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적대감 드러낸 김진환 판사의 이상한 판결문
   
▲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어쩌면 문재인 전 의원은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문재인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효과가 있는 위자료 3000만원 1심 판결까지 나왔으니 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문 의원이 악수, 자충수를 뒀다고 본다.

이 사건이 가진 중대한 의미로 볼 때 앞으로의 항소과정에서 문재인이란 정치인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평가와 검증작업은 더 가열차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 의원이나 그의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 때 국민 48%가 지지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문 의원은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강한 비토층을 가진 정치인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대통령감이란 평가(32%)보다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평가(49%)가 훨씬 더 높게 나왔다. 특히나 그에 대한 부정 평가는 50~60대 이상과 보수층에서 70%에 육박했다고 한다.
 
필자가 이번 글에서 다뤄보고자 하는 것은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의 판결문이다. 법도 상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재판이나 판결도 그 범주를 벗어날 순 없다. 필자가 법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 재판이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볼 요량이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기본 형식도 갖추지 못한 점이다. 설령 김 판사가 재판에 임하면서 자기 소신이나 이념 가치철학을 남모르게 녹였다 하더라도 외관상 어떤 불공정성을 없애야 했었는데 그것도 안 했다. 판결문에는 피고 측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게 판결의 핵심인데 핵심이 빠진 것이다. 그리고는 고 이사장 측의 추가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래놓고 '그렇게 볼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도무지 찾기 어렵다'고 판결문을 썼다. 누가 보더라도 형평성을 잃은 불공정 재판이다.
 
   
▲ 어쩌면 문재인 전 의원은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재판의 결과는 문 의원이 악수, 자충수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연합뉴스

판결문에 핵심은 빼고 사감만 담은 김 판사
 
두 번째 문제는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만으로 입증의 부담을 완화시켜주어야" 하는데, 김 판사는 대법원의 이런 판례도 무시했다.

오히려 고 이사장이 입증하겠다며 증거자료를 더 제출해 변론하겠다는 걸 막았다. 판결문에 재판과 무관한 쓸데없는 잡스런 이야기들을 넣었다는 점도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판결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편 피고는 2015년 10월 '2015년 정기 국회' 국정 감사장에서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서 위 신년하례회 발언 관련하여 '사법부 좌경화 발언 등' 여러 가지 화제가 되는 말을 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김 판사는 재판의 핵심인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라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언급도 않으면서, 고 이사장이 사법부 좌경화 발언을 했다고 굳이 판결문에 넣었다. 대체 사법부 좌경화와 이 소송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김 판사가 고 이사장에 대한 사적인 적대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밖에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직 증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할 판사가 이렇게 사건과 무관한 곁가지를 끌어들여 피고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판결문을 쓴다는 게 상식적인가.

김 판사가 판결문에서 "문재인이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적이 없었음에도 피고는 문재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변호인으로 선임되었다는 전체에 기초하여"라고 단정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김 판사는 본인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인가. 문재인이 부림사건 변호사가 아니라는 건 맞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언론이 "문재인이 부림사건 변호사"라고 써 갈길 때 문 의원은 뭘 했나. 지금도 인터넷에는 문재인이 부림사건 변호사였다는 언론보도가 널려있다.
 
   
▲ 지난해 10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오른쪽)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야당 의원들로부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사퇴를 종용받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문재인과 부림사건, 판사의 이상한 보호논리
 
예컨대 2009년 4월 30일 "노-검찰 '22년 악연'…퇴임 1년만에 '가문의 몰락'"이란 제목의 한겨레신문 기사에는 "1981년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부림'(부산의 학림) 사건 변론을 맡아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든 노 전 대통령은…"라고 나와 있다.

'노무현의 외로운 전쟁(저자 김용한)'이라는 책 출판사 서평에는 "1981년 9월, 이적[利敵] 서적을 학습했다는 이유로 부산 지역 민주인사 22명이 구속된, 이른바 '부림사건'에 김광일, 문재인 등과 함께 무료 변론을 나서면서 노무현은 민주화운동의 재야인사로 부상하기 시작한다."고 돼 있다. 2014년 9월 25일 게시된 법률전문 매체 로이슈의 '문재인 "변호사할 때 부림사건 재심 이제야 결실…잃어버린 인생 어떡해"' 기사에는 "변호사로 활동할 때 맡았던 '부림사건' 재심이 25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이 나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감회를 밝혔다."
 
"문 의원은 '제가 오래전 변호사를 할 때 시작한 재심이 이제야 결실을 맺었다'며 '하지만 그들이 겪은 고문, 옥고, 잃어버린 인생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씁쓸해했다."고 나와 있다. 문재인이 영화 변호인을 관람하러 간 소식을 다룬 2014년 1월 3일 연합뉴스 기사에는 "문 의원은 영화 소재가 된 1981년의 재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재심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인연이 있다."고 돼 있다.

이렇게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문재인은 1981년 부림사건 변호인은 아닐지라도 2009년 재심 때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김 판사는 마치 문재인이 부림사건과 전혀 무관한데도 고 이사장이 억지로 이 사건과 연결시켜 공산주의자로 매도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판결문을 썼다. 도대체 누가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엉성한 부실 판결문, 정치재판의 증거인 판결문의 문제는 이번 한 번 지적으로는 모자란다. 필자는 이 글에 이어 다음 글에서도 계속해서 김진환 판사의 엉터리 재판을 음미해볼 작정이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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