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규명 위해선 시신 부검 필수…공권력 맞서 진실 가리는 궤변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백남기씨 부검을 둘러싼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경찰이 지난 23일 고 백남기씨 시신의 부검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유족들의 반대로 철수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현장에는 투쟁본부 측 수백 명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재호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모여 스크럼을 짜고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은 채 경찰 진입을 입구에서부터 막았다. 병원 내부 영안실 길목에는 장례식장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백남기씨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집행이 졸지에 강경시위 현장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백남기씨는 물대포가 아니라 병사로 사망했다. 그런데 유가족과 백씨측 투쟁본부는 “경찰의 과잉진압, 물대포가 백남기씨를 죽였다”며 “부검이 필요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부검 반대 이유로 “부검을 의뢰하는 주체가 사건 가해자인 경찰과 검찰이며 이들로 인해 사인이 바뀔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와 관련 백남기씨 딸 도라지씨는 23일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를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나”라며 “부검영장을 집행하려는 꼼수로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인지 막걸리인지 아리송하다. 부검을 의뢰한 검찰은 물대포를 쏜 경찰도 아닌데 다 한통속일 거라는 음모론이다. 사인은 병사로 밝혀졌는데 경찰이 백남기씨를 죽게 하고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병사가 아니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경찰을 살인죄로 고발한 당사자들은 백남기씨의 딸인 백도라지-백민주화씨 들인데도 말이다. 해당 사안을 수사하려면 부검이 필수다. 

   
▲ 서울 종로경찰서가 23일 백남기씨 부검을 강제집행하는 데 실패했다. 공권력이 무기력하게 물러섰다. 차기 집행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야당과 투쟁본부는 더이상 주검을 반정부투쟁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홍완선 서장이 서울대병원 영안실앞에서 투쟁본부 인사들과 대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대포로 사람이 죽었다? 전세계에 최초로 발생한 사례다. 아직 사실 규명은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자신들이 믿는 사인이 맞으니 끝내 부검을 막겠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불가다.

국회에서 정쟁 대상이 된지 오래된 백남기씨의 죽음은 한 운동권 시위자의 서글픈 단상을 보여준다.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인 불명인 건을 두고 온갖 설이 난무한다. 오늘도 국회와 서울대병원 앞에서 시체팔이가 성행 중이다. 의학적 과학적 판단으로 충분할 사안에 특검까지 하자는 정치적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다.

현재 경찰이 발부받은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은 25일이 만료일이다. 집행을 위한 시한은 사실상 하루 남은 상태다. 백남기씨 사인은 이대로 미궁에 빠질 확률이 커졌다. 부검을 막는 자들 때문에 그렇다. 진실을 알린다며 사실 규명을 막는 궤변이다. 저들의 인지부조화를 보는 것도 지겹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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