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아이템마켓'‧티몬 'MMP'…비슷한 듯 다른 전략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쿠팡과 티몬이 ‘탈(脫) 소셜커머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거듭나 차세대 유통 강자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이다.

   
▲ 티몬 ''다이렉트 스토어' 입점 안내 화면.

최근 국내 한 언론매체에서는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이 지난 전자금융업 등록으로 오픈마켓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내놨다. 오픈마켓 서비스에 요구되는 3가지 조건 중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을 획득했다는 내용이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되는 오픈마켓은 사업자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는 형태다. 통신판매업자인 소셜커머스에서 사업자가 상품의 구매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에 쿠팡, 위메프 등과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로 꼽혀 온 티몬이 이번 전자금융업 등록을 통해 오픈마켓까지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티몬은 ‘MMP(Managed Market Place‧관리형 장터)’라고 명명한 새로운 전략을 ‘다이렉트 딜’ 등의 형태로 일부 품목에 제한적으로 시험 적용하고 있다.

오픈마켓에 먼저 손을 뻗은 곳은 쿠팡이다. 지난해 오픈마켓 방식을 처음 도입한 쿠팡은 올해 중순 ‘아이템마켓’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해 운영 중이다. 개별 판매자가 직접 등록해 소비자의 구매까지 이어지는 방식은 오픈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쿠팡과 티몬은 ‘오픈마켓 진출’이라는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기존 소셜커머스 방식에서 상품 수를 늘려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오픈마켓 방식을 일부 차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 쿠팡 '아이템마켓' 판매자 입점 신청 사이트.

기존 오픈마켓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면 상단에는 오픈마켓 사업자와 거래가 있는 판매자 상품이 위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통해 오픈마켓 사업자는 판매 수수료 외에 개별 판매자로부터 일종의 광고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광고 수익이 오픈마켓 업체 수익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과 티몬은 이 같은 광고 수익을 전혀 가져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전략적으로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일 뿐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아이템마켓은 판매자들이 직접 가격, 배송정보 등을 기재하고 이 정보와 소비자 평가를 조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신뢰도가 높은 상품들을 상단에 배치해 소비자들이 여러 페이지를 뒤질 필요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티몬의 경우도 이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소비자의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먼저 노출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이 같은 시스템이 추후 MMP 형태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아이템마켓과 티몬의 MMP 전략은 기본적으로 상품 수 확대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가 목적이다.

쿠팡 관계자는 “기존 소셜커머스 형태로 직매입‧배송만 하면 한정적인 물품만 다루게 된다”며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이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을 늘리는 것이 아이템마켓을 만든 목표”라고 말했다. 오픈마켓의 장점을 적극 차용해 소셜커머스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미다.

티몬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이번 전자금융업 등록은 “문화상품권 등을 티몬 적립금으로 전환 사용할 수 있는 규모가 일정 금액 이상으로 늘어나면 필요한 요건으로 적립금 전환 규모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결정이지 오픈마켓 진출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일부 오픈마켓 형태를 차용해 상품 수를 늘리는 방향은 잡고 있다”고 인정했다. 전자금융업 등록도 법적으로 오픈마켓 운영 요건에 포함되는 만큼 MMP가 기존 오픈마켓과 동일시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티몬 관계자는 “MMP라는 관리된 형태의 시장”이라며 “누구나 진입할 수 있어 상품과 가격이 제멋대로인 오픈마켓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상품들로 구색을 갖추고 파트너들이 올라오는 티몬이 관리하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쿠팡의 아이템마켓이 오픈마켓의 장점을 차용해 소셜커머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이라면 티몬의 MMP는 이보다 적극적으로 판매자와 상품을 관리하는 카테고리 강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쿠팡 역시 판매 정보와 소비자 평가를 조합한 아이템마켓의 노출 시스템은 쿠팡의 IT(정보통신) 기술력으로 구현 가능한 것이라고 차별화 요인을 강조했다. 역시 오픈마켓으로 평가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쿠팡과 티몬의 이 같은 태도는 이들의 최종 목표가 소셜커머스 또는 오픈마켓이라는 제한된 업태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유통 시장의 차세대 강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기존에 소셜커머스라고 불리던 것에서 업태가 너무 많이 달라진 지금은 오픈마켓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에 진입하는 기존 유통업계 모두를 경쟁자로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 전체 시장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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