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밝히지 앟고 현실부정 얼토당토 않는 동문서답 정쟁 유도
   
▲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17세기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논란에 대처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 말과 태도 때문이다. "결국 나 문재인이 가장 앞서가니깐 나 문재인이 두려워서 일어나는 일이다" 유력한 차기 권력인 나를 세상이 죽이려 덤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청래 출판기념회에서 어떤 방송인이 했다는 "대선 전 야권 유력후보 암살 가능성 있다"는 인식과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자기들만의 세상에 빠져 있다. 마을에 유행하던 기사 이야기에 몰입해 동경하다 급기야 자신을 기사로 여기는 망상에 걸린 돈키호테와 21세기 대한민국 유력 정치인 문재인을 비교하는 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그런데 현실을 부정하는 동문서답이 되풀이되니 자꾸 겹쳐 보인다. 너른 평원 위 풍차가 거인이라며 돌진하고 환상 속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돈키호테 옆에는 현실의 산초가 있었는데 지금 문재인 곁에는 말리는 사람이 안 보인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 정쟁으로 이끄는 문재인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정리하는 건 간단하다. 당사자들이 사실 그대로 정직하게 밝히면 된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 투표하기 직전,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이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고 투표하자고 한 것이 사실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회고록의 주인공은 30년 공직에 있었던 자신이 소설을 썼겠느냐면서 모두 사실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걸 정치공방으로 끌고 가는 당사자는 문재인이다.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면서 문재인은 계속 말을 바꿨다. 처음엔 내부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기권한 것이라고 하더니 그 다음날 갑자기 김경수 의원이 나와 문재인은 원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는 딴 말을 했다. 그러더니 다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을 바꿨다. 가장 최근엔 주변에다 "북한에 물어보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으냐"며 말을 흘리고 있다.

   
▲ 송민순 회고록을 대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사실 인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결국 나 문재인이 가장 앞서가니깐 나 문재인이 두려워서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치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 원칙 하나 지키지 못할 정도라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국가혼란은 노 정권 시절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관계만 정확히 밝히면 끝날 것을 말을 바꾸고 혼란을 키워가며 여당과 정치공세를 주고받는 게 지금 문재인이다. 문재인은 지금 국민이 가장 알고 싶어 하고 당연히 알아야 하는 국가안보에 관한 사실관계 하나조차 설명하지 않고 기만하고 있다. 결코 흔한 일이 아닌 그날의 결정과정을 "기억이 안 난다"는 무책임한 말 한 마디로 덮고 넘어가려는 인물이 차기 군통수권자가 되겠다고 한다.

이러고도 문재인이 말하는 안보정당 약속을 국민이 믿을 수 있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을 때 우리 외교안보 정책 기밀이 북으로 줄줄이 새어 나가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나. 문재인 정권이 선다면 그 정권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허락을 맡은 것이라는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되나.

새누리당이 북한 덕에 존속하는 당이든 이 당이 색깔론을 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은 자신이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국가안보와 외교에 관한 우리 정책을 북한의 심기를 살피고 의견을 구했다는 사실이다. 아니라면서도 이걸 공개한 송민순 주장에 문재인은 제대로 된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이름 석 자가 주는 악몽

송민순의 회고록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알려주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북노선 계승을 천명한 문재인은 이전보다 더 지독한 반미와 친북으로 달려갈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북한인권결의안 원칙 하나 지키지 못할 정도라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국가혼란은 노 정권 시절을 뛰어넘을 것이다.

문재인은 김정은의 핵미사일을 막을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도 우리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도 반대한다. 대안이라곤 앵무새처럼 공허한 남북대화를 읊는 것뿐이다. 남북대화를 하려면 달러와 식량 등 퍼주기가 필수라는 건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힐러리 누가 되든 미국은 과거와 전혀 다른 대북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공개적으로 북한 김정은을 향해 핵 공격 능력을 갖추는 순간 바로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기의 순간에 국가운명을 이끌 리더십이 문재인에게 있나.

간단한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는 문재인은 불안하다. 능숙한 말 바꾸기나 남에게 쉽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는 더 암울하다. "앞서가는 문재인이 두려워 일어나는 일"이라는 현실 판단능력도 걱정된다.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를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하고 알리기보다 감추기 급급한 태도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송민순 회고록이 자기중심적인 왜곡된 기억의 산물이라며 라쇼몽 효과 운운하는 측근들이 그를 둘러싼 것도 걱정이다. 만에 하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다면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돌격했듯 문재인은 미국을 거인으로 착각해 돌격할 것만 같다.

우리 정책을 결정하는데 반국가단체인 북한에다 묻는 반역행위와 다름없는 국기문란 사건이 색깔론이라는 주장도 기가 막힌다. 국가안보에 관해 국민이 질문하는데도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뭉개는 자는 군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 다음 대통령의 최고 국정과제는 북핵 관리다. 친북 반미 노선에 국민과 소통하기보다 자기세력과 소통이 더 중요한 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악몽이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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