라이버시까지 건드리고 시시콜콜한 폭로전을 연 까닭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조 의원은 물론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액세서리를 최씨가 청담동 가게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자료를 입수했다면서 큰소리만 쳤을 뿐이다. 근거도 뭣도 없는 그야말로 카더라 폭로다.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 없었다면 조 의원이 과연 이런 식의 무책임하고 막 나가는 폭로를 할 수 있었을까. 못했을 것이다.

   
▲ 조응천 의원하면 이제 자연스럽게 찌라시가 떠오를 정도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청와대 관련 폭로에만 매달리는 건 최소한의 신의도 없고 무책임할뿐더러 배신의 정치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의 폭로행태는 국민밉상형

또 한 가지, 우 수석 문제 이후로 조 의원이 나서는 정치공세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계속 이러저러하게 엮여 있어 뵈는 점은 찜찜하다. 조선일보에 있다 TV조선으로 간 간부가 조 의원과 대학동기라는 사실은 이미 언론에도 보도가 됐다. 필자가 알기로는 청와대 공격에 조선과 쌍두마차인 한겨레신문에도 조 의원의 동기가 있다.

또 유난히 우 수석 건으로 청와대에 날 세우는 동아일보 모 논설위원도 조 의원과 동기로 알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조 의원과 동기다. 조선일보가 우 수석 처가 땅 의혹에 진경준을 엮어 제기하듯 의심해 본다면 조선일보 한겨레 동아일보 조 의원과 이석수 감찰관 등등, 학맥 등 이래저래 엮인 인물들이 마치 짬짜미를 하기라도 한 듯 작금 이 나라를 혼란으로만 끌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필자의 오버센스 탓일까.

어찌됐든 주류 언론과 정치꾼 사이의 짬짜미든 아니든 조응천 의원이 계속해서 폭로 같지도 않은 폭로랍시고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폭로전문가가 돼 나서는 구태는 멈춰야 한다. 이번 최씨 관련 폭로만 해도 그렇다. 조 의원은 당장 관련 기사 댓글들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막말로 사내가 여성 대통령 액세서리 문제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러쿵저러쿵 국회에서 나서는 꼴은 모든 걸 떠나 참 민망한 일이다.

국민들에게 조 의원 행태가 야비하고 졸렬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건가. 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입당하면서 청와대 근무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정치에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국민 앞에서 공언했다. 그걸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이 조 의원의 지금 언행과 정치행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할 지 한번쯤이라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찌라시 블랙홀에 빠진 야당의 위기

단적으로 말해 조 의원의 지금 언동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운 저질이다. 게다가 조 의원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않고 멀쩡한 MBC 간부를 성추행범으로 몰았던 폭로 전과도 있다. 그때 망신만 톡톡히 당하면서 본인 신뢰도 확 깎아 먹은 처지 아닌가. 그리고 이전의 정윤회 허위 문건 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

새누리당에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은 공허할 뿐”이라며 “있지도 않는 사실을 사실인 양 떠벌렸다"고 깎아내린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조 의원이 저질 폭로에만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문재인 전 대표에게 이득이 안 된다. 문재인의 영입인사 중에서도 상징적 인물인 조 의원이 여성 대통령의 액세서리 의혹 공세나 하고 있다는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청와대 관련 폭로에만 매달리는 건 본인 뿐 아니라 문 전 대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 최소한의 신의도 없고 무책임할 뿐더러 등에 칼이나 꼽는 배신의 정치 달인들이란 이미지를 어느 국민이 곱게 여기겠나. 문 전 대표는 이런 야비한 정치공세에 써먹으려고 조 의원을 끌어들였나, 국민이 이렇게 볼 여지도 많다.

조 의원 하면 이제 자연스럽게 찌라시가 떠오른다는 이들도 많다. 한반도는 지금 김정은의 핵놀음으로 전에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예전 못 보던 강진이란 천재지변까지 민심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마당에 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를 향해 끊임없이 정치공세를 하는 건 한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위중한 시기에 조 의원과 야당이 지독한 정치공세에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 불행한 일이다. 찌라시 야당이란 블랙홀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