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경쟁의 자유' 중요…중기·노조는 약자 아냐
   
▲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우리사회의 반기업 정서, 기업들이 기득권 방어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경쟁을 실천하고 이를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도 강력하게 요구할 때 줄어들 수 있다.

이윤을 존중하고 손실을 내는 것을 용서받지 못할 죄로 여기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할 필요도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다수가 지대추구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을 위한 생산 경쟁을 할 때, 다시 말해 자유경쟁을 실천할 때,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런 생산 경쟁 의 사회, 즉 자유경쟁의 사회라는 확신이 있을 때, 사람들의 반기업 정서는 줄어들 것이다. 결국 반기업정서를 치유하는 길도 자유경쟁의 실천에서 찾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1. 우리사회의 반(反)기업정서를 보여주는 징표들

사실 우리 사회의 반기업정서를 보여주는 징표들을 여기에서 장황하게 다시 논의할 필요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일부 징표들에 대해 간략하게만 논의하고 어떻게 이런 반기업정서를 극복할 것인가 고민하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

우선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제기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반기업정서가 드러난 경우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국 폐지했는데, 무엇이 중소기업에 고유한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자의적이라는 근본적 문제점을 넘어설 수 없었고 이것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제도가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다시 도입되었다. 정치권이 일반인들의 반기업정서에 영합하고자 하는 생각이었고, 중소기업들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받아 대기업들로부터의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생각이었는데 두 생각들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최적규모는 소비자의 주관적 선호와 생산조건들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가 미리 알 수 없다. 현재 이윤을 내면서 생산하는 기업들의 규모를 조사해서 이것을 최적규모로 단정할 수도 없다.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규모와 방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동차 모델 T가 나오기 이전의 시점에 최적 자동차생산 규모를 조사 했다 하더라도 그 결론은 모델 T가 나온 이후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에 있어 최적규모란 기업가들이 다양한 규모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시장경쟁의 과정에서 정해지고 계속 변화해 간다.

그렇다면 동반성장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품목들을 현재 대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다면 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고, 아직 진입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새로운 진입을 막는 정도다. 당연히 이렇게 함으로써 생산을 금지당한 기업들과 소비자들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생산과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

이 품목들에 무엇을 포함시키고 무엇을 제외시킬 것인지는 자의적으로 정치적 과정에 의해 결정되고 소위 약자가 보호받으라는 보장도 없다. 내비게이션의 경 우,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진 중소기업들은 내비게이션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 정을 원하지만 대기업 납품업자들은 대기업의 철수 시 매출 급감으로 회사 문 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내비게이션을 적합업종에서 제외시켜 달라" 는 탄원서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내비게이션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으로 선정되면 더 열악한 대기업 납품업체들의 처지가 악화된다.

   
▲ 시장경제에 필요한 윤리에 대한 이해가 향상될수록 반시장적인 반기업정서가 축소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시장의 윤리와 자유의 윤리를 계속 알리고, 반기업정서에 편승해 반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을 제어하는 정치세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더민주의 끔찍한 반시장적인 입법행위는 일반 국민들의 시장경제 윤리 이해도가 낮아서이다./사진=연합뉴스


<타기되는 이윤>

시장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이윤을 타기해서는 곤란하다. 이윤도 정당한 사유재산의 권리를 자발적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이윤의 보호는 사유재산권의 보호의 한 형태일 뿐이다. 사실 이윤은 기업이 ‘사회’에 봉사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과학자들이 두통약에 들어가는 약초 재료를 절반만 쓰고 약효가 같도록 만들었다면, 사람들은 이제 종전보다 저렴하게 그 약을 사먹고 절약한 돈으로 다른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다. 분명 그 과학자들은 사람들에 게 중요한 봉사를 했다. 이제 어떤 사람이 그 약초가 지천으로 풍부한 섬을 발 견했는데 그 섬 주민들이 그 약초를 땔감으로 쓰고 있다고 해보자. 그 약초를 저렴하게 사와서 두통약을 종전보다 값싸게 만들었다면? 그 사람도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더 저렴한 약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봉사했다. 그 는 상당한 이윤을 벌 것이다. 사람들이 땔감이라는 예전의 용도에 비해 더 많 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용도로 변경시켰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buy-low sell-high)이 기업가정신의 본 질이라고 하더라도 구매시점과 판매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어떤 변화 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이 개재되는 것이다. 물건을 제조해서 판매하는 경우에도 결국 (이자를 감안하고) 구매한 원재료들 가격들을 합해도 판매가격이 더 높아야 이윤을 낼 수 있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경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사람들이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용도로부터 결과적으로 더 낮은 가격을 지불 할 의사만 있는 용도에 쓰도록 했음을 의미한다. 잘못 판단해서 약의 재료에 쓰는 약초를 사와서 땔감으로 쓰게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이 따르는데 그것이 손실이다. 이런 손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그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그의 실패는 자신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 채권자들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투자자들과 채권자들의 피해 역시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판단 아래 한 것이므 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대신 지불하라고 요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투자하 거나 빌려준 사람이 성공했을 때 누릴 이득은 자신이 취하고 혹시 실패했을 때 피해는 제3자가 대신 지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반시장 적인 요구다.

