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사망 반대 주장 전문가 의견 배제…보고 싶은 것만 본 반쪽보도
지난 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故 백남기 씨의 사망 원인을 집중 조명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세간의 논쟁이 정치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보도가 사실 관계를 명확히 짚어줄 것이란 기대를 방송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평소 미제 사건들의 해답을 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해당 프로그램의 특징 탓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보도는 너무나 편파적이었다. 평소 물대포가 사망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해온 건국대 이용식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자의적인 벽돌 실험과 유리 실험을 통해 물대포가 원인이 아니라 단정 지었고, 소위 ‘빨간 우비’를 둘러싼 논란과 연명 치료 중단에 따른 병사 가능성은 철저히 무시했다. 노무현 재단의 이사와 오마이뉴스 등 좌파 언론 기자들의 인터뷰만을 내보냈다. 사망 원인과는 관계없는 백남기 씨의 삶에 대한 감정적 호소를 통해 보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마무리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방송개요>
● 매체 : SBS
● 빙송명 :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 방영일자 : 2016년 10월 22일 (토)

   
▲ 백남기 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공인받은 의사들 사이에서 조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없다. 의학의 영역은 다른 분야와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과 전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면허 제도를 통해 의료인의 양성과 활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남기 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공인받은 의사들 사이에서 조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을 시청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물론, 나름 지식인이라 볼 수 있는 SBS의 PD 역시 그 원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의학적 식견이 너무나 짧다. 그래서 한쪽 입장에 휘둘리기 십상이고, 이를 막기 위해 방송은 전문가들 사이의 상반되는 주장을 모두 보도하는 중립성을 견지해야 하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방송은 부검의 필요성을 주장해야 했다. 결국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아보려면 부검이 필요한 것 아닌가. 법원은 부검 영장을 발부하면서 ▲ 부검 장소와 시기는 유족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 유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과 변호사 1명을 참관시키며 ▲ 부검 과정은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경찰이 결과를 조작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방송은 이러한 부검 영장의 내용은 전혀 공개치 않은 채, 경찰에 대한 불신만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것이 진실을 추구한다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기치에 부합하는 것인가.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는 진실이 아닌 ‘그렇게 알고 싶다’는 제작진의 희망만으로 만들어 진 모양새다. 2008년 MBC PD 수첩의 ‘광우뻥’ 보도를 연상케 하는 수준이다. 방송 보도가 이렇게 편파적으로 이뤄져선 안 되는 것이다. 중립성은 방송의 생명이거니와, 고도의 전문적 영역에 대한 보도는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주장만이 방송돼야만 정의요, 도덕이라는 SBS 제작진과 일부 시민들의 편협함에 소름이 끼친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부검 영장의 내용을 전혀 공개치 않은 채, 경찰에 대한 불신만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것이 진실을 추구한다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기치에 부합하는 것인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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