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로 송희영 물타기 조선·한겨레 합작…정치공세에 날 세는 언론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김진태 의원이 20일 대정부질문에서 "우병우로 송희영 사건 물타기 마라"고 경계했지만 안타깝게도 물타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느껴진다. 조선일보 전 주필과 그의 배우자 형 조카 등 일가친척이 엮인 비리 의혹 치고는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김 의원이 '송 전 주필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인가' '송 전 주필의 어떤 점을 수사 중인가' 라고 묻자 "대우조선 의혹 전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중"이라며 "구체적 수사 대상이나 진행상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신중한 건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궁금한 건 언론이다. 김 의원 말대로 우병우는 우병우이고 송희영은 송희영인데 두 이슈 메이커에 대한 언론 관심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인가. 지난 두 달 간 우 수석 일가를 털었던 언론의 실력이라면 송 전 주필에 관해서도 지금쯤 데이터(기사)가 그만큼은 쌓였을 텐데 말이다.

우리 언론이 정의감이 넘쳐서 사기업에 불과한 언론사 주필 일가 의혹보다는 권력 감시 차원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인가. 그렇다 보기도 어렵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거의 매일 우병우란 석자가 지면에 등장하다 시피 했던 어느 좌파신문은 친노 기관지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과거 노무현 정권을 싸고돌았던 언론이다.

정의감이란 게 내편 네 편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면 그건 아닌 것이다. 이 신문은 지금 케이(K)스포츠·미르 재단이란 다른 의혹을 또 제기하고 있다. 이건 우 수석 의혹을 제기하다 송희영 사건 등등으로 역풍 맞은 조선일보 계열사들이 먼저 시작했다 중단한 의혹이다.

조선일보가 나서고 좌파신문들이 동참했던 '우병우 죽이기' 케이스에서 봤던 그 패턴과 비슷한 양상이다. 조선일보가 먼저 나서고 좌파신문이 받아 야당이 합세하는 모습,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 공통점이라면 그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다.

   
▲ 우병우 찍어내기에 열을 올리던 조선일보가 송희영 사태에 어정쩡한 사과로 어물쩡 넘어가고 잇다. 우 민정수석 때리기의 속셈은 결국 정권 흔들기의 포석이다. 좌우언론의 합작속에 더민주 조응천의 등장은 공식화 되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익보도보다 정치공세에 특화된 대한민국 언론

인터넷 언론에 여러 해 몸담고 일 해오면서 필자는 유독 현 정권에서 이런 이상한 좌우합작 현상을 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혹자들은 좌경화된 조선일보의 변신 탓이라고 하고 혹은 주류 언론이란 게 다 같은 한통속들이 아니냐고 냉소한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좌클릭 해서든 다 같은 한통속이라 그렇든 언론보도에서 공익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 수석에 관한 의혹과 송 전 주필 관련 의혹 중 어느 것이 국가와 민생에 더 큰 악영향과 손해를 끼쳤는지를 따져 보면 송 전 주필 의혹이 결코 작지가 않다는 얘기다. 7조 원대 국민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건에 언론권력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쳤고 개입이 돼 있다는 의혹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런 문제는 시큰 둥하다. 대신 대통령의 브로치를 누가 공수해다 줬느니 하는 조응천 의원의 질 낮은 폭로 확산에만 몰두한다.

청와대를 겨냥한 좌우합작 언론 공세에 그때마다 조응천 의원이 발 벗고 나서서 추가 폭로를 하고 있다는 것도 무슨 공식처럼 느껴진다. 조선일보 우병우 의혹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 한겨레신문이 최순실 게이트 프레임을 짜고 나오니까, 대통령 브로치를 최씨가 사줬고 우 수석 인사에 개입했다는 폭로를 하면서 또 언론을 타고 있다. 그런데 찌든 생활고에 엎친 데 덮친 지진과 북핵 불안감으로 힘든 국민들이 이 모습에 마냥 좋다고 박수만 치고 있을까.

좌우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언론이 정치공세 이슈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키우면서 부정부패 사건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구태에 젖어있어서는 곤란하다. 송 전 주필에 관한 의혹은 뿌리 깊은 기업 비리와 깊숙하게 연관돼 있다. 우리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명분으로 언론이 지나치게 정치 공세하는 데 특화돼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부정부패 사건 감시에는 약하다.

우병우로 송희영을 물타기하는 건 지금 언론이다. 더불어 조선일보의 독자 기만 사건도 물타기가 되고 있다. 좌파매체에 글을 기고한 어느 교수의 말대로 숱한 송희영이 지금도 언론사마다 활개치고 있어서인가.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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