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청탁 의혹 미연 방지…국회, 기업 기금낼 일 1년에 하나 이상 만들어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이 강제적으로 걷혔는지 여부다. 이에 관한 검찰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출연금을 낸 대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기금 모금은 역대 정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기업은 정치권에게 여러 형태로 돈을 뜯겼다. 준조세라는 명분에서다. 수단은 정부, 국회를 가리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은 기업에게 일종의 준조세다. 준조세는 ①기업 부담 사회보험료, ②부담금관리기본법에 열거된 각종 부담금 등은 물론, ③비자발적인 기부금 및 성금을 포함한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는 ③비자발적인 기부금과 성금으로서의 준조세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은 (대기업들이 알아서 기부했으나 비자발적인 정황으로 포착된) 준조세다. 법적 근거 없으나 정부의 정치성 사업 또는 체육, 문화, 외교 행사에 기업 돈이 쌈짓돈처럼 동원됐다. 

   
▲ 최순실 게이트를 예방하려면, 정부 정치권에서 기업 기부금이나 성금을 요청하는 행위 자체를 막자. 기금 모금이 불법 아닌 편법이라면, 만연한 악습을 끊고 제도라는 규범에 포섭해야 한다. 일거양득이다. 기업은 연간 몇 조원에 달했던 준조세를 물지 않아 좋다. 정치권 또한 청탁 의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좋다./사진=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일이 차후에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은 준조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김영란법을 떠올리면 된다. 공무원과 관련한 청탁을 금지하고자 사립 교원 및 언론 기자에 이르기까지 오고 가는 금전적인 수혜와 대가를 전면 금지시켰듯이 준조세를 더 이상 걷지 않으면 된다.

정부 통계로 잡힌 준조세는 작년 한 해에만 18조 원 이상이다. 정부가 인정치 않는 준조세(강제성 기금 모금)는 연간 수조 원에 이른다. 갈취수준의 준조세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재단법인 미르 뿐 아니라 청년희망펀드에 창조경제혁신센터 건설 및 운영비가 꼽혔다. 평창동계올림픽기금 조성에다 미소금융, 동반성장기금과 세월호 사고 위로금도 있다. 정부의 연간 수백 건 사업에 민간 기업이 돈을 댔다. 연말불우이웃돕기, 온누리상품권, 사회공헌팀을 통한 갹출도 빠지지 않는다. 

향후 10년간 국회가 기업의 등을 쳐 받겠다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매년 1000억 원이다. 청와대 최순실 게이트까지 갈 필요 없다. 국회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같은 기금을 일 년에 하나 이상 만들고 있다.

①기업 부담 사회보험료와 ②기본법에 열거된 각종 부담금은 이미 제도화되어 있다. 이에 대한 규제는 심사숙고해 풀자. 단, 공공이라는 명분으로 정부 정치권이 기업들로부터 걷었던 ③기부금 모금 자체를 근절하자. 기업 돈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정부, 정치권에서 기업 기부금이나 성금을 요청하는 행위 자체를 막자. 기금 모금이 불법 아닌 편법이라면, 만연한 악습을 끊고 제도라는 규범에 포섭해야 한다. 일거양득이다. 기업은 연간 몇 조원에 달했던 준조세를 물지 않아 좋다. 정치권 또한 청탁 의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좋다. 기업에게 준조세 명목으로 연간 수백 건 사업에 수조 원의 추가 세금/기금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해 더민주와 국민의당부터 나서서 입법안을 발의하라.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향후 10년간 국회가 기업의 등을 쳐 받겠다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매년 1000억 원이다. 청와대 최순실 게이트까지 갈 필요 없다. 국회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같은 기금을 일 년에 하나 이상 만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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