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틈만 나면 법인세 논쟁…정치·경제 총체적 난국 기업 숨통 죄기
   
▲ 틈만 나면 도마 위에 오르는 법인세 논쟁
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과 글로벌 공급과잉의 장기화에 따른 수출 부진, 내수 침체 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던 수출의 부진과 구조조정, 자동차 파업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09년 3월(69.9%) 이후 최저치(70.4%, 2016.8월)를 기록했다.

낮은 제조업 가동률은 설비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 활력을 더욱 둔화시킬 것으로 걱정된다. 그야말로 제조업의 재앙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올들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번이나 하향 조정하면서 이러한 암울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3년전(2013년 상반기) 보다 28.3% 감소했고, 동기간 매출액도 1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주력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도 영업이익이 3년전(2013년 상반기) 보다 19.4% 감소했고, 동기간 매출액도 15.6% 감소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경제성장의 주축이었던 제조업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은 수주 절벽에, 철강업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저가 물량공세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 협회에 따르면 우리 조선업은 2016.1~8월 수주량은 106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794만CGT)에 비해 86.6% 감소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한 법인세 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수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2013년 기준)은 3.4%로 미국 2.2%, 독일 1.8%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OECD 평균도 2.9%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선진국과 우리의 주요 경쟁국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다. 2008년 이후 OECD 35개국 중 20개국에서 법인세율을 낮추었으며, 세율을 높인 곳은 그리스, 칠레 등 7개국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우리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자칫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해외이전을 촉진시킬 수 있다. 협박이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가 무리하게 법인세율을 높일 경우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법인세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세계 154개국 분석결과,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대체로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법인세율이 20% 수준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세재정연구원, 법인세 부담 수준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2016.10.14.)

북핵문제, 최순실 사건, 개헌논의 여러 가지가 얽혀 기업들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를 지키고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법인세율 인상 논의보다는 쓰러져가는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건설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법인세 인상 문제를 대기업 때리기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우화가 진부한 이야기라고 일축해서는 안 된다.  /이동응 경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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