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등 우려…관광산업 조기성장 관건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권을 4장을 두고 5개 대기업과 5개 중소기업이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아직도 면세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린다.

   
▲ 올해 5월 개점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내부/신세계디에프

지난 20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 시장은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9월까지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한 수치로 이 중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전체의 72%에 해당하는 6조4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면세 업계 연간 매출 규모가 약 11조9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 등 국내 관광 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면세 시장의 규모가 이처럼 증가세에 있는 만큼, 여러 사업자들이 사업 확장이나 신규 진출을 노리고 특허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또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4개 면세점이 추가되면 서울 시내에만 면세점이 총 13개로 늘고 현행 5년인 특허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될 전망이기에 사실상 마지막 면세 사업 진출 기회라는 평가도 한몫 하고 있다.

반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한화, 두산 등 신규 사업자들이 추가되면서 기존 롯데, 호텔신라 등 3개 사업자 체제였던 시장에 경쟁이 가열돼 사업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 수요 증가세보다 사업자 수가 훨씬 크게 늘었고 각 면세점 규모도 크게 확장돼 정해진 수요를 두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한다고 해서 사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에 신규 진출한 사업자들이 적자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특허를 획득하고 12월 개점한 HDC신라면세점 용산점과 여의도 한화 갤러리아면세점, 올해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두산 두타면세점, SM면세점 등 5개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은 적게는 적자 상태다. 매출액은 6142억원 전체 매출 5조1000억원의 12%에 머물고 있다.

면세점 사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커 단기간에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이들 사업자의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면세점 사업의 또 다른 특성은 기존 백화점 등과 다르게 판매 브랜드와의 관계성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기존 선두 사업자에게 매우 유리한 구조라는 점이다.

   
▲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영업이 종료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롯데면세점

면세점 사업은 백화점처럼 브랜드를 단순 입점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매입을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재고 등에 대한 처리를 면세 사업자가 떠안아야 한다. 이에 따라 사업자의 구매력, 브랜드 업체와의 오랜 거래를 통한 상품·원가 경쟁력 중요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올해 월드타워점 운영을 종료하고도 서울 면세점 시장 점유율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1위 사업자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사업자인 두산의 경우 모기업의 자본력과 일부 소매 유통업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이 같은 이유로 현재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면세점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 아닌 동대문이라는 입지 조건도 있지만 면세 브랜드 유치에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상대적으로 기업 인지도와 자본력에서 불리한 중소기업 신규 사업자인 SM면세점도 올 상반기 14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반대로 신세계의 경우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 인수,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 진출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 유치를 가속화 해 지난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일 평균 매출 17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가시화 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명동점에서 목표치인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면세점의 흑자 전환까지 평균 5년여가 소요된다는 업계 통념을 감안하면 괄목할 성과로 내부에서는 기존에 쌓은 면세 사업 경험이 유효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롯데, 신라 등 기존 사업자가 꾸준한 이익을 내고 일부 후발주자가 괄목할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 증가를 넘어서는 경쟁 심화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롯데면세점의 이익률은 2014년 9.7%에서 지난해 8.7%, 올해 상반기 8.5%까지 떨어졌다. 신라도 같은 기간 5.9%, 5.7, 2.58%를 나타내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역시 사업자 수 증가에 따라 마케팅 비용 등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내면세점 입찰에 주요 유통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뛰어드는 이유는 사실상 마지막 진출 기회라는 것에 앞서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관세청은 ‘국내 면세점 매출액 추이 및 특허 현황’ 자료에서 “최근 외국인 관광객 수, 면세점 구매 고객 수의 증가에 따른 매출 추세를 감안할 때 신규 면세점의 영업실적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크게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 수 등을 감안한 결과다.

다만 이 같은 전망에서 크게 두 가지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면세점 경쟁 활성화로 인한 관광산업 발전과 시장 확대의 가능성,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수익률 악화로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관광산업 발전과 시장 확대 면에서는 이번 입찰에 뛰어든 기업들이 다양한 문화 사업, 관광객 유치, 매장 차별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1~2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한 한류 콘서트 ‘롯데면세점 패밀리 페스티벌’에 2만5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저력을 보여줬으며, 신세계는 지난달 중국 웨딩 업체들과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약 1300만명의 예비 관광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워커힐 리조트 스파' 예상도/SK네트웍스

HDC신라와 SK네트웍스는 기존과 다른 차별화 된 매장을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으로 국내 쇼핑 관광의 다양성을 제시했다. 각각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와 워커힐 후보지에 ‘삼성전자의 IT 역량을 접목한 최첨단 체험형 매장’,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능가하는 리조트’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도 서초구 센트럴시티를 중심으로 전국까지 이어지는 ‘문화·쇼핑 허브’ 조성을 내세웠다.

이 같은 경쟁은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시장을 키우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자본력이 크게 작용하는 마케팅 경쟁은 일부 사업자의 도태를 가져올 수 있다.

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유력 사업자들의 관광객 유치 등 경쟁으로 시장이 성장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사업자들은 면세점 운영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기존 면세점들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송객 수수료’ 등 비용을 지출하며 경쟁하고 있다. 개별 관관객 증가에 따라 완화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같은 관행 등 부담으로부터 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고 성숙된 관광 시장의 조기 안정화를 통해 경제적 낭비를 최소화 하는 것이 이번 면세점 경쟁의 효과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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