<용서받지 못할 죄는 이윤이 아니라 손실>

베네치아에서는 두 가지를 “페카도 모르탈레”(용서받지 못할 죄)로 취급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공직자가 국가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고, 흥미롭게도 다른 하나는 기업가들이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러 손실을 보려는 기업가는 없겠지만, 손실 발생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포함한 희소한 자원을 과 거의 용도에 비해 가치가 낮게 쓰이도록 만들었다는 뜻이다. 베네치아 사람들 은 이윤발생을 탐욕이라고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손실발생을 용서받지 못할 죄 라 했다. 베네치아가 번성했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이제 우리도 손실을 내는 것을 “용서받지 못할 죄”로 불러야 한다. 회사가 이윤을 내면 이를 법인세 등으로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할수록 시장경제는 잘 돌아 갈 수 없다. 그런 유혹을 자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회사가 손실을 내어 부도 직전이라면 무슨 장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뻔뻔하게 국고지원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이를 받아 줘서도 안 된다. 가끔씩 고용유지를 명분으로 이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추가 대출을 할 것인지 여부는 오로지 자신의 재산이 걸린 채권자들이 결정해야 한다. 높은 법인세이든 부도직전 기업에 대한 지원이든 그런 게 실행 될수록, 자원을 더 가치 있는 용도로 전환하려는 기업가정신은 좀먹는다.

<법인세 인상과 좀비기업 양산>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두 가지 모두 주장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야당 이 법인세, 특히 대기업들에 대한 법인세를 인상하자고 나서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운과 조선산업을 비롯한 구조조정의 문제에 있어 국책은행들은 시장 경제의 원칙과는 다른 행태를 보임으로써 부실이 누적되어 좀비기업들이 넘쳐 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대기업노조, 공기업노조 등 귀족노조들은 고용유지 등을 내세워 자신의 실패와 손실을 남들에게 전가하는 '반시장적' 행동을 벌인다./사진=연합뉴스

2. 반기업 정서와 반시장 정서

사실 반기업정서가 반영된 법과 규제들이 결국 시장의 작동을 어렵게 만들고 우 리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반기업정서는 곧 반시장적인 정 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반기업 정서가 기업들의 반시장적 행동으로 인해 잉태 될 수도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을 통한 외국산 자동차 수입 저지 등의 규제적 입법을 이용해서 신참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 특권을 누리려고 하거나, 정치적 입김을 이용해서 기존 대출의 부담을 덜어내거나 특혜적 조건의 대출을 확보하는 행태를 기업들이 보인다고 해보자. 

만약 이것이 반기업정서의 원인이라면 이런 반기업정서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동 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것을 반시장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결국 시장경제질서의 철저한 추구가 중요

결국 대답은 시장경제 질서의 철저한 추구다. 무엇보다 대기업집단이 지대추구를 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지정과 같은 주장이 제기될 때 강력 하게 반대해야 한다.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할 수 있는 힘은 자신이 그런 원칙을 지켰을 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단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는 사람들의 반기업정서를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 모르지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다가는 이윤을 일종의 약탈의 결과로 이해하고 사회적 공헌 활 동을 이런 약탈을 사회로 되돌리는 것으로 치부함으로써 이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들을 적대시하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약자가 다 죽으라는 말이냐고 항의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 사장이 왜 약자인가. 대기업 회장이 약자가 아니듯이 중소기업 사장도 중소기업고유 업종 지정과 같은 정부 보호가 필요한 약자가 아니다. 소위 귀족노조도 마찬가지다. 정부로 하여금 누군가를 돕게 하고 싶다면, 수혜자는 시장경제에서 교환할 것이 없어 굶을 지경에 있는 사람으로 국한돼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너뜨려 자의적으로 특정인에게 특권을 부여해서 그를 시장경 쟁에서 배제함으로써 독점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가 약자라는 보 장도 없지만, 약자라 하더라도 철저히 시장의 규칙을 지키는 게 최고의 규범이 되어야 하고 정말 필요하다면 음의 소득세 등의 방법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도와주면 된다.

결국 시장경제에 필요한 윤리에 대한 이해가 향상될수록 반시장적인 반기업정서가 축소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시장의 윤리와 자유의 윤리를 계속 알리고, 반기업정서에 편승해 반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을 제어하는 정치세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유지 등을 내세워 자신의 실패와 손실을 남들에게 전가하는 ‘반시장적’ 행동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 기업의 최적규모는 소비자의 주관적 선호와 생산조건들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가 미리 알 수 없다. 현재 이윤을 내면서 생산하는 기업들의 규모를 조사해서 이것을 최적규모로 단정할 수도 없다.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규모와 방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18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한국경제 살리기 연속토론회 ‘반기업정서, 개선방안은’에서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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