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교문위원장 이대 방문 절차 논란끝 "의결 없었다" 시인
더민주 '김종 전 차관 파면' 주장도 규정 벗어난 것으로 드러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 기세 등등해진 더불어민주당이 1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가했다가 자신들의 위법 사실이 재확인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한 여성 의원을 향해 다수가 고압적 언사를 가하는 행태도 드러났다.

역사교과서 논쟁의 첨병으로 활약해온데다, 국정감사 기간 중 아시아문화원 조직 사유화 의혹·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출판기념회 서적 강매 의혹·일부 지방교육청의 친북성향 교재 발간 및 채택 실태 등 야권의 치부를 들춰내온 전희경 의원에 대한 의도적 보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미 더민주 의원은 이날 오전 교문위 회의에서 여당을 겨냥 "지난 국감 내내 야당이 문제제기한 걸 '정치공세', '근거없는 의혹'이라고 몰아붙이며 증인채택에 반대하고 파행을 일삼았다"며 "교문위 야당 의원들이 이대 방문도 했었는데 그에 대한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을 들어보시겠다"면서 발언록을 읽어내려갔다.

'야당에서 의혹제기만 하면 민간의 어디든, 그곳이 학교든 기업이든 다 찾아 들어가서 조사라는 이름의 압박과 겁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국회의장부터 국회법을 무시하고 있으니) 야당도 이에 보조를 맞춰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헌정질서 문란이고 이런 것이 법치의 실종이다'

전 의원이 지난 9월2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 원내부대표로서 참석해 한 발언의 일부였다. 같은달 25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권이 합작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에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과 정 의장 사퇴 촉구로 맞서던 중이었다.

이 와중에 야당 교문위원들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 조사를 목적으로 28일 여야간 공식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화여대 방문을 결정, 당일 저녁 최경희 당시 이대 총장을 찾아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박 의원은 "해당 의원님, 사과하시죠. 이 자리에 이렇게 발언한 의원이 계시는데 사과해주십시오"라고 전 의원을 겨냥했다. 전 의원이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부답하자 "성함을 꼭 말씀드려야지 하실 것이냐"고 추궁했다.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이 발언자가 누구인지 묻자 박 의원은 "전희경 의원께서 하신 발언"이라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에 전 의원은 우선 "작금의 (최순실)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께서 참담해하시는 것, 그리고 집권여당의 의원이자 교문위원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고, 그 부분에 대해선 이 자리에 계신 정부부처 각료들부터 다 같이 느끼실 것"이라며 "저는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진상규명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밝혀뒀다.

   
▲ 더불어민주당이 1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사진)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가했다가 자신들의 위법 사실이 재확인되는 실책을 범했다. 사진은 전희경 의원이 지난달 4일 교문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그는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진상규명을 하고, 본질에 천착해 들어갈 때도 정해진 절차와 규정이란 건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이라며 "어떤 기관에 대해 국회가 가서 조사하거나 현장 질의를 들을 땐 국회가 법과 규칙으로 정한 절차란 게 있다. 그게 지켜져야 한다는 게 제 발언의 진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현안과 쟁점을 두고 논의할 것인데 그 과정에서도 저는 똑같은 말씀을 다시 드릴 것"이라며 "마치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어떤 걸 덮는다는 식으로 동료 의원의 발언을 떼어와 호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받아쳤다.

유성엽 위원장은 "가급적 특별한, 예외적 사유가 아니면 서로 상대방 의원(발언)에 대해 지적하거나 공격하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에둘러 박 의원의 자제를 요청한 뒤, 발언권을 넘겼다.

그러자 박 의원은 "여전히 당당함. 정말 놀랍다"고 빈정댔고, 전 의원은 즉각 "그건 인신공격입니다!"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저의 사과 요구에 대해 본질에 천착한다고 말씀하셨는데"라고 '천착'이라는 언급에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천착은 사전적으로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을 뜻하는 어휘로, 비하 의미로 여기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또 "저희가 이대 방문하기 전에 적합한 절차를 거쳐 동의를 구했다. 압박과 겁박이었으면 총장 이하 그분들이 제발로 걸어나왔겠나"라며 "그리고 그때 국감 보이콧하셨지 않냐. 그때 들어오시지 그랬어요"라고 재차 빈정댔다.

그러면서 "저도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그 후안무치와 당당함에 대해서. 저는 그냥 후안무치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종합하고 더 이상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보다 우선권이 있는 신상발언을 요청, 우선 "진상규명이나 사태에 대해 접근해가는 것엔 다 동의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지금 말씀하신건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제가 한 말"이라고 상임위 차원에서 한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무얼 (절차대로) 협의하셨단 건지 지금 새누리당도 잘 알지 못한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 절차 부분에 대한 동료 의원 발언에 극언을 서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랍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한 야당 남성 의원은 전 의원을 향해 "아무 문제 없어?" 하고 서너차례 반말 섞인 고성을 질렀고, 전 의원은 "진상규명이 문제라고 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다 동의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맞섰다.

전 의원이 "(박 의원 등 발언이) 굉장히 모욕적 언사라고 생각한다. 사과하시라. 지금 사과하셔야 한다. 그런 극언을 하셔도 되는것이냐"고 촉구하자 더민주 측에선 박 의원이 침묵하는 가운데 안민석 의원 등 남성 의원들이 나서 "이게 사과야?", "반성의 자세가 전혀 아니잖아", "목소리 낮추세요! 잘한거 없잖아!"하고 전 의원을 겁박했다.

전 의원은 지지 않고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나. 진상규명과, 그 절차에 관한건 별개 문제다. 사과를 받아야겠다. 사과하셔야 끝내겠다"고 홀로 기싸움을 벌였다.

유은혜 더민주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감 증·참고인 채택에 여당이 합의해주지 않은 점을 지적한 뒤 "거기서 절차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적반하장"이라고 전 의원을 겨냥했다. 또 앞서 같은당 도종환 간사가 요구한 상임위 차원 청문회를 재차 꺼내들었다.

전 의원은 거듭 "박 의원을 통해 이야기된 제 원내대책회의 발언은 진상규명과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대는 국감 (대상) 기관이 아닌, 민간 교육기관인데도 실질적으로 교문위는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검증'에 준하는 현장조사를 하신 것"이라며 논거를 구체화했다.

실제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7조(감사의 대상)에 따르면 이대는 민간 교육기관으로 감사 대상에 해상되지 않으며, 제10조(검증)는 '위원회는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의결로 검증을 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교문위원들이 여당을 배제한 채 국감 중단과 이대 현장 간담회를 실시를 결정·이행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전 의원은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극단적인 언사를 써가며 마치 이 문제제기가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누군가를 옹호하는 걸로 호도돼야하는 건지 저는 모르겠다면서 "다시 한번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박 의원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사과하지 않았으나, 유 위원장이 이대 방문 당시 상황에 대해 "의결은 안했지만"이라며 "위원장인 저와 (야당 위원들이) 충분히 상의해서, 가능한 분들이 이대를 방문해 회의는 아니었고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혀 위법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한편 야당 교문위원들은 비선실세 의혹에 연루돼 지난달 30일 사임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대해 '사표 수리가 아니라 파면시켰어야 한다'고 문체부를 압박했지만, 유 위원장이 "정무직 공무원(차관급 이상)의 경우 파면이나 해임같은 게 없다. 면직이면 면직으로 직위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무리한 요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