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행정 구조적 지대추구가 권력을 탐욕과 부패 온상으로 이끌어
최순실 게이트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좌절감과 실망감을 안겨줬다. 첫째, 대한민국 최고 국정 운영자인 대통령이 딱히 역량이 입증되지도 않은, 게다가 과거 수십년간 추문과 의혹에 휩싸여 있던 한 가족의 핵심 인물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탐욕으로 점철된 한 여성에 국정이 농간 당했다는 데에서 느끼는 시민적 패배감이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국가 운영이 부패와 이권에 의해 착취됐다는 점이다. 장차관 인사 개입은 물론, 민간 기업에게 뻗쳐진 마수에 우리 국민들은 일종의 공포감을 느꼈다. 적어도 박 대통령 만큼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난 2012년 대선 승리를 견인했다. 그리고 그 견인차가 탄핵 또는 퇴진이라는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온갖 부패와 비리, 그리고 국정 농단의 본질은 무엇일까. 비도덕성? 리더십 부재? 그렇지 않다. 역대 정권에서 부패와 친인척비리는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물론 그들에게 도덕적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여튼 이 문제가 개인적 차원이 아닌 '구조적 차원'에서 벌어져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본질적 원인이 무엇일까. 바로 정부 또는 정치가 공적 질서는 물론 민간 영역까지 깊숙히 파고드는 이른바 '큰 손'이라는 데 있다. 예컨대 포스코를 보자. 포스코가 삼성이나 현대 같은 일반 사기업처럼 자율적으로 운영됐다면 과연 포스코 사장 인선 문제가 역대 정권마다 시끄럽게 불거졌을까. KBS의 보도 중립성 여부도 늘 정권의 독단성과 폐쇄성을 주장하는 좋은 주제가 되곤 했다.

   
▲ 지난 5일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재 한국의 정치-행정 구조가 지대 추구(Rend Seeking)에 대한 상당한 유혹을 느끼게 할 만큼 막대한 이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것이 권력을 탐욕과 부패의 온상으로 만드는 구조적 환경이다. 

따라서 오늘날 최순실 게이트, 국정 농단 등으로 느끼는 우리의 좌절감과 실망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우리 사회는 '작은 정부'를 추구해야 한다. 감시와 투명성 제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에 따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애초부터 정치 권력이 민간을 쥐어짜서 착취할 수 없도록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보수가 해야 할 일이다. 큰 정부, 거대 행정 권력을 탐하는 좌파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경제민주화는 또 다른 이름의 부패의 가능성을 양산할 뿐이다. 허울 좋은 복지가 소수의 부와 권력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사례는 무상급식의 급진적 도입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보수의 재설계, 또는 보수의 재세력화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오늘의 새누리당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없다는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또한 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끊고 보다 참신하고 깨끗한 보수를 표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그 보수의 재설계가 보수의 본질에서 벗어난 '좌파 흉내내기'가 된다면 보수는 물론 우리 사회도 더 이상 희망과 미래가 없다. 

우리는 다시 보수의 본질로 천착해 들어가야 한다. 작은 정부, 보다 자율적인 시장, 자유와 경쟁이 보장되는 질서에서 우리는 부패를 끊어낼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결코 보수의 패배가 아니다. 어쩌면 보수적 가치의 또 다른 기회라 할 수 있다. /제성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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