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부검 반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대치…음모론 해결 미궁에 빠져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법원은 28일 고 백남기씨 부검을 위한 영장을 발부했다. 고 백남기씨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 영장이다. 경찰은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첨부해 부검 영장을 재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의 영장 발부 취지는 부검 장소와 방법에 관해 유족의 의사를 들으라는 것이다. 유족이 원하고 지정하는 사람을 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부검 과정 영상 촬영 등의 조건을 걸었다. 이는 사망원인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부검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방법과 절차에 관해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하는 등 법원은 백남기씨 시신 부검을 돌다리 두들기 대하듯이 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발부 후 하루가 지난 29일도 유족과 접촉해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라며 "유족 의견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아한 것은 아직도 백남기씨 부검을 반대하는 일각의 주장이다.

유족과 백남기대책위 등 부검을 반대하는 측은 "경찰이 사망원인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주장해 왔다. 백남기씨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 등은 영장 발부 2시간이 지난 28일 밤 10시30분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족 대표인 백씨의 장녀 도라지씨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이들의 손이 다시 아버지에게 닿게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백씨 측은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의한 외상성뇌출혈로 사망한 게 분명하다"면서 "교대로 장례식장 불침번을 서서라도 부검을 막겠다"고 말했다.

   
▲ 고(故) 백남기씨 유가족과 진상규명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28일 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부검 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아한 대목은 이 지점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5일 백남기씨 사망을 발표하면서 사인을 '급성신부전증'에 의한 심폐기능정지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선행사인으로 급성 경막하출혈이 기록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란은 분분하다.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를 지난 317일간 병상에서 돌보았던 서울대병원이다. 담당 주치의가 물대포에 의한 외상성뇌출혈로 사망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백씨 측은 이를 사실로 생각하고 있다.

유족과 병원 측이 판단하는 사인이 엄연히 다르다. 서울대병원이 발급한 사망진단서가 규정에 어긋났다는 낙인은 환자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타병원 의사 3명이 낸 의견서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빨간 우비 음모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부검은 필요하다.

경찰의 물대포가 백남기씨의 직접 사인이 아니다? 빨간 우비가 백남기씨를 가격하고 짓눌러서 죽인 것이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억측과 비상식적인 수군거림에 진실은 뒤로 밀려난 지 오래다. 필자라면 억울해서라도 부검에 응할 것이다. 물대포 수압이 그 정도 살상력에 미치지 않는다는 경찰 전문가들의 판단 또한 존재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물대포에 맞아 숨진 사례는 전무했다.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이 발부됨으로써 경찰과 검찰, 백씨 측과 일부 시민의 충돌도 예상되지만 어차피 밝혀야 할 사실이다. '부검으로 진실을 은폐한다'는 궤변을 이해할 수 있는 법의학자가 우리나라 말고 세상에 어디 있을까 싶다. 이 나라는 사오십 년 전 부검을 사형(私刑)으로 여기던 민도에서 한 치도 발전하지 않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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