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에 치우져 '뒷심' 부족 지적…전통시장 등 활용 방안 고민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국내 최대 쇼핑·문화 축제로 꾸려진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지난해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외국인 대상 행사인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합친 대규모 행사로 기획됐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준비된 이번 행사는 유통을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전자·자동차 업계가 두루 참여해 지난해(92개)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249개 업체가 동참했다. 주형환 산자부 장관이 직접 참여 업체 사업장 등을 돌며 독려·홍보에 나섰고 백화점 등 업계는 아파트 등 대형 경품까지 내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 롯데백화점 본점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장 모습./롯데백화점

시작은 좋았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첫 주인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중국 국경정 연휴 방한한 25만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유커)에 힘입어 유통가에는 활기가 돌았다. 국경절 직전 주말부터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대에 달하는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지난해 10월 1~3일 대비(요일에 따라 매출 실적 차이가 큰 유통업체 특성상 동일요일 기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각각 12.1%, 9.7%, 10.2% 매출이 늘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면세점도 25~140%(신세계의 경우 올해 신규 개장한 명동점 영향으로 급증) 증가세를 보였다.

국경절 특수가 지나가고 3주차 주말인 지난 16일까지 성적표(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서 이 같은 신장률은 다소 하락한다. 롯데, 신라, 신세계, JDC, 동화, 갤러리아, HDC신라, SM, 두타 등 면세점은 여전히 평균 지난해에 대비 29.5%의 신장률을 유지했지만 백화점 업계는 평균 8.7%로 소폭 내려앉았다.

내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업종별 편차도 꽤 컸다. 오픈마켓·소셜커머스를 아우르는 온라인쇼핑과 편의점의 신장률은 각각 전년 대비 12.3%, 15.8%를 기록해 두드러졌다. 반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매출은 평균 1.6% 느는 데 그쳤다. 삼성디지털플라자, LG베스트샵,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 전문점은 평균 5.7% 신장했다.

그나마 온라인·편의점은 최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코리아 세일 페스타 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국경절 특수를 노린 행사 기간 덕에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꽤 늘었지만 내국인 지갑을 여는 데는 효과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대대적인 할인과 대규모 경품을 기대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찾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작 할인 품목이 제한적”이라며 “이월 상품 위주의 ‘재고떨이’ 행사가 아닌가”하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각 백화점에서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 내에 정기세일을 진행한 것이 매출 신장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나마 지난 16일 이후 코리아 세일 페스타 후반부에 돌입해서는 대부분 업계의 매출 신장률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소비 활성화를 이끌기에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뒷심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백화점 일선에서는 “지난해까지 따로 진행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과 통합하다 보니 국경절 특수에 맞춘 시기에 행사가 집중돼 동절기 시즌 의류 판매까지 분위기가 이어지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무게중심을 둔 나머지 내수 활성화까지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전통시장 참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는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대비 2배인 400곳 이상의 전통시장이 참여했지만 홍보가 부족했고 효과를 본 시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 초반 많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행사 진행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여기에 전통시장의 특성상 기존 대비 대규모 할인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마트 등과 같은 소비자층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 등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온기가 전해지는 데 걸림돌이 됐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64.4%의 전통시장 상인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증가했고 평균 매출액 증가폭은 18.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 성급한 홍보성 발표라는 질타를 받았다. 전통시장 특성상 상권이 유리한 일부 지역의 매출 증가가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보여준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 된 것으로 평가되는 시내면세점이 역량을 보여줬으며, 각 백화점·마트와 전자·자동차 제조업체 등도 대규모 경품 등을 걸고 적극 참여하며 ‘소비절벽 타개’의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정부는 전통시장 인식 제고와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전용 행사를 기획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성장세에 있는 우리나라 쇼핑 관광의 지속적인 발전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홍보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세부 업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세부 계획 마련과, 국민 소비 여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고용·소득 문제 등의 해소가 병행돼야 할 시점으로 평가된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