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후보기업, 각각 관광객 유치 청사진 제시…추상적인 부분 남아 있어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 특허권 3장을 두고 5개 사업자가 벌이는 경쟁이 후보지 주변 관광 발전을 위한 각축의 장이 됐다.

   
▲ '롯데 패밀리 페스티벌' 행사 장면/롯데면세점

지난 4일 신청 마감부터 오는 12월 초까지 심사가 진행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입찰에는 롯데, HDC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SK 등 5개 기업이 참여했다. 롯데와 SK는 잃어버린 사업장의 되찾기 위해, HDC신라와 신세계는 세를 늘리기 위해, 현대백화점은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뛰어들었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심사를 받게 될 부분은 면세점 운영 능력이나 재무상태, 입지 조건, 경제 발전 공헌도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각각 상이한 입지 조건과 경제 발전 공헌에 이목이 쏠려 있다. 이번 입찰로 서울에만 13개 면세점이 들어서 시장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경제적 파급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배를 마시고 절치부심해 재도전하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후보지인 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위치한 삼성동 코엑스 일대에 향후 5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한국 관광의 관문’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강남구청, 한국무역협회 등 ‘강남구 관광 발전 및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6대 관광 인프라 및 6대 관광 콘텐츠 개발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는 “서울 지역 면세점의 경우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마저 부족한 실정”이라며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강남지역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에 ‘한류 스타’를 테마로 한 ‘강남돌 테마파크’ 조성, 압구정동에서 청담동까지 조성된 ‘한류스타거리(K-Star Road)’를 삼성동까지 2.9km로 확장, 연간 3~4회 한류 콘서트 개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밖에 강남구청과의 연계를 통한 헬리콥터 나이트 시티 투어, 유람선 한강 투어 등 ‘강남 투어 프로그램’과 강남지역 야경 소개, 선릉·봉은사 등 도심 속 전통문화 투어 등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지역 문화사업과 관광정책 개발 지원에도 나선다.

강남 지역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경험을 최대한 살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만큼, 입지 조건과 이를 활용한 경제 발전 기여도를 강조한 것이다. 백화점, 아울렛 등을 통해 그 동안 보여준 운영 역량을 감안하면 플러스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17개 여행사와 ‘중국인 관광객(유커) 200만명 한국 유치’를 골자로 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실제 모객 역량이 뒷받침 돼야 관광자원 개발 전략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후속 전략이 요구된다.

지난해 송파구 월드타워점 운영권을 잃은 서울 시내면세점 1위 사업자 롯데면세점은 대규모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동을 전개하며 면세점 마케팅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월드타워점이 위치하는 ‘제2 롯데월드’는 이미 연말 완공을 앞둔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복합쇼핑몰, 백화점, 호텔, 놀이공원, 마트 등이 들어선 대규모 관광단지다. 롯데면세점은 이곳에 향후 5년간 1조2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쇼핑부터 휴식공간까지 마련된 ‘관광쇼핑 복합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이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향후 5년간(누적 기준) 외국인 관광객 2800만명 방문, 외화 수입 5조원, 부가가치 창출 4조8000억원, 직간접 고용창출 2만7000명(2020년 기준) 등으로 추산된다.

관광객 유치 능력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외국인 전용 콘서트 ‘패밀리 페스티벌’을 통해 2만5000명의 관광객을 한 번에 끌어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한류 문화를 활용한 ‘엔터투어먼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계획으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패밀리 페스티벌로만 총 13만명 이상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큰 그림으로 보면 강북과 강남을 잇는 문화관광 벨트 개발이 눈에 띤다. 롯데면세점은 남산-압구정-잠실역을 연결하는 시티투어버스 노선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서울숲-롯데월드몰-풍납백제문화공원-올림픽공원-한성백제박물관-석촌호수를 연결한 송파구 시티투어버스 신설을 추진 중이다.

강남 지역에서는 특히 가로수길-압구정로데오-강남역-코엑스몰-석촌호수-한성백제문화박물관-올림픽공원-풍납백제문화공원으로 이어지는 강남문화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석촌호수부터 올림픽공원을 잇는 ‘예술감상길’, 방이동백제고분 쪽으로 연결한 ‘길거리 시장길’ 등 다관광거리 조성 등에도 나설 예정이다.

주변 상권과의 협조를 보면, 지난해 10월 송파구를 시작으로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 3구와 연달아 MOU를 체결해 주변 전통시장 내 먹자골목의 관광 상품화, 지역 관광 콘텐츠·시설 개발 등에 나서기로 했다.

   
▲ HDC신라면세점이 제시한 신규 면세점 입지 조건./HDC신라

역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후보지로 택한 HDC신라면세점도 강남 활성화 전략을 내세웠다. 강남 면세점 확보를 통해 지난해 확보한 용산점부터 중구, 강남을 잇는 ‘면세 벨트’를 완성해 서울 중심부를 관통하는 관광축을 형성한다는 구상이다. 

세부적으로는 개별 관광객 유치가 강남 상권 발전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면세점이 관광의 중심핵 역할을 하고 이를 주변 전역으로 확산하는 ‘강남 시프트(SHIFT)’ 전략’을 내세웠다. ‘IT 스마트 관광(Smart)’, ‘체험 관광(Hands-on)’, ‘지역 관광 연계(Interactive)’, ‘재미(Fun)’, ‘교통(Transport)’의 앞머리를 딴 것이다.

삼성전자의 IT기술력을 활용한 체험형 매장으로 모은 관광객을 코엑스몰 등 주변 상권, 지하철 2개 노선 등의 교통 등을 활용해 지역 관광 활성화로 돌리겠다는 그림이다. 아직 추상적이지만 입지 조건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세계는 후보지인 백화점 강남점이 위치한 센트럴시티를 중심으로 전국까지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하철 3개 노선과 고속버스터미널이 지나가고 가로수길, 서래마을, 압구정동, 예술의 전당, 세빛섬, 이태원까지 상권이 닿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문화·관광 허브’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보를 보면 서초구, 서초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서리풀 페스티벌’과 제휴해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국 문화 콘텐츠 생산에 나서고 있다. 올해 서리풀 페스티벌에 한·중 공연에는 중국인 관광객 1000여명을 동원했으며 다양한 양국 문화공연 등을 지원했다. 

   
▲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감도/SK네트웍스

유일하게 강남이 아닌 광진구 워커힐호텔을 후보지로 둔 SK네트웍스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능가하는 관광명소’를 내세웠다.

주변 지역보다 호텔, 카지노 등을 갖춘 자체 시설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한 차별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형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조성하는 등 리조트 경쟁력 제고에 여념이 없다.

후보 기업들이 각각 내세운 청사진은 일부 추상적인 부분도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발전하는 국내 관광산업 분위기와 면세점 경쟁 심화 측면을 감안하면 제시된 것보다 다양한 마케팅 경쟁이 유발돼 관광 활성화 동력이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