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확장, 기업 발목잡는 요인 전락할 수 있어"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호텔사업 진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제주항공은 600억원을 투자해 호텔사업에 진출했다. 호텔은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복합역사에 마포애경타운이 짓는 지상 17층, 연면적 5만4000㎡ 규모의 최신식 복합쇼핑몰 건물에 들어선다.

제주항공이 호텔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기본 수익 모델인 항공 운송업만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다 최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여행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도 투자를 결정한 요인이 됐다. 

   
▲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호텔사업 진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제주항공


앞서 제주항공은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1월 “단순히 여객을 태우는 운송업에서 벗어나 호텔, 여행사, 렌터카 등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해 고객에게 최적의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기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공격적인 투자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경쟁 심화와 사업 변동성 확대에 따른 자금부담 급증으로 수익성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여행상품 개발이 ‘노다지’로 여겨질 수 있으나 앞 뒤 재지 않고 뛰어들었다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업에서 ‘사업 확장’은 일종의 ‘도박’이 될 수 있다.

이미 하나투어가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기대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 당시 시장에선 기존 여행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은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을 갉아먹는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하나투어 주가는 올 들어 42.86% 하락했다. 면세점 사업에 따른 하나투어의 영업적자 역시 큰 폭을 기록, 올해와 내년 각각 258억원, 19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업계의 관계자는 “최근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수혜’를 노린 ‘업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추세다”라며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자칫 기업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라며 “이에 따른 항공, 호텔 등의 공급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관광산업이 외부변수에 특히 민감한 업종임을 감안할 때 숙박시설 초과물량에 따른 수익률 하락 또한 우려되는 대목이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광산업이 외부변수에 특히 민감한 업종임을 감안할 때 숙박시설 초과물량에 따른 수익률 하락 또한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주항공이 호텔부지로 선정한 홍대입구역은 최근 숙박 시설이 급증하고 있다. 3~4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방문시 꼭 들러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면서다. 특히 공항철도와 지하철 2호선,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복합역세권으로 도심과의 교통이 편리하고, 쇼핑과 맛집 등이 밀집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가 이 일대의 호텔 건설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호텔 신축이 한창이다.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사이 1.6km구간에만 9개 호텔이 신축될 예정이다. 

호텔 뿐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말 마포구에 신규 등록한 게스트하우스는 28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88곳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46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특정지역에 호텔에 몰리면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우후죽순 생겨나는 숙박 시설로 인해 조만간 포화상태에 달하면 ‘제살깎기’식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 투자가 제주항공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 명확하지 않다”며 “에어텔 상품 판매에 따른 부대수익의 증가는 긍정적이나, 투자금액 600억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수익